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달라진 OEM협력, 서버업계 전략 사업으로 급부상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최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비즈니스가 주요 서버업체들에게 전략 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물론 이전에도 자사의 제품을 OEM으로 공급하는 경우는 많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단순히 로고나 패키지 뿐만 아니라 내부 시스템을 고객 입맛에 맞게 재조립해 공급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HP와 IBM, 델, 오라클(썬) 등의 주요 업체들이 이러한 OEM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최근 서버 프로세서 성능 향상과 기술 발전으로 각 제품 간 격차가 줄어들고 있고, 이에따라 고객사의 주요 비즈니스에 최적화된 주문형 제품을 만드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은 이미 자사의 내부 인프라 시스템을 최적화시켜 직접 구성하고 있다. 전체적인 성능보다는 입출력(I/O) 속도가 빠르면서 전력을 적게 소비하는 시스템들이다.
국내에서도 NHN나 다음 등 인터넷 포털 업체들이 이같은 자체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T의 경우, 이미 자사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한 인프라 일부에 콴타시스템을 통한 OEM 서버를 구축했다.
현재 관련 비즈니스를 국내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곳은 한국HP다.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자사 ESSN(엔터프라이즈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사업부에 포함된 모든 제품을 OEM으로 공급하고 있다.
물량이 작은 개별 업체들을 위해 국내에서는 최초로 LG엔시스를 ODP로 선정했다. LG엔시스는 이들 업체의 주문을 받고 HP로부터 저렴한 가격에 물량을 받아 고객 요구에 따라 맞춤형 주문을 생산하고, 장애 발생시 유지보수서비스 등을 담당하게 된다.
특히 HP는 어플라이언스 형태로 자사의 제품을 해외로 수출하고 싶은데, 여력이 없어서 못하는 국내 중소 소프트웨어(SW) 업체들을 주요 공략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관련, 한국HP 아태지역 OEM 비즈니스 담당 김우진 이사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난해 2분기부터 거의 매 분기 250% 이상의 성장을 하고 있다”며 “현재 한국에서는 10개 정도의 고객사를 확보했으며, 추가로 14개 업체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술력은 있는데 하드웨어 이슈 때문에 시장을 못키우는 업체들을 찾고 있다”며 “HP는 서버부터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 어플라이언스 제품에 필요한 모든 하드웨어 인프라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고객 요구를 잘 수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OEM을 도입하는 많은 업체들이 단순히 서버 뿐만 아니라 네트워크나 스토리지를 함께 구성해 통합 솔루션 형태로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델코리아 관계자도 “최근 OEM 수요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며 “델은 DCS(데이터센터 솔루션)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들이 각자 환경에 맞는 시스템을 구성해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에서도 이름을 밝힐 수 없지만, 한 대형 인터넷 업체가 이러한 자체 시스템 개발을 위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기업의 특수한 요구에 맞춰 검색이나 소셜네트워크, 웹애플리케이션에 최적화된 저가 절전형 서버를 개발해 공급해왔으나, 최근에는 이러한 커스텀 서버를 표준화된 제품으로 개발해 보다 적은 물량을 요구하는 경우에도 판매하겠다는 전략도 세우고 있다.
한편 전통적인 서버 OEM 시장에서는 슈퍼마이크로나 SGI(레커블)사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슈퍼마이크로는 고객이 원하는 모든 서버를 공급하는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을 취하고 있다. 마더보드와 샤시, 쿨링모듈, 파워서플라이 등 각 부품별로 광범위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어, 고객 입맛에 맞는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슈퍼마이크로는 사실상 전세계 서버시장에서 약 4위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SGI가 인수한 레커블사의 경우, 데이터센터에 최적화된 서버시스템을 고객이 요구하는 즉시 빌드-투-오더(BTO) 방식으로 제작해주고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업체의 수십만대 서버가 현재 레커블사의 커스텀 서버로 구성돼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HP와 델 등 기존 메이저 서버 업체 관계자들은 “앞으로 OEM 사업은 점차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OEM 업체들이 직접 커버하는 어카운트(고객)이 많아지게 되면 서버업체 입장에서도 시장 확장에 더 유리해진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HP의 경우 올해 x86서버(ISS사업부)의 고투마켓(go-to market) 전략이 기존에는 다이렉트 판매(직접 판매)와 채널을 통한 판매 2가지였는데, 올해부터는 OEM을 통한 판매 전략이 추가됐다는 설명이다.
한국HP 김우진 이사는 “최근 OEM을 도입하려는 고객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화이트 서버 등과 가격 차이가 약 15% 정도까지만 나면 충분히 수용할 의사가 있다”며 “이는 브랜드 서버의 안정성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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