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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삼성전자의 포지셔닝

한주엽 기자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스티브 잡스 애플 CEO는 2일(현지시각) 아이패드2를 공개하는 자리에서 삼성전자의 태블릿 갤럭시 탭에 독설을 쏟아냈다고 한다. 독설 내용이 맞고 틀리고는 중요치 않다. 잡스의 독설은 삼성전자를 경쟁자로 생각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구글과 함께 신속하게 쫓아오는 삼성전자가 신경 쓰일 만도 했을 것이다. 삼성전자는 잡스의 독설로 단번에 애플의 대안이 됐다. 떨어질지언정 애플 아니면 삼성이라는 인식이 소비자들 머릿속에 각인됐을 것이다. 삼성전자는 1위 애플 덕에 경쟁 업체를 제치고 2위 업체로 포지셔닝을 확실하게 했다.

삼성전자가 1위를 하는 분야도 많다. 완제품 부문에선 TV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5년째 세계 TV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년 전에는 LED TV로 새로운 경험을 했다. 시장을 만드니 믿기지 않는 수익률이 선물로 되돌아왔다. 1위 업체가, 시장 선도 업체가 할 수 있는 ‘선점 수혜’를 맛봤던 것이다.

지난해 3D가 잘 안됐고, 올해 ‘스마트’를 키워드로 잡고 가려는 삼성전자였다. 그러나 LG 때문에 쉽지 않은 모양새다. 띄우려던 스마트는 없고 3D TV 기술 논쟁만 남았다. 2위 업체의 홍보·마케팅 전략에 끌려가고 있다. LG는 성공했다. 1년이나 늦었지만 경쟁 이슈를 원점으로 되돌려 놨다.

광고로 LG전자·LG디스플레이를 긁는 삼성전자의 모습에 LED TV로 주가를 높였던 당시 여유로움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광고를 보면 LG전자 등은 삼성전자를 위협하는 동등한 경쟁자의 위치까지 올라왔다는 생각이 든다. 기분은 나쁘지만, 신경써줘서 고맙다하는 LG전자다.

혹자는 삼성전자가 따라가는 것에 익숙한 기업이라 했다. 1위에 익숙한 삼성전자로 거듭날 때가 됐다. 1위에 걸맞은 포지셔닝 전략을 기대한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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