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슈퍼컴 보유… 中 텐진 슈퍼컴퓨터센터 가보니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중국 최대 성능의 슈퍼컴퓨터는 초당 평균 2.566페타플롭스, 최대 4.7페타플롭스를 연산할 수 있는 ‘천하(天河, 은하수)-1A’다. 중국 텐진 국립 슈퍼컴퓨터센터에 배치돼 있다. 중국인들은 천하를 티안허로 부른다.
티안허-1A는 중국 국방과학기술대학(NUDT)이 주도해 2010년 10월 개발이 완료됐다. 같은 해 11월 성능 기준 슈퍼컴퓨터 순위에서 미국과 일본을 누르고 1위를 차지해 세계를 놀래켰다.
플롭스(Flops)는 초당 수행할 수 있는 부동소수점 연산 횟수를 의미한다. 예컨대 1플롭스라면 1초 1회를, 1페타플롭스(PetaFlops)라면 1초에 1000조(兆)회 연산이 가능하다. 티안허-1A는 초당 최대 4700조회를 연산할 수 있다. 개인용 PC로 수년이 걸릴 작업을 티안허-1A는 단 몇 초면 해 낸다고 한다.
중국 대학 및 연구기관과 기업들은 석유탐사, 생명과학, 환경과학 등의 연구에 티안허-1A를 활용하고 있다. 복잡한 계산을 재빨리 끝내는 만큼 높은 연구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센터 측의 설명이다.
이 슈퍼컴퓨터는 별난 방법으로 설계됐다. 중앙처리장치(CPU)를 도와 그래픽처리장치(GPU)도 연산을 한다. CPU가 맡았던 크고 복잡한 계산을 GPU가 잘게 나눠 동시(병렬)에 수행하도록 만든 것. 업계에선 이를 GPU 병렬 컴퓨팅(GPGPU General Purpose computing on Graphics Processing Units)이라고 한다.
CPU는 물리적 코어 개수가 한정되고 순차적 연산에 특화돼 있지만 수 십개 이상의 다(多) 코어 기반인 GPU는 다중 연산에 유리하다.
류광밍 텐진 국립 슈퍼컴퓨터센터장은 티엔허-1A의 전력소모량은 4.04메가와트(MW)로 적지 않으나 GPU를 활용해 충분히 줄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순수 CPU만으로 설계된 세계 3위 슈퍼컴퓨터 미국 재규어(평균 1.759페타플롭스, 최대 2.331페타플롭스)의 경우 전력소모량이 6.95MW로 티엔허-1A 대비 오히려 높다.
GPGPU 기술은 최근 주요 슈퍼컴퓨터에 빠른 속도로 침투하고 있다. 세계 4위(중국 심천 슈퍼컴퓨터센터 네불래)와 5위(일본 도쿄공업대학교 츠바메 2.0) 슈퍼컴퓨터가 CPU와 함께 GPU를 연산에 활용한다. 티엔허-1A의 경우 14만9552개의 프로세서가 탑재됐고 이 가운데 7168개가 GPU다.
이 정도 규모의 슈퍼컴퓨터가 돌아간다면 소음이 상당할 듯 하나 텐진 슈퍼컴퓨터센터 1층에 마련된 400평 규모 컴퓨터 룸 안은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정숙했다. 열을 식히기 위한 도구로 쿨링팬 대신 수랭식 설계를 했기 때문. 바닥 아래와 캐비넷 랙 사이에 물이 흐르는 관이 설치됐고 차가운 물로 열을 식힌 캐비넷 속 온도는 섭씨 17도로 유지되고 있었다.
센터 견학을 함께 한 마츠오카 사토시 동경공업대학 국제과학정보컴퓨팅센터 교수는 중국의 슈퍼컴 인프라에 놀란 듯 류광밍 국립 슈퍼컴퓨터 센터장에게 티안허-1A의 설계와 구성을 캐물었다. 사토시 교수는 세계 5위 슈퍼컴퓨터인 츠바메 2.0 설계를 주도한 인물이다. 견학 프로그램을 마련한 엔비디아의 스티브 스캇 최고기술책임자(CTO)도 GPU를 활용한 병렬컴퓨팅의 성과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다.
슈퍼컴퓨터 티안허-1A는 중국의 고도성장을 상징한다. 류 센터장은 “많은 이들이 슈퍼컴퓨터 분야에서 중국이 혜성처럼 등장했다고 평가하는 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지난 20년간 중국은 슈퍼컴퓨터에 관한 투자와 연구를 계속했고 지금 그 성과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이 같은 인프라를 마련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한 것도 이유가 됐다.
기술 자립도를 높였다는 점은 특히 놀라웠다. 티안허-1A에는 중국 국방과학기술대학이 자체 개발한 x86 기반의 FT CPU 2048개가 탑재돼 있다. 갤럭시라는 이름의 네트워크 인터페이스카드 칩과 네트워크 메인보드 등도 중국이 직접 개발한 것이다. 세계 4위 슈퍼컴퓨터인 심천의 네불래도 중국 현지 슈퍼컴 개발사인 더닝이 만들었다.
중국은 올해 이후부터 5년간의 중기 계획을 세워놓고 자체 프로세서를 탑재한 독자 기술의 슈퍼컴퓨터 개발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미국과 일본의 기술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의도다.
우리나라도 슈퍼컴퓨터 육성법이 발효된 가운데 내년 6월까지 세부 실행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기술 자립도를 높이고 있는 중국의 사례는 참조할 만 하다고 견학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전했다. 또 다른 국내 업체의 한 관계자는 “단순히 슈퍼컴에 돈을 쏟아 부어 외국계 업체들 배만 불려줄 게 아니라 국내 업체들이 관련 기술을 획득하고 보유할 수 있도록 육성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6월 발표된 전 세계 슈퍼컴퓨터 순위에 따르면 일본 K컴퓨터가 1위 자리를 탈환, 11월 마지막 순위 발표에서도 이를 유지하고 있다. K컴퓨터는 초당 최대 11.28페타플롭스, 평균 10.51페타플롭스를 연산할 수 있다. 우리나라 슈퍼컴퓨터 순위는 기상청의 해담, 해온이 각각 31위와 32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슈퍼컴 4호기는 37위다.
<텐진(중국)=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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