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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는 보조금 경쟁…원인과 해결책은?

채수웅 기자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이동통신 3사의 보조금 경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동통신 시장 특성상 한 사업자가 경쟁을 촉발하게 되면 나머지 사업자들도 따라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규제기관에 적발돼도 징계수위가 낮다보니 과징금 몇십억원을 내면 그만이라는 인식도 과열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19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단말기 보조금을 차별 지급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에 과징금 136억7000만원을 부과했다.

지난해 9월 24일에도 이동통신 3사는 방통위로부터 동일한 사안으로 과징금 203억원을 부과받은 바 있다. 당시에도 이통3사는 주로 20대 가입자들에게 보조금을 더 많이 지급하고, 기기변경 가입자보다 신규 및 번호이동 가입자에게 보조금을 더 많이 지급했다.

반복되는 보조금 전쟁 왜?=2005년 이동통신 3사의 마케팅비용은 3조2600억원이었지만 2009년에는 무려 6조1900억원으로, 지난해에는 7조5000억원으로 상승했다. 시장은 포화됐지만 가입자 획득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물론, 마케팅비용에서 가장 비중이 큰 것은 단말기 보조금이다.

무분별한 보조금 경쟁으로 이통3사는 지난해 방통위로부터 20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지만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동일한 사안으로 또 다시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과열 보조금 경쟁이 반복되는 이유는 한 사업자가 보조금을 더 써 가입자를 유치할 경우 동일한 방법 이외에는 대응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통사들은 말로는 요금, 서비스 경쟁을 외치지만 실제 시장에서 벌어지는 가입자 유치 경쟁은 대부분 보조금을 통해 이뤄진다. 

게다가 규제기관에 걸리더라도 각 사에 부과되는 과징금은 몇십억원 수준이다. 한 해 수조원의 마케팅비를 쓰는 상황에서 몇십억원은 이통사 입장에서는 충분히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처벌 수위를 높여 정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홍성규 방통위 부위원장은 "과징금을 맞아도 이익이니 누가 지키겠느냐"며 "과징금을 받으면 손해라는 것이 인식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번 더 적발되면 영업정지…블랙리스트 도입=이에 방통위는 올해 11월까지 과징금 등 실효성있는 제재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19일 전체회의에서 "불합리한 행태가 지속될 수 없도록, 규제기관의 의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포괄적인 제재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과징금 규모가 적다보니 이통사들이 규제기관의 제재를 무서워하지 않아 과열 보조금 경쟁이 반복된다는 것이 방통위 설명이다.

이에 방통위는 지난해, 올해에 이어 또 다시 동일한 사안으로 이통사들이 과열 보조금 경쟁을 펼칠 경우 최대 3개월간 신규가입자 모집을 금지시킬 방침이다.

또한 방통위는 보조금 경쟁 해소를 위해 블랙리스트제도 조기도입에도 나설 예정이다.

현재 휴대폰 분실, 도난시 통화차단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단말기 식별번호 IMEI(International Mobile Equipment Identity) 화이트리스트 방식을 블랙리스트로 바꾸게 되면 통신사의 단말기 지배력을 약화시켜 손쉽게 이통사를 바꿀 수 있다.

신용섭 상임위원은 "이통사가 단말기 고리를 끊어야 한다"며 "가입자가 단말기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블랙리스트 제도가 도입되면 보조금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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