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웅 칼럼

[취재수첩]1.8GHz 가치가 과연 1조원을 넘을까?

채수웅 기자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는데 정부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시장에서의 가치”라며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SK텔레콤과 KT의 1.8GHz 주파수 전쟁이 심상치 않다. 4455억원으로 시작한 경매는 이제 1조원을 육박하게 됐다.

당초 시장에서는 7000억원 언저리에서 결정이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내놓았다. 양사의 높은 관심과 경매 특성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 가격상승은 예측된 것이다.

하지만 시장의 예측을 웃도는 결과가 나타나면서 이제는 주파수를 확보한 사업자도 마냥 웃을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왜 KT와 SKT는 시장의 예측을 뛰어넘는 경쟁을 할 수 밖에 없을까. 이제는 단순히 경쟁사에게 덤터기를 씌우려 경매가를 올린다는 비방전도 이제는 통하지 않게 됐다. 그러기에는 너무 멀리왔기 때문이다.

주파수 가격 상승에 대해 정부는 “바로 이것이 주파수의 진정한 가치”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20MHz폭에 불과한 1.8GHz 주파수의 가치가 정말 1조원, 또는 그 이상일까?

시장에서의 가치는 많은 것을 포함한다. 주파수를 통해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가입자를 모집해 매출, 수익을 거두기까지가 경제학적으로 기본적인 가치산정의 기준이 될 것이다.

과거에도 2.1GHz의 경우 1조3000억원에 SKT에 할당됐다. 하지만 가입자가 포화된 지금 시점에서 1.8GHz 가치와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 게다가 2.1GHz는 주파수 폭과 이용기간이 1.8GHz에 비해 2배, 5년이 더 많았다. 주파수를 확보해 가입자를 모집하고 요금을 받아 수익을 내는 사이클을 감안할 때 현재 1.8GHz 가치는 역대 최고 수준인 것이다.

방통위는 LG유플러스에 2.1GHz 단독입찰권을 주면서 최저경쟁가격은 4455억원으로 결정했다. 경쟁이 없기 때문에 최소한 이정도는 받아야 한다는 셈에서 나온 가격이다. 후발사업자라고 무조건 싸게 줄리는 만무하다.

그렇다면 시장에서 인정받은 가치는 아니지만 정부는 경제적 논리로 1.8GHz의 가치를 4455억원으로 본 셈이 된다. 하지만 이 가치는 2배를 넘었고 어디까지 상승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다른 가치도 있다. 경쟁사가 가져갔을때의 손익 계산이 그렇다. 그리고 당장 주파수 급한 사업자에게도 주파수 가치는 상승할 수 밖에 없다. 단순히 “네가 가져가서는 안된다”라는 식의 셈법과는 다르다.

당장 4G 주파수가 없어서 고민인 SK텔레콤이나 기존 대역에 붙여 1.8GHz 고속도로를 만들고 싶은 KT에게 1.8GHz의 가치는 단순한 투자수익률(ROI)로만 설명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문제는 기본적인 ROI외의 다른 경제학·경쟁학 가치가 더 크게 작용하며 실제 가치를 부풀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안전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사업자의 욕구가 파악됐다면 차를 몰고 절벽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했다.

모바일 시장에서의 중장기적인 주파수 활용 계획이 바로 그것이다. 최소한 사업자들이 사업계획을 수립함에 있어 예측가능한 정책이 경매전에 나왔어야 한다.

경매를 통해 결정된 주파수 가격은 모두 정부로 귀속된다. 정부가 돈놀이를 하자면 이보다 더 좋은 장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경매시작전 방통위 역시 스스로 주파수 가격의 지나친 가격상승을 우려했다. 통신사의 투자의욕을 저하하거나 요금인하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양사의 경쟁이 예측을 벗어나자 이제는 무조건 시장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논리만 내세우고 있다.

규제를 풀고, 사업자가 친화적인 정책을 시행하겠다던 방통위의 정책기조와도 맞지 않는다. 다른 주파수 활용계획의 미흡함을 꼬집으면 “예측가능한 것 아니냐”는 말로 때운다.

가격이 무한정 올라도 무조건 시장에서 결정해야 한다? 지금 사업자들이 급하다고 하니 대역이 별로 없어도 무조건 경매를 실시해야 한다?

모두 핑계일 뿐이다. 언제부터 정부가 그렇게 사업자 말을 잘 수용했는지 모르겠다. 이제 방통위는 막대한 주파수 대금을 챙길 수 있게 됐는지는 몰라도 당초 약속한 시장 친화적인 정책에는 실패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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