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프리즘] 서버로 들어온 스토리지 ‘EMC VF캐시’…가격이 관건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스토리지업체인 EMC가 서버 영역으로까지 손을 뻗쳤다. 서버의 PCI익스프레스 슬롯에 플래시 메모리를 장착해, 이를 외장형 스토리지와 연결하는 식이다. 물론 자사의 스토리지 제품만 가능하다.
최근 EMC는 ‘라이트닝 프로젝트(Project Lightning)'의 첫 결과물인 ‘VF캐시’를 선보였다. VF캐시란 '가상 플래시(Virtual Flash) 캐시'의 줄임말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물리적인 환경 뿐만 아니라 가상 환경에서도 지원한다는 의미다.
◆서버 PCIe 슬롯에 장착되는 플래시 메모리…스토리지 ‘티어0’=이 제품은 서버의 PCI익스프레스 슬롯에 끼우는 플래시 캐시 메모리다. 자주 사용되는 데이터를 스토리지에 저장하지 않고 아예 서버에 장착된 이 플래시 캐시 메모리에 저장한다. 서버의 D램 캐시를 확장한 셈이다.
이를 통해 접속 속도를 높여 전통적인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비록 서버에 장착돼 있긴 하지만, 이는 외장형 스토리지와 연결된다.
일반적으로 스토리지 영역의 저장매체는 SSD와 FC/SAS, SATA 등 3개의 계층으로 구성된다.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중요한 데이터는 티어1인 SSD에,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거나 접속이 낮은 데이터는 SATA(티어3)에 저장하는 식이다.
그런데 이 VF캐시는 자주 사용되는 데이터를 아예 스토리지 영역으로 보내지 않고 서버 내에서 저장하고 처리하는 식이다. 스토리지의 SSD(티어1)보다 우위에 있는 이른바 ‘티어0’의 단계인 것이다.
물리적으로는 서버에 장착돼 있지만, EMC는 이를 스토리지 영역으로 보고 있다. 스토리지 컨트롤러를 통해 제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바로 EMC가 자랑하는 자동 계층화 솔루션인 ‘FAST(Fully Automated Storage Tiering)’ 때문이다. 이는 사용 빈도와 중요도에 따라 데이터를 SSD(티어1)과 FC/SAS(티어2), SATA(티어3) 등으로 자유자재로 이동시킨다. 이제는 티어0 단계인 서버의 플래시 캐시 메모리까지 이동이 가능한 것이다.
즉, 플래시 캐시 메모리에 저장돼 있던 데이터의 사용빈도가 줄어들면 이는 다시 스토리지 영역으로 넘겨 저장할 수 있도록 한다. 물론 이는 FAST 기술이 적용 가능한 EMC 스토리지 제품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한국EMC 허주 이사는 “CPU의 성능은 매 10년마다 100배씩 향상되는데 하드디스크 성능은 2001년 이후 정체돼 있다”며 “이 때문에 애플리케이션 성능을 높이기 위해 활용하고 있는 것이 플래시이며, 특히 PCIe에 장착되는 플래시의 데이터 입출력 속도(IO)는 하드디스크보다 4000배가 높다”고 설명했다. 물론 실제 구현 환경에서는 몇백배 정도의 차이다.
◆금융‧인터넷 서비스 부문 우선 공략…인메모리 기술과도 통합=이러한 플래시 캐시가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은 어디일까.
EMC는 오라클이나 SAP, 마이크로소프트(MS) 등과 같은 전통적인 미션 크리티컬 애플리케이션 시장을 노리고 있다.
특히 데이버베이스(DB), OLTP, 이메일, 웹 등 읽기 작업이 많고 데이터 편중이 심한 애플리케이션까지 폭넓게 이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향후에는 빅데이터와 같은 애플리케이션에도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오라클 DB에서 테스트한 결과 VF캐시를 장책했을 때 기존 대비 60% 응답시간이 빨랐으며 210% 가량 더 빠른 데이터 처리량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EMC 측에 따르면, 이미 국내에도 몇몇 금융기관에 이를 테스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VF캐시는 서버 자체에 통합돼 어플라이언스 형태로 제공하는 것과 기존에 운영되고 있는 환경에 그대로 장착하는 방식으로 공급될 방침이다.
현재까지는 이를 지원하는 모델이 x86 서버다. HP와 IBM, 델, 시스코 등 주요 서버 업체의 제품과 테스트를 마쳤으며, 화이트 박스 서버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다만 HP-UX와 IBM AIX 기반의 유닉스 서버의 경우 올 하반기에 가능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우선적으로 x86 서버 시장을 타겟으로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는 오라클 DB 등 미션 크리티컬한 애플리케이션의 60% 이상이 x86 서버 기반으로 돌고 있다.
또한 인메모리(In-Memory)와도 통합시켜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이미 VF캐시가 장착된 V블록(시스코-EMC-VM웨어가 합작으로 만든 가상화 기반의 통합 인프라 구축 솔루션)에 SAP의 HANA를 통합한 사례도 있다.
◆우선 300GB로 출시…추후 제품 다양화=한편 이번 제품은 300GB 용량으로 출시됐다. 윈도 2008과 2008 R2, 2008 R2 SPI, 리눅스 RHEL 5.6, 5.7, VM웨어 v스피어 4.1과 5.0 등의 운영체제(OS)를 지원한다.
34나노공정의 싱글레벨셀(SLC) 낸드 플래시 기술을 적용했다. EMC는 이를 위해 마이크론과 LSI 두 곳에 제품 공정을 맡겼다. 읽기속도는 750K, 쓰기는 91K IOPS다.
현재 이 시장은 퓨전IO가 70%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EMC는 자사의 캐싱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얼마든지 이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한국EMC 허주 이사는 “VF캐시는 캐시를 컨트롤할 수 있는 별도의 칩과 소프트웨어를 내장해 CPU 오버헤드가 경쟁사 대비 75% 정도 적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캐시를 제어가는 소프트웨어는 서버에 탑재된 CPU를 쓰는 반면, VF캐시의 경우 자체적인 칩을 통해 이를 처리하기 때문에 성능 측면에서 월등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퓨전IO의 경우 캐시 메모리보다는 하드디스크를 대체하는 SSD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다소 다른 지향점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IT환경이 가상서버 환경으로 전환되면서 VM웨어와의 연동이 중요한데, VM웨어는 EMC의 자회사인 만큼 더욱 빠른 지원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허주 이사는 “단품 대 단품의 단순한 비교는 지양한다”며 “EMC의 VF캐시는 단순한 플래시 카드가 아니라 EMC의 전체적인 인프라 관리 차원에서 출시한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EMC는 내년에 VF캐시에 중복제거기술을 추가하는 한편, 제품도 더욱 다양화할 방침이다.
현재는 300GB 제품만 출시돼 있지만, 700GB 제품 출시도 고려하고 있다.
SLC 뿐만 아니라 멀티레벨셀(MLC) 기반의 제품도 조만간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 MLC는 SLC에 비해 내구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가격이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이밖에 2분기에는 ‘프로젝트 썬더(Project Thunder)’를 통해 VF캐시 전용 어플라이언스 제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이는 하나의 시스템에 여러 대의 VF캐시를 장착해 이를 전용 서버 네트워크와 연결하는 것이다. 이 제품은 오는 5월 개최되는 ‘EMC 월드 2012’에서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가격…플래시 메모리 하나가 서버 한대 값?=단점(?)은 역시 가격이다. 300GB 플래시 메모리의 가격은 x86 서버 한 대 가격에 육박한다. 물론 도입물량에 따라 가격은 협상은 가능하지만,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EMC 측에 따르면 300GB의 용량은 파티셔닝이 가능해 캐시와 SSD로 나눠서 사용이 가능하다.
허주 이사는 “초기 단계의 제품이기 때문에 여러 이견들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제품이기 때문에 충분히 성장이 가능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까지 x86서버에만 장착이 가능했기 때문에 유통 비즈니스 구조인 관련 시장에 EMC가 어떻게 시장에 접근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특히 주요 서버업체는 물론 스토리지 업체들까지 유사한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어 경쟁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최근 서버와 스토리지의 경계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러다가 EMC가 서버 제품을 내놓아도 전혀 놀랄 것이 없을 것 같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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