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의 고민…“정치 고것 참 어렵네”
최근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테라’가 이용자들에게 많은 욕을 먹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유권자들에게 갖은 욕을 먹고 있네요.
지금 ‘테라’에는 영주를 선출하기 위한 투표가 한창입니다. 첫 영주를 뽑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영주 선출과 함께 MMORPG의 본격적인 역사가 시작되기에 한게임도 기대가 큽니다.
그런데 기대를 듬뿍 담은 정치 시스템이 문제의 발단이 됐습니다.
지금 ‘테라’는 1인 1투표권 제도가 아닙니다. 추가계정으로 캐릭터를 만들면 투표가 가능합니다. 1인 다(多) 투표권 제도죠.
다른 대륙에서도 투표가 가능합니다. 현실에 비교하면, 남의 나라 가서 투표하고 오는 것이 가능한 것이죠. 우리나라 사람이 일본이나 미국 가서 투표하고 오는 격입니다. 게임 속 정치이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이 때문에 표의 가치가 땅에 떨어졌습니다. 소중한 한 표라는 말이 무색하게 된 것이죠.
그리고 현실처럼 성인만 투표를 할 수 있게 제한을 둬야 하는데 이것 또한 없습니다. 캐릭터 생성한 직후 1레벨이라도 바로 투표가 가능합니다.
간단히 말해 ‘테라’의 정치 시스템은 이른바 몰표 시스템입니다. 여기에 4일간 무료체험 이벤트까지 겹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습니다. 정액제라는 걸림돌이 없어졌으니 가입하고 투표하면 그만이지요. 표 몰아주기가 성행할 수밖에 없었죠.
여기저기서 청탁이 난무합니다. 투표에서 승리해 영주가 되려면 달리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공약(公約)만 외치다간 공약(空約)이 되기 십상입니다. 게임 속 정치까지 이렇게 흘러가니 안타깝네요.
한게임은 ‘테라’에 각성 업데이트가 들어가면서 상승세를 기록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필드 난이도가 내려가면서 혼자서도 사냥이 가능해지자 이용자들의 호응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전장 시스템도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정치시스템에 대해서는 한게임도 언급을 어려워했습니다. 문제가 많기 때문이지요. 한게임 측은 “영주 선출에 대해 말이 많은 것은 맞다. 이번에 문제가 있는 부분은 향후 개선될 것이다. 이용자들에게 좀 더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사태가 게임의 근간을 뒤흔들만한 일은 아닙니다. MMORPG는 게임에 가상세계를 구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이 조물주가 된 이상 허점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지금 ‘테라’가 먹는 욕은 향후 성장을 위한 자양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찌 보면 욕먹는 게임은 행복합니다. 인기 없는 게임은 욕 자체가 없기 때문이죠. 그렇게 본다면 ‘테라’는 지금 행복한(?) 고민에 빠진 것입니다.
오는 4월 대규모 업데이트와 90일 정액제 이용자 재결제 시점이 다가오네요. 그 이후에도 ‘테라’가 행복한 고민을 이어나갈지는 한게임과 개발사 블루홀스튜디오의 몫입니다. 롱런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이대호기자 블로그=게임 그리고 소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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