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

애플, ‘아이폰4S’ 글로벌 성공 ‘불투명’…모토로라 전철 밟나

윤상호 기자

- 유통·AS·공급력 우려…제품 자체 경쟁력도 의구심 제기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애플이 스마트폰 신제품 ‘아이폰4S’를 발표했다. 기존 ‘아이폰4’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카메라를 업그레이드한 모델이다. 가격은 아이폰4 출시 당시와 맞췄다. 아이폰4와 ‘아이폰3GS’도 가격을 대폭 인하했다. 프리미엄 시장보다는 보급형 시장을 노린 전략이다.

4일(현지시각) 애플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본사에서 ‘아이폰에 대해 이야기하자(Let's talk iPhone)’ 행사에서 “아이폰의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5%”며 “나머지 시장이 아이폰을 기다리고 있다”라고 아이폰4S 출시 이유를 설명했다.

◆‘아이폰4S’, 스마트폰보다 일반폰 이용자 타깃=이번 선택은 스마트폰간의 대결보다는 기존 휴대폰 시장을 보급형 아이폰으로 끌어오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전략에 대해 사용자와 업계, 언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혁신을 기대했지만 물량을 선택한 탓이다. 애플 관련 주가는 제품 발표와 함께 하락세로 돌아섰다.

경쟁사들은 표정 관리 중이다. 애플 추격 입장에서 대등 또는 우위에서 싸울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또 그동안 애플이 창출한 시장이 아닌 휴대폰 업체가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노하우를 익힌 보급형에서 겨루게 된 것도 긍정적이다.

보급형 공략은 휴대폰 제조사들이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거치는 과정이다. 물량이 갖춰지면 원가절감, 브랜드 이미지 상승 등 유무형의 강점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이 늘어난 만큼 유통과 사후서비스(AS) 관리 부담이 커진다. 휴대폰 업계에서는 이 기준을 연간 1억대로 보고 있다.

◆모토로라·소니에릭슨·LG전자 1억대 벽서 몰락=지금까지 휴대폰 업계에서는 삼성전자를 제외하고는 이 벽을 넘어선 업체는 없다. 모토로라모빌리티 소니에릭슨 LG전자 등이 1억대 벽에 올라선 뒤 부진에 빠졌다. 삼성전자도 위기의 시기가 있었다. 분기 1억대 안팎의 휴대폰을 팔고 있는 노키아는 시장 초기 주도권을 잡았기 때문에 이들과는 다르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애플은 작년 전 세계 시장에서 4750만대의 휴대폰을 팔아 연간 점유율 5위에 올랐다. 올 상반기까지는 3890만대를 공급해 점유율 4위다. 올해 9000만대 안팎의 판매고가 예상된다.

애플이 성장하며 구매층은 변했다. 애플에 호의적이었던 매니아층을 넘어 일반인으로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고압적인 영업태도, 고비용의 AS 제도 등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전 세계 애플 매장은 11개국에 357개다. 아이폰4S를 취급키로 한 국가와 통신사가 70여개국 100여개인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보급형 휴대폰, 적기 적정물량 공급·재고관리 성패 좌우=또 보급형 제품은 적기에 적절한 양의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 판매와 직결된다. 가입자만 늘리면 되는 통신사는 굳이 특정사 제품을 팔지 않아도 된다. 제조사와는 별개로 통신사 재고 보유도 필요하다.

연간 1억대 수준의 판매를 하는 제조사는 10% 이상이 유통 물량으로 돌아다닌다. 수익률이 낮은 보급형은 이를 얼마나 철저하게 관리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삼성전자가 모토로라모빌리티 소니에릭슨 LG전자와 달리 1억대 벽을 뚫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통신사와 협력을 강화하고 공급망관리(SCM)을 선진화해서다. 그러나 애플은 지금도 수시로 공급부족을 호소한다. 제품을 제때 공급할 수 없는 셈이다.

아이폰4S 자체 경쟁력도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아이폰4S는 3.5인치 디스플레이에 듀얼코어 AP, 800만 화소 카메라를 장착했다. 이미 안드로이드폰 진영은 동급 이상 제품을 상반기부터 시장에 투입했다. 애플의 장점인 콘텐츠 역시 구글과 통신사, 개별 제조사 등이 나서 격차를 줄였다. 특히 고사양 제품을 선호하는 국내 시장에서는 이미 실망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아이폰4S’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 ‘초읽기’=삼성전자와 하고 있는 소송전쟁도 부담이다. 삼성전자는 빠르면 이날 아이폰4S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계획이다. 신제품 투입도 전에 손발이 묶인다. 아이폰 대기수요마저 잃을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4세대 이동통신 롱텀에볼루션(LTE)로 전환되고 있는 프리미엄 시장은 구경만 해야 하는 상황에서 3세대(3G) 폰 마저 공급을 하지 못하면 수익성 악화 성장세 둔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한편 현재 애플이 ‘레이저폰’의 성공에 취해 잘못된 전략을 취했던 모토로라모빌리티의 2006년 상황과 비슷하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모토로라모빌리티는 지난 2005년 2분기 레이저폰으로 슬림 휴대폰 전성시대를 열었다. 레이저는 단일 모델로는 최대인 2억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모토로라모빌리티를 세계 2위까지 끌어올렸다. 레이저의 득세로 노키아를 제외한 다른 휴대폰 제조사는 사업 포기 위기까지 몰렸다. 하지만 모토로라모빌리티는 비슷한 형태의 후속 제품에 집착하면서 몰락의 길을 걸었다. 늘어난 시장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데도 실패했다. 2006년 2억1740만대를 기점으로 연간 판매량은 2010년 3720만대까지 감소했다. 결국 2011년 모토로라모빌리티는 구글 손에 넘어갔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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