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KT-SKT, LTE 가상화 '세계 최초' 누구 말이 맞나?

윤상호 기자

[IT 전문 블로그 미디어=딜라이트닷넷]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KT와 SK텔레콤이 4세대(4G) 이동통신 롱텀에볼루션(LTE) 네트워크 기술을 두고 다투고 있다.

스마트폰 대중화는 네트워크 속도를 중요한 경쟁력으로 부각시켰다. 이전까지는 데이터 통화량이 미미했기 때문에 속도는 큰 쟁점이 아니었다. 음성통화 연결여부가 가장 중요했다. 스마트폰은 음성통화와 함께 데이터 통화 품질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통신사와 통신장비 업체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가 ‘클라우드커뮤니케이션센터(CCC: Cloud Communication Center)’다. 기존 무선 기지국에서 하나의 장비에 같이 있는 디지털신호처리부(DU: Digital Unit)와 무선신호처리부(RU: Radio Unit)를 분리해 DU를 별도 DU센터에 집중화하고 RU는 서비스 대상 지역에 설치해 광케이블로 연동하는 기술이다.

CCC를 도입하면 임차료 및 유지보수비 등 운용비용을 줄일 수 있다. 전력 소모량도 감소한다. 용량은 증가한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 여러 개의 기지국을 하나의 기지국처럼 활용하는 가상화 기술이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어느 한 기지국에서 트래픽이 넘치더라도 다른 기지국에서 처리를 할 수 있다. 장비가 고장 나지 않는 한 통화불통사태는 생기지 않는다. 속도나 품질 불만도 줄어든다. 얼마나 많은 기지국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지와 기지국간 경계지역 품질을 어떻게 관리하는지가 네트워크 상태를 좌우한다.

KT와 SK텔레콤이 다투고 있는 지점은 바로 여기다. ‘누가 먼저 LTE 가상화를 했는지’와 ‘몇 개의 기지국을 묶을 수 있는지’다. KT의 LTE 가상화 기술은 ‘LTE 워프(WARP)’, SK텔레콤의 LTE 가상화 기술은 ‘어드밴스드 스캔(Advanced-SCAN)’이라 부른다.

KT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3일 시작하는 LTE 서비스를 위해 LTE 워프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세계 최초 상용화”라고 발표했다. SK텔레콤은 바로 반박자료를 내고 “2일 분당 지역에 상용화 했다. 우리가 세계 최초다”라고 주장했다.

KT는 이 개념을 작년 2월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1’에서 처음 소개했다. 삼성전자와 인텔과 함께 시연을 했다.

<관련기사: [MWC2011] KT?삼성전자-인텔, 세계 첫 클라우드 LTE 시연>

SK텔레콤쪽이 이 기술을 처음 내비친 때는 작년 11월이다. 당초 2013년 예정이었던 LTE 84개시 확대를 2012년 4월까지로 당기며 어드밴스드 스캔을 분당에서 테스트 중이라고 전한 바 있다.

<관련기사: SK텔레콤, LTE 전국망 앞당긴다…2012년 4월까지 전국 84개시로>

날짜로 보면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SK텔레콤 말이 맞다.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KT는 LTE 가상화를 LTE 네트워크 구축단계부터 적용한다. SK텔레콤은 분당 이후 계획은 아직 없다. 연내 확대 검토라는 원론적 입장만 있다. KT는 LTE 서비스 일정이 늦어진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두 번째 쟁점은 KT는 “최대 144개 기지국을 1개 가상 기지국으로 운용할 수 있는 LTE 가상화는 우리가 삼성전자와 만든 기술이기 때문에 SK텔레콤이 도입하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SK텔레콤은 “같은 장비를 쓰고 있다. 자기만의 기술이니 우리가 할 수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다투고 있다. 이 주장은 사실 양쪽 다 맞는 얘기다.

통신 네트워크는 장비를 같은 것을 공급받아도 각 사의 네트워크 운용 노하우와 솔루션이 다르기 때문에 속도와 수용량에 차이가 있다. 기지국 배치, 중계기 구성 등 설계부터 안테나 방향까지 사소해 보이는 하나가 품질에 영향을 미친다. 많은 기지국을 묶을 수 있다는 점도 분산 관리에 있어서는 큰 장점이다. 나누면 나눌수록 용량은 늘어난다.

장비는 삼성전자가 개발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각 통신사 솔루션과 조합이 필요하다. 이게 KT는 ‘LTE 워프’고 SK텔레콤은 ‘어드밴스드 스캔’인 것이다.

통신장비 회사가 한 개 통신사를 위해 전용 기술을 개발하고 그 기술을 다른 회사에 팔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 기술의 다른 버전을 다른 통신사와 개발하고 그 버전을 그 통신사에 공급하는 것도 당연하다. 장비업체는 최대한 많은 장비를 파는 것이 목표다.

삼성전자 ‘갤럭시S2’를 SK텔레콤과 KT에서 동시 판매하는 것과 비슷하다. 하드웨어는 같지만 내부에는 삼성전자 애플리케이션(앱)도 들어있고 SK텔레콤과 KT 앱도 들어있다. SK텔레콤폰에만 있는 기능도 KT폰에만 있는 기능도 있다.

LG유플러스는 LTE 가상화 경쟁에서는 한 발 물러서 있는 형태다.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가상화는 결국 트래픽 과다 발생으로 인한 장애를 막기 위한 기술인만큼 지금은 전국망 구축 및 음영지역 해소에 신경을 쓰는 것이 옳다는 판단에서다. LG유플러스도 뱅크 기지국이라는 CCC형태로 LTE 네트워크를 만들고 있다.

한편 LTE 서비스는 첫 단추부터 최초 타이틀 경쟁이 치열했다. SK텔레콤 LG유플러스는 작년 7월1일 서비스를 시작했다. 문제는 양사 모두 거의 쓸 수 있는 지역이 없었다는 점이다. SK텔레콤은 LG유플러스에 비해 속도 및 용량도 절반에 불과했다. 작년 말까지 LG유플러스는 84개시로 서비스 지역을 넓혔지만 SK텔레콤은 서울에서만 됐다. 이 때문에 LTE에 대한 논란도 많았다. 스마트폰은 9월 말에나 나왔다. 그러나 최초 타이틀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나눠가졌다. 준비는 후발 주자가 열심히 했는데 선발 주자가 숟가락을 얹은 셈이다. LTE 가상화 논란도 비슷하다.

[윤상호기자 블로그=Digital Culture]

윤상호 기자
crow@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