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T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SAP기반 ‘코어’시스템 적용…‘위험한 선택’ 일까

박기록 기자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국내 금융 IT업계의 관심이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에 모아지고 있다.

 

삼성화재, 삼성카드 등 2기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 추진 시점이 도래한 삼성그룹 계열의 일부 금융회사들을 중심으로 SAP 기반의 ‘코어’솔루션을 탑재시키는 방안이 최근 사실상 확정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금융권 차세대시스템 시장에서 프레임워크 기반의 코어뱅킹시스템 경쟁구도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 금융계열사에서 성공적으로 '코어 시스템'을 적용하게 될 경우, 그 자체로 국내 차세대시스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보험업계에서 삼성이란 브랜드가 가지는 경쟁력은 여전히 대단한다. 여기에는 IT도 포함된다. 심지어 국내 보헙업계에선 삼성생명에서 구축됐던 기간시스템을 구매해 커스터마이징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까지 국내 금융권 차세대 코어시스템 시장에서는 티맥스, 큐로컴외에 프레임워크를 자체 개발한 IT서비스업체와 누리솔루션 등 전문 금융 IT업체들이 각각의 차별화된 영역에서 경쟁을 벌여왔다.    

 

코어(Core)솔루션이란 금융회사 전산시스템의 핵심이다. 은행의 경우, 계정계시스템을 구성하는 ‘코어뱅킹’ 패키지와 같은 개념이다.

 

◆ 왜 SAP일까 = 그런데 관심의 초점은 SAP가 그동안 국내 금융권 차세대시스템 시장과는 아주 먼 거리에 있었던 글로벌 IT업체였다는 점이다.


‘SAP가 코어뱅킹 솔루션을 가지고 있나?’라는 게 현재 일반적인 국내 금융IT 업계의 인식이다.

 

따라서 SAP 기반의 코어 솔루션을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이 채택하는 것은 지금까지 ‘프레임워크’ 기반의 코어 플랫폼을 중시해왔던 국내 금융권의 차세대시스템 흐름에서 보자면 그 자체로 부자연스러운 선택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번 SAP 솔루션을 삼성그룹 계열사에 적용하는 것은 삼성그룹 차원에서의 결정이기 때문에 외부에 드러나게 논쟁이 벌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삼성 금융계열사 내부에서는 이번 결정에 당혹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SAP가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내 제조계열사를 중심으로 ERP(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을 적용해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끌어 낸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금융IT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 성과 때문에 삼성그룹내 금융 계열사들에게도 SAP의 ERP를 적용해보려고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거친 측면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국내 금융권에서는 삼성의 이번 선택에 아직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국내 금융권에서는 독일계 금융패키지가 소개된 사례가 거의 없다.

 

◆국내 금융시장은 이미 '프레임워크'로 진화 = SAP의 코어 솔루션이 국내에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이미 ‘프레임워크’ 중심의 차세대시스템 개발 논의가 핵심으로 떠오른 국내 금융권 차세대시스템 시장에서 과연 SAP의 코어 솔루션을 선택하는 것이 ‘진화(進化)’로 볼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논쟁의 여지는 충분히 있다.


프레임워크는 과거 '코어패키지' 중심의 기간업무시스템 구축 방법론보다는 훨씬 넓어진 개념이다.

 

특히 채널의 급격한 증가 등 플랫폼이 이러한 역동성을 수용해야하는데 SAP가 제시하는 코어 솔루션이 과연 이러한 유연한 확장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충분한 정보가 없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추후 삼성 금융계열사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프레임워크 처럼 확장성을 갖춰나가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과연 이것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할 수 없다. 


바로 이 부분 때문에 삼성의 이번 선택에 대한 평가가 다양하게 엇갈리고 있다.  

 

다만 삼성그룹내 IT서비스회사인 삼성SDS는 금융권 차세대시스템을 겨냥한 프레임워크 솔루션(시스테미어)개발 노하우를 이미 가지고 있으며, 지난해 대구은행과의 차세대시스템 개발시 이미 이를 실전에 적용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SAP의 코어 솔루션이 적용되는 이상, 적어도 삼성생명, 화재, 증권, 카드 등 삼성 금융계열사를 중심으로 한 삼성SDS의 플랫폼은 적용하기가 쉽지않게 됐다.     

 

한편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중에선 삼성화재와 삼성카드가 우선적으로 SAP기반 솔루션으로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으로 점쳐진다.

 

앞서 삼성생명은 2010년에 ‘2기 차세대시스템’을 오픈했기 때문에 이번 SAP 프로그램에서 당분간은 제외됐고, 또 삼성증권은 SAP의 금융 솔루션 패키지에 ‘증권’ 모듈이 없기 때문에 일단은 대상에서 빠지게 됐다.  


따라서 일단은 삼성화재가 SAP의 ‘코어 인슈어런스’ 패키지를 기반으로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에 나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SAP 코어인슈어런스 솔루션은 ING생명보험 등 유럽 보험사에 다수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카드는 ‘코어 카드’가 상당 부분 커스터마이징해야하는 것으로 알려져, 거의 재개발 수준에 맞춰진 것이 아닌가하는 관측을 낳고 있다. 앞서 삼성카드는 지난 2002년 신시스템을 구축한 뒤 2004년 옛 삼성캐피탈 합병에 따른 통합 IT시스템을 가동했다.

 

앞서 SAP의 경쟁사인 오라클도 지난 2000년대 중반 멕시코에서 적용된바 있는 코어 인슈어런스를 들고 들어온 바 있다. 하지만 성공하지는 못했다. 아마도 비싼 라이선스료와 국내에서 검증되지 않은 기술들에 대한 거부감이 강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삼성그룹은 금융일류화 태스크포스(TF)를 발족시키고 내부적으로 지난해 6월부터 SAP 적용을 위한 컨설팅을 받았다. 컨설팅은 언스트앤영과 딜로이트가 수행했다. 삼성 금융일류화TF는 오는 4월까지 계열사 적용 시기 및 예산, 범위를 결정할 계획으로 알려졌으며 프로젝트가 실제화되는 시기는 2013년 이후쯤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삼성카드와 삼성화재는 SAP 패키지 솔루션 적용을 반영한 프로세스혁신(PI) 작업을 곧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의 경우,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SAP 패키지 솔루션을 적용할 방침이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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