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휴대폰 출고가 현실화 ‘잰걸음’…경쟁사 ‘관망’·통신사 ‘냉담’
- 타 제조사 동참·통신사 협력 여부 안착 결정할 듯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삼성전자가 휴대폰 출고가 현실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30만원대 폴더폰, 50만원대 스마트폰에 이어 올 전략제품 ‘갤럭시S2’를 80만원대에 공급한다. 그러나 통신사의 반응이 신통치 않아 휴대폰 구입비 하락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갤럭시S2를 출고가 80만원대에 공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6일 출시한 폴더폰 ‘노리F2’를 30만원대에, 21일 출시한 스마트폰 ‘갤럭시 지오’를 50만원대에 통신사에 납품하는 등 최근 출고가 현실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동안 휴대폰 출고가는 통신비 상승의 원인 중 하나로 꼽혀왔다. 제조사가 통신사에 지급하는 장려금(보조금)을 포함했기 때문이다. 사용자는 이 보조금을 받아 실구매가는 할인을 받았지만 통신사의 유통 대리점을 통한 탓에 휴대폰 가격이 너무 높다는 비판을 받았다.
출고가가 높고 보조금으로 할인 판매하는 형태는 위약금을 늘려 통신사 약정 기간이 길어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휴대폰 구매자가 보조금을 더 받기 위해 높은 요금제를 선택하게 만들 수도 있다.
삼성전자의 행보에 LG전자와 팬택 등도 출고가에 대한 대응을 마련 중이다. LG전자는 입장을 정리 중이다. 팬택은 다양한 경우의 수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통신사의 보조금 관행이 없어진다는 보장 없이 출고가만 낮출 경우 이익 급감 우려가 있어 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애플 등 외국계 제조사는 대부분 별도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아 비슷한 사양의 휴대폰의 출고가가 국내 기업보다 낮은 편이다.
실제 삼성전자의 행보에 대해 통신사 반응은 한 목소리로 ‘제조사 자체 결정일 뿐’이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하지만 개별 통신사 입장을 밝히는 것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명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갤럭시S2 출고가 인하는 제조 능력 향상 등 원가 절감에 따른 것”이라며 “제조사가 보조금을 어떻게 할 지 더 봐야한다”라고 말했다. 또 “스마트폰 요금제와 높은 출고가는 아무 관계가 없다”라고 일축했다.
다른 통신사 관계자는 “출고가 거품을 걷어내는 것은 맞다”라며 “출고가를 낮추고 안 낮추는 것은 어차피 제조사가 정하는 문제”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보조금은 우리가 원한다고 내놓는 것이 아니라 제조사 마케팅 비용”이라며 “통신사가 요구한다고 해도 제조사가 수용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출고가 현실화 정책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KT가 작년말 출고가 현실화를 기치로 LG전자와 출시한 휴대폰은 보조금 축소에 따른 통신사 유통망의 소극적인 태도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마진이 낮은 휴대폰보다 높은 휴대폰을 판매하는데 치중해서다. 다른 제조사나 통신사의 협력 없이 개별 제조사 힘만으로는 출고가 현실화가 쉽지 않다는 사례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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