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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전쟁②] 전 세계 통신사 단일 OS 추진...SKT ‘선봉장’

윤상호 기자

- 삼성전자 리모폰 특수 전망…내년 4분기 출범 가시화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한 가지 영역에서만 잘해도 되는 시대는 끝났다.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지 없는지가 ICT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시대가 왔다. 플랫폼은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결합이다. 이 안에는 하드웨어, OS 커널, 단말 OS, 미들웨어, 애플리케이션 등이 속한다.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한 이후 플랫폼 파워가 확산됐다. 플랫폼 사업자의 정책에 따라 하드웨어 제조사, 콘텐츠 개발사는 물론 통신사업자까지 판도가 변한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LG전자 스마트폰이 아니라 안드로이드폰의 하나며, KT 가입자가 아니라 아이폰 사용자다. 이에 <디지털데일리>에서는 ‘모바일 시대 플랫폼 사업자가 살아남는다’라는 주제로 국내 업체의 대응을 조명해본다.<편집자주>

전 세계 통신업계가 애플과 구글을 견제할 수단을 찾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면서 관련 플랫폼을 지배하고 있는 애플과 구글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모바일 시장에서는 네트워크를 보유한 통신사가 제조사, 콘텐츠 업체 등보다 우위에 있었다. 닫힌 시장(walled garden)으로 대변되는 통신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통신사의 허가를 얻는 것이 필수였다. 네트워크가 없으면 휴대폰도 서비스도 소용이 없었다. 그 안에서 통신사는 자신만의 수익모델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모든 것을 바꿨다. 통신사는 서비스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하나의 사업자로 바뀌었고 플랫폼 사업자가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게 됐다. 사용자 역시 내가 가입한 통신사와 상관없이 다양한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대신 애플과 구글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그들의 것만을 써야 한다.

전 세계 통신사의 연합 플랫폼 도입은 애플과 구글에 대한 통신사업자의 반격이다. 하지만 이전과 같은 닫힌 시장을 만드려는 것이 아니고 대안 플랫폼을 육성해 좀 더 다양한 서비스를 가입자가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전제로 삼고 있다.

SK텔레콤은 ‘리모’ 운영체제(OS)를 전 세계 통신사 단일 플랫폼으로 이용하자고 보다폰, 텔레포니카, 버라이즌, 오렌지, NTT도코모 등 6개 이동통신 회원사에 제안한 상태다. 리모 이사회 소속 6개 이동통신 회원사의 가입자는 투자그룹까지 포함할 경우 작년 말 기준 19억5000만명에 달한다. 단말기 수급을 위한 규모의 경제는 물론 거대 애플리케이션 단일 시장이 형성된다. 리모는 리눅스 기반 OS로 소스가 공개돼 있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전 세계 이동통신업계는 글로벌 통합 앱 도매 장터 WAC도 추진하고 있다. WAC는 웹 표준 소스 등을 활용해 모바일 플랫폼 종류와 상관없이 앱을 올리고 내려 받을 수 있는 마켓이다. 리모와 WAC 도입 계획 등은 내년 2월 열리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될 예정이다.

SK텔레콤 김후종 서비스기술원장은 “애플과 구글이 현재 모바일 플랫폼을 지배하고 있지만 경쟁력을 갖춘 플랫폼과 앱 마켓이 만들어진다면 시기는 언제 도입하든 충분히 승산이 있다”라며 “빠르면 내년 4분기 초반에는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단말기는 삼성전자가 만들 예정이지만 리모 자체가 오픈 소스기 때문에 다른 제조사들이 참여할 여지도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SK텔레콤 외에 다른 통신사도 공용 플랫폼 도입 움직임을 취하고 있다. 중국 차이나모바일은 안드로이드 플랫폼에서 구글 서비스를 모두 독자 서비스로 대체한 ‘안드로이드 플러스’를 구상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구글 검색 대신 중국의 검색 서비스를 기본값으로 변경하는 식이다. 보다폰, 텔레포니카, 도이치텔레콤 등 유럽 통신사들은 리모 외에도 주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공용 모바일 플랫폼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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