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①] 저축은행 부실사태… 중앙회 주도 ‘IT통합론’에 힘실리나
[진단①] 저축은행 부실사태… 저축은행업계의 IT전략 변화
최근 저축은행 영업정지 조치 등 저축은행 업계의 부실화가 표면화되고 있다. 금융 당국은 이번 영업정지와 같은 선제적 조치를 취함으로써 우리 경제에 미치게 될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맞물려 한편으론 이번 사태는‘저축은행 업계가 취해온 IT운영 전략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금융업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외견상 저축은행 부실과 IT전략이 아무런 연관이 없는 듯 하지만 얘기를 들어보면 수긍이 가는 측면도 적지않다.
나아가 저축은행업계 IT전략의 문제가 단순히 IT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저축은행업계 전체 경쟁력의 문제, 금융산업에서 차지하는 위상의 문제로까지 논의가 확대되기도 한다.
<디지털데일리>는 3회에 걸쳐, 저축은행업계의 IT전략이 가지는 현황과 문제점, 발전방안을 제시해 본다. <편집자>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기자] 저축은행중앙회를 중심으로 한 ‘IT 통합론’에 과연 힘이 실릴 수 있을 것인가.
올해 초 부산저축은행에 이어 최근 7개 저축은행이 추가로 영업정지되는 등 저축은행 부실사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저축은행의 IT운영전략에도 점차 관심이 옮겨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번 부실화의 책임이 저축은행 업계의 독특한 IT운영 행태'에도 있다는 시각이다.
특히 그동안 저축은행중앙회가 운영하는 통합전산망에 가입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IT를 운영해오던 일부 대형 저축은행들까지 영업정지 조치를 당함에 따라 그런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저축은행업계도 다른 서민금융기관인 새마을금고, 신협처럼 중앙회 중심의 '단일화된 IT운영'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국내 저축은행 전산망 체계는 이원화돼 있다.
저축은행 중앙회가 운영및 관리하는 ‘통합전산망’과 개별 저축은행이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전산시스템 체계로 구분된다.
중앙회의 ‘통합전산망’은 대개 IT투자 여력이 부족한 저축은행들이 자체적인 전산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사용료(회비)를 부담하고 중앙회의 시스템을 ASP방식으로 이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 저축은행업계의 전체 약 70% 정도가 이같은 방식을 택하고 있다.
코스콤을 통해 중소형 증권사들이 ASP방식으로 증권시스템을 파워서비스 받고 있는 것과 개념이 동일하다.
반면 독자적으로 전산시스템을 운영하는 저축은행은 대개 대형사들로 약 30% 정도를 차지한다.
하지만 오히려 대형사들이 전체 저축은행 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시장 점유율 등)이 70%정도로 크기때문에 개별 저축은행들이 운영하는 독자적인 전산시스템도 지속적인 관심이 대상이 돼왔다.
◆통합전산망과 독자 시스템, 장단점... 그런데 지금도 의미가 있나? = 중앙회가 운영하는 통합전산망의 장점은 비용이 싸고, 안정적으로 전산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특히 IT투자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축은행들이 비교적 손쉽게 최첨단의 보안시스템을 구현하는 등 IT서비스의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약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중앙회가 통합관리하기 때문에 개별 저축은행의 입맛에 100%에 맞는 시스템 환경을 갖추는 것은 불편하는 점이다.
각 지역마다 저축은행의 영업 전략이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러한 IT측면에서의 불편이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저축은행은 전국적인 영업을 할 수 없고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특성상 전산시스템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도 차별화를 필요로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결국 이같은 약점을 보완하기위해 그동안 중앙회 차원에서는 통합전산망 가입 회원사들에게 맞춤형 IT컨설팅 및 지원 서비스를 강화해 왔다.
반면 이와 반대로, 독자적인 전산시스템을 운영하는 저축은행들은 자사의 마케팅 전략에 맞게 전산시스템을 운영해왔으나 막대한 IT투자비를 꾸준히 확보하는 것이 쉽지않은 문제로 지적돼 왔다.
특히 아무리 대형사라하더라도 IT투자 예산 확보에 제한이 있을 수 밖에 없는데, 그결과 차세대시스템의 부실화, IFRS(국제회계기준) 시스템 구축 등 규제대응 이슈, 그리고 모바일 플랫폼 구현 등 굵직 굵직한 IT 현안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결국 '개별 저축은행의 독자적인 IT운영 전략이 결국 한계에 부딪힌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만 하다.
실제로 이와관련, 그동안 독자적인 전산시스템을 운영해왔던 S저축은행(경기도 이천 소재)이 그동안의 방침을 바꿔 최근 중앙회의 ‘통합 전산망’ 가입하기로 결정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과거 개별 저축은행이 중앙회 통합전산망에서 나간적은 있으나 역으로 들어온 것은 처음이다.
아직 중앙회 통합전산망과의 전산이전 작업이 이뤄지지는 않았으나 중앙회 관계자는 “데이터이전 등 전산망 통합작업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앞서 중앙회 중심의 IT통합 필요성은 이전에도 수차례 제기된 바 있다. 특히 올해초 부산저축은행,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가 불거진 이후 점차 공론화되는 분위기이다.
정부 주도의 금융감독혁신 태스크포스(TF)에서 중앙회의 통합 전산망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제기한 바 있다. 금융 당국은 독자적으로 전산시스템을 운영하는 저축은행 등이 전산망을 통제하면서 금융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기 떄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같은 중앙회 통합전산망 중심으로의 인위적, 강제적 통합 또한 많은 현실적인 난제가 있다. 말처럼 쉽지 않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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