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호 칼럼

[취재수첩] 휴대폰 출고가 논란, 구조적 모순부터 해결해야

윤상호 기자
- 블랙리스트 제도 ‘첫단추’…통신비 인하, 출고가 인하와는 무관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통신업계가 잔뜩 움츠렸다. 휴대폰 출고가 논란 탓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까지 착수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각을 세웠다. 통신비 인하 요구가 엉뚱한 곳으로 번졌다. 출고가는 사용자가 실제 단말기 구매 비용과는 상관없다. 보조금 때문이다. 출고가 논란은 통신비 과다 요인 주범을 제조사로 보이게 해 본말이 전도되는 상황만 만들었다.

물론 국내 휴대폰 출고가는 높은 편이다. 그러나 통신사가 휴대폰을 공급받고 그 휴대폰을 수많은 대리점과 판매점이 소비자에게 파는 구조에서는 출고가만 일방적으로 낮춰야 소용이 없다. 현재 휴대폰 유통 구조는 실 판매가에 맞춰 대리점과 판매점에 지급되는 보조금이 유통업계의 수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 단기간에 없애면 대리점과 판매점의 수익이 급감해 다른 실물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정부가 제조사만 압박해서 해결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소리다. 작년 말 한 통신사가 추진했던 출고가 현실화를 적용한 단말기가 유통업계의 반발로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 처럼 어느 한 제조사만 피해를 볼 수도 있다. 단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모두 상생할 수 있는 해결책은 무엇이 있을까. 소비자 단체를 비롯 현실적인 대안은 ‘블랙리스트 제도’ 도입이라고 입을 모은다.

블랙리스트 제도는 단말기 고유번호인 국제 모바일 기기 식별코드(IMEI)를 통신사가 독점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푸는 것을 일컫는다. 어떤 단말기든 이동통신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고 도난 등 문제가 있는 것만 블랙리스트에 올려 접속을 차단하는 제도다.

개인정보와 통신사 정보는 가입자식별모듈(USIM, 유심)에 있기 때문에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와 통신사가 채용하고 있다. 단말기 유통을 이동통신 대리점이 독점하지 못하게 돼 자연스러운 가격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 사용자 선택권도 확대하고 업계가 받을 충격도 최소화 할 수 있다.

방통위와 공정위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단기성과에 급급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구조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다. 통신비 인하는 다른 곳에서 다른 방법으로 찾아야 한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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