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3DTV는 저급 기술”…작정한 삼성전자, LG에 맹공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편광 방식은 절대 풀HD가 안됩니다. 전 세계 어느 누구도 아니라고 하는데 LG 혼자서 맞다 합니다. 심지어 이걸 마케팅 포인트로 삼고 광고까지 해대고 있어요. 엔지니어로서 용납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8일 오후 삼성전자 주최로 서초사옥 다목적실에서 진행된 3D TV 기술 설명회. 김현석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개발팀장 전무는 책 한권 분량의 두꺼운 논문철을 들어 보이며 “(LG가)하도 맞다고 우겨 혹시나 해서 찾아봤다. 역시 편광 방식이 풀HD가 된다고 적힌 문헌은 하나도 없다. 심지어 자기네들(LG) 연구원이 쓴 논문에도 편광 방식은 해상도가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적혀있다. LG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편광 방식은 화면을 구성하는 수평 주사선을 절반으로 분할해 왼쪽과 오른쪽 눈에 들어오는 영상을 구성한다. 이럴 경우 1080개 수평 주사선이 540개로 나눠지기 때문에 해상도가 절반으로 떨어진다는 것이 삼성전자 및 학계, 산업계의 설명이라는 것이다. LG는 이에 대해 “한쪽 눈으로 들어오는 건 풀HD의 절반이 맞지만 머릿 속에서 영상이 합쳐져 결국 풀HD가 된다”고 맞서고 있다.
◆3D 기술 논쟁 종결짓겠다
김 전무는 IEEE와 한국방송협회지, ETRI 등 국내외 주요 기관이 발행한 문헌 내용을 인용하며 “편광 방식은 풀HD의 절반 해상도만 지원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논문철에는 LG전자 연구원이 작성한 보고서도 다수 있었다. 보고서에는 “(편광 방식은)수직 방향으로 공간을 나눠 좌우 영상을 배치함에 따라 수직방향 공간 해상도가 반으로 줄어든다. 이와 비교해 셔터글래스 방식은 해상도 저하 없이 풀HD를 구현할 수 있다”고 적혀있다.
김 전무는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이 “필름타입편광(FPR) 방식은 풀HD가 맞다. 논쟁거리가 안된다”고 말한 데 대해 “이론적 배경이 없는 억지에 불과하다”며 “위에서 그렇게 말해주니 LG 엔지니어들은 참 편하겠다. 엔지니어들은 그런 거짓말 못한다”고 일갈했다.
이날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들은 논쟁 종결을 위해 작정한 듯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김준식 삼성전자 홍보팀장 전무는 이날 행사를 진행하며 “후발 경쟁사의 근거 없는 주장이 TV 산업의 발전이 저해하고 있다. 판단은 기자들이 하겠지만 이 자리가 3D TV 방식에 대한 논쟁을 일단락 지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준식 전무가 회사의 ‘입’인 홍보팀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강경 발언이었다는 평가다. LG전자·LG디스플레이의 주장과 공격에 독이 올라도 단단히 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비교 시연을 하면 경쟁사 제품의 로고나 브랜드는 테이프 등으로 가려놓는 것이 일반적이나 이날 행사장에 설치된 LG전자 시네마 3D TV(LW5700)에는 그러한 장치는 되어 있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기자들이 비교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안경도 직접 제작했다. 아래는 셔터글래스, 위는 편광 방식 안경을 나란히 붙어있었다.
◆“편광방식 해상도·시야각 제약…2D 화질은 경악”
삼성전자는 이날 자사 제품인 D8000 시리즈와 LG전자의 시네마 3D TV를 한데 모아놓고 해상도·시야각·2D화질을 집중적으로 비교했다. 해상도의 경우 바이올린 줄 따위가 들어가 있는 오밀조밀한 정지 영상 및 동영상을 번갈아 보여주며 “540개 라인은 두 눈을 통해 머릿 속에 들어와도 1080개가 되는 게 아니라 역시 540개 라인 그대로다”라고 설명했다.
3D 안경을 끼고 누워서 TV를 보는 LG전자의 광고도 타깃이 됐다. 삼성전자는 이날 LG전자 시네마 TV를 가로에서 세로로 90도 돌린 뒤(틸트) 입체감이 제대로 느껴지느냐고 기자들에게 되물었다. 실제로 앞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부분는 뒤로 들어가고, 엉뚱한 부분이 앞으로 튀어나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3D 영상은 수평 촬영으로 만들어지는 데 옆으로 누워서 편하게 볼 수 있다는 광고는 거짓말도 이런 새빨간 거짓말이 없다”고 말했다.
편광 방식 제품의 떨어지는 상하 시야각도 비교 대상이 됐다. 김현석 전무는 “편광 방식의 상하 시야각은 위로는 3도, 아래로는 17도를 벗어나면 3D가 제대로 표현이 안된다”며 “40cm 높이의 장식장을 놓고 그 위에 TV를 놓는다면 정면으로 앉아서 최소 5M 이상은 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시연 장소에서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한 기자들은 “정말로 시야각에 따라 3D 품질이 변했다”고 웅성거렸다.
김현석 전무는 2009년 10월 강배근 LG전자 HE사업본부 LCD TV 연구소 상무가 진행한 3D 디스플레이 관련 강연 자료를 펼쳐보이며 “LG전자 역시 편광 방식은 시야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과거에 지적한 바 있다”고 말했다. 강 상무의 강연 자료에는 “편광 방식은 상하 시야각이 저하된다”는 문구가 정확하게 적혀 있었다.
2D 영상을 볼 때는 화질 차이가 크게 났다. 패널 앞에 필름을 덧대면 화면 밝기가 30% 떨어진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다보니 억지로 밝기를 높일 수 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정밀하게 표현되어야 할 디테일이 뭉게진다고 삼성전자 관계자는 강조했다. 계조 표현력 역시 떨어졌다. 심하게 어둡고 심하게 밝은 부분은 하얀색 혹은 검정색으로만 표현됐다.
“이 정도면 실제 비교 시연은 다 한 것이 아니냐. LG와 공동으로 비교 시연은 하지 않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현석 전무는 “도움 안 되는 경쟁사의 3D 논쟁에 더 이상 말려들지 않겠다. 그러나 논쟁을 종결짓기 위해서는 제대로, 자세하게 알려야 되겠다는 내부 의견이 모아져 이 행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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