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어떻게 볼 것인가

심재석 기자

[IT전문 미디어블로그 = 딜라이트닷넷]

구글이 사상 최대의 베팅을 했습니다. 휴대폰과 셋톱박스를 생산하고 있는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총 125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한 것입니다. 연휴 끝자락에 발표된 이 소식은 IT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습니다.

이번 인수가 앞으로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무척이나 궁금해집니다. 개인적으로 몇 가지 전망과 분석을 해 보겠습니다.

1. 구글의 방해하기 전략은 여기까지?

지금까지 인터넷 검색을 제외한 구글의 주요 전략은 ‘방해하기’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당장 경쟁사와의 1대 1 대결이 어려운 분야에서‘무료’ 솔루션을 제공하는 전략입니다. 이런 무료전략은 경쟁사의 독점을 방해합니다. 구글은 검색 및 문맥 광고를 통해 엄청난 현금을 벌어들이고 있기 때문에 이런 방해전략을 통해 시간을 벌고, 경쟁력을 쌓아갑니다.

대표적인 것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입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통해 직접적인 수익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신 엄청난 투자를 진행해 왔습니다. 구글은 자선사업가가 아닙니다. 안드로이드를 삼성전자와 HTC에 선물로 주기 위해 개발해 온 것은 아닙니다. 안드로이드를 무료로 공급하면서 모바일 OS에 대한 기술력과 경험을 쌓아온 것입니다. 이를 통해 모바일 시장에서 애플에 맞설 수 있게 됐고, MS를 물리칠 수 있었습니다.

안드로이드가 현재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이전에 구글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 제공하는 애플의 전략을 따라 했다면, 안드로이드는 애플에 짓밟혔을 지도 모릅니다.

이 같은 구글의 방해전략은 안드로이드뿐 아니라 오피스(구글 독스) PC 운영체제(크롬OS) 등 다양한 영역에서 펼쳐졌습니다.

이번 모토로라 인수는 이제 구글이 모바일 시장에서는 방해 전략에서 이기는 전략으로 태도를 변경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2. 안드로이드 진영 방어를 위한 것?

구글은 이번 인수에 대해 모토로라의 특허를 확보하고 안드로이드 진영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그 같은 목적이 포함돼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특허만을 위해서 13조5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특허가 목적이었다면 굳이 모토로라라는 회사 ‘전체’를 살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최근 구글은 IBM의 특허 1030건을 사들인 바 있습니다.

이번에 모토로라 인수를 통해 구글은 새로 1만9000명의 직원을 추가하게 됩니다. 구글의 전 직원 2만9000명입니다. 갑자기 60%의 직원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구글은 말단 직원 한 사람 채용하면서도 10여 차례 인터뷰를 진행하는 신중한 회사입니다. 구글 입장에서는 이 같은 인력 증가는 엄청난 모험입니다. 과연 구글이 안드로이드 진영 방어만을 위해 이 같은 모험을 감수했을까요?

또 구글이 모바일 관련 특허를 보유했다고 해도 삼성전자나 LG전자, HTC 등 제조업체들까지 모두 보호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례로 최근 애플이 삼성전자에 시비를 걸고 있는 것은 ‘디자인’입니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다고 해도 삼성은 삼성 나름대로 애플과 싸워 나가야 합니다.

3. 구글+모토로라, 성공할까?

앞에서 언급했듯 이번 인수는 구글로서는 굉장한 모험을 감수한 것입니다. 구글 CEO가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로 바뀌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과연 구글의 과감한 베팅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하드웨어 사업과 소프트웨어 사업은 DNA가 다릅니다. 하드웨어 제조 판매에 필요한 공급망관리, 부품, 공장, 배송, B2C 마케팅 등에 구글은 아무런 경험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기존 모토로라 역량에 이를 맡겨둘 수도 없습니다. 모토로라 역시 스마트폰 때문에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모토로라가 앞으로 성공하기 위해서 구글은 현재 모토로라가 가진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하드웨어 역량을 제공해야 합니다. 하지만 구글에 이 같은 역량이 있을 리 만무합니다.

애플은 처음부터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개발해온 경험을 스마트폰에 이전시킨 것입니다.

직원의 60%가 갑자기 늘어나는 것도 문제입니다. 구글이 인수합병을 한두 번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이처럼 갑자기 직원이 늘어난 사례는 없습니다. 하드웨어 중심의 모토로라 조직과 소프트웨어 중심의 구글 조직이 융합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을 필요로 할 것입니다. 구글이 모토로라의 조직을 흡수하지 않고 자회사로 두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보입니다.

4. 안드로이드 진영은 어떻게 될까?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했다고 해서, 갑자기 구글이 모토로라에만 엄청난 혜택을 주거나 삼성전자∙HTC가 불만에 쌓이게 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구글은 아마 삼성전자나 HTC와 같은 좋은 파트너가 자신을 의심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것입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제조업체들이 이번 인수 발표에 일단 미소로 화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구글은 모토로라가 앞으로 현재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수준에 있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입니다. 당연히 모토로라가 애플에 대응하는 제조업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 나갈 것입니다.

결국 모토로라와 삼성전자∙HTC는 경쟁관계에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모토로라가 이들 제조업체들의 점유율을 야금야금 먹어간다면 현재의 미소는 지속되기 힘들 것입니다.

결국 안드로이드 진영은 변화를 맞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큰 변화는 없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각자 딴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아마 삼성전자는 자체 OS인 바다에 대한 투자 증가를 고려할 것이고, 다른 제조업체들도 안드로이드 의존에서 벗어나 멀티 플랫폼 전략을 가속화 할 것입니다.


[심재석기자 블로그=소프트웨어&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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