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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조직개편…애플과 관계회복 사전 정지작업?

한주엽 기자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삼성전자가 연중 이례적으로 실시한 조직 개편과 인사 이동은 스마트폰과 태블릿 분야에서 소송전을 펼치고 있는 애플과의 관계 회복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일 삼성전자는 부품과 완제품 사업 조직을 이원화하는 조직 개편과 인사를 단행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시스템LSI, LCD를 하나로 합친 DS(Device Solutions) 사업 총괄을 신설하고 권오현 반도체 사장을 수장으로 임명했다.

최지성 부회장은 여전히 삼성전자의 대표직을 수행하지만 부품 분야 사업은 권 사장이 총괄하게 될 것이란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해 최 부회장의 일부 권한이 권 사장으로 위임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조직 개편은 표면적으로 LCD 사업부의 실적 부진이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부품 사업의 독립성을 강화해 대형 고객사들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도가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간 외신들은 삼성전자 부품 사업부가 고객사로부터 획득한 제품 출시 정보를 휴대폰 등 완제품 사업부와 공유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간헐적으로 제기해왔다.

애플도 삼성전자에게 반도체를 사가면서 완제품 출시 시점이나 사양 정보를 공개하는 데 이러한 ‘초특급 극비 정보’를 내부에서 공유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남겼다는 것이다. 삼성폰이 아이폰을 베꼈다는 애플발 법적 공방도 이와 비슷한 시기에 점화됐다.

지난 4월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이와 관련해 이재용 사장이 스티브 잡스와 사업부간 정보 공유를 막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삼성의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완제품과 부품 사업간 강한 벽이 있다는 것을 주요 거래선도 충분히 이해를 하고 있다
며 “그럼에도 이러한 조직 개편을 실시한 건 독립성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고객과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완제품과 부품 사업을 동시에 하고 있다는 건 포트폴리오 측면에선 상당한 효과가 있지만 고객사의 정보 보안이라는 요소가 이슈화되면 자칫 사업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이러한 요소를 사전에 없앤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조직 개편으로 완제품과 부품 간 시너지 효과는 다소 축소될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도 있다. 완제품과 부품 분야가 별도 재량으로 사업을 전개하면 전사 이익을 위해 한 방향으로 나아가기가 힘들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지성 부회장 단독 체제에서 투자 확대 및 일부 부품 사업 통합 등으로 힘을 받고 있던 완제품 사업에 일부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부품 사업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실적 부진에 빠져 있는 LCD 사업의 빠른 회복을 위한 조직 개편일 뿐, 확대해석은 곤란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DS 총괄을 담당하게 된 권오현 삼성전자 사장도
“메모리, 시스템LSI, LCD 사업을 잘 버무리면 고객에게 좀 더 좋은 가격에 좋은 제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와 애플은 한국과 미국 등 전 세계 6개국에서 전면적인 특허 소송 공방을 펼치고 있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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