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영 칼럼

[취재수첩] 어느 대기업과 클라우드 서비스, 그리고 SI 업체

백지영 기자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최근 한 국내 대기업이 추진하던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가 차질을 빚게 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 대기업의 IT 계열사가 구축하던 클라우드 인프라 아키텍처가 글로벌 서비스에 적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대신 검증된 상용 소프트웨어를 도입하고, 서비스 출시 시점을 늦춘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는 당초 오픈스택 기반의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을 준비 중이었으나 그 과정이 순탄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한 대규모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하는 것은 더욱 그렇다. 애플의 경우만 봐도 자사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이클라우드’를 런칭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플랫폼와 아마존웹서비스(AWS) 등을 활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즉, 오픈소스를 활용해 자체적인 아키텍처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이 대기업은 한가지 걸림돌(?)이 있었다. 바로 이 회사의 IT서비스 계열사다. 보통 그룹의 IT계열사는 시스템 운영을 비롯한 아웃소싱 서비스를 그룹사를 대상으로 제공하게 된다. 따라서 IT계열사는 다양한 그룹 계열사, 유통, 통신, 제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노하우를 쌓아오고 있으며 이는 외부사업 확대의 큰 자산이 된다.

그런데 클라우드 컴퓨팅은 여태껏 국내 업체들이 경험해본 적이 없는 프로젝트로 국내 업체 대부분은 이에 대한 핵심 기술력을 갖고 있지 않다.

물론 구축 경험이 없다고 해서 해당 사업을 전개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이 그렇듯이 처음이 어렵지 그 이후는 쉬운 법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를 추진하던 대기업은 초반에 큰 그림을 그렸고 이를 기술적으로 지원키로 한 계열사는 대기업의 큰 그림을 따라 가기에는 기반 기술과 관련 경험이 부족했던 탓이 이번 서비스 차질을 불러온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데스크톱 가상화 등 최근 각광받고 있는 기술들은 대부분 그룹의 IT계열사가 먼저 전사 도입을 진행한 후 계열사로 확산시켜 나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선 먼저 운영사례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 처음부터 시스템 구축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이러한 검증과정을 거치는데 소홀히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전세계적으로도 도입이 확산되고 있지만 기업에 대한 적용은 본격화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기술이다.

그동안 사라져간 IT기술들은 기업이나 고객에게 기술을 도입해야 하는 당위성을 제시하지 못했거나 힘들게 구현했지만 사용성이 떨어지는 등의 이유가 작용했었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비용절감이나 운영면에서 효과가 있은 것은 점차 증명되고 있지만 처음부터 무리한 추진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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