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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IT체계 통폐합? …중앙회 전산망으로 일원화 시나리오 주목

박기록 기자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부산, 토마토, 제일에 이어 최근에는 솔로몬 등 대형 저축은행들의 추가적인 영업정지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저축은행업계의 IT체계 전반에 대해서도 금융 당국 차원의 '고강도 대책'이 제시될 것으로 알려져 관련 업계의 관심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업계 내부적으로는 조심스럽긴하지만 IT측면에서의  '고강도 대책'중에는 기존 저축은행중앙회가 운영하는 '저축은행 통합전산망'을 중심으로 저축은행업계 전체의 IT시스템 운영을 일원화시키는 시나리오도 제기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저축은행업계 내에서 이같은 시나리오는 공론화되지는 않은 상태다. 다만 논리적인 개연성과 명분은 갖춘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현재 국내 저축은행의 IT체계는 중앙회의 통합전산망(63개 저축은행이 가입)과 주로 대형 저축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으로 이원화돼 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대형 저축은행들중 일부가 규정을 벗어난 편법 PF(프로젝트 파이낸싱)대출 등으로 부실화돼 영업정지 조치되면서 이들 저축은행의 IT부문까지도 금융 당국으로부터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을 받게된 것이다. 따라서 관리 감독의 효율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저축은행 IT체계를 아예 중앙회 차원에서 일원화하는 방안이 제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이같은 저축은행 IT체계 일원화 시나리오가 막상 현실화 될 경우, 많은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저축은행 IT부문에 대한 금융 당국의  관리감독이 기존보다 크게 강화될 가능성은 높지만 중앙회 통합전산망으로의 IT일원화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대표적인 서민금융기관인 새마을금고의 경우, 연합회와 지부별로 전산망이 이원화된 형태였으나 지난 1990년대말부터 통합망체계로 개편된 사례가 있다. 신협은 단위 신협의 규모가 워낙 작기때문에 신협 중앙회에서 일괄적으로 통합망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금융 당국이 '저축은행 IT체계에 대한 일원화, 즉 통폐합을 추진하게 될 경우 그에 따른 긍정론과 부정론이 팽팽하게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통폐합 긍정론 “저축은행 신뢰회복이 우선” = 대고객 신뢰 차원에서 저축은행의 IT체계를 공신력있는 중앙회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당위성에서 긍정론은 출발한다. 일단 대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한 중앙회의 통합전산망 체계로 편입시킴으로써 개별 저축은행의 부정 또는 부실, 편법적인 영업 행태를 감출 수 있는 여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범죄 예방의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대형 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사태가 발생하자 업무규정의 일탈을 IT시스템으로 감춘, 이른바 '이중 시스템'에 대한 가능성도 제기된 바 있다.


이와 함께 현실적으로 저축은행의 경우, 이제는 IT서비스측면에서 다른 금융회사들과 격차가 워낙 벌어졌다는 점에서 '중앙회 통합 전산망 중심의 통폐합'이 새롭게 평가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테면 중앙회로의 시스템 통폐합이 저축은행의 개성을 말살하는 IT의 후퇴가 아닌 금융기관으로서 갖춰야할 최소한의 IT서비스를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시각 교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일부 저축은행 창구에서는 공과금 납부와 같은 최소한의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는 곳이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를 IT투자 여력의 미비에서 일차적으로 그 원인을 찾는다.  


따라서  "국내의 일부 극소수 대형 저축은행을 제외하고는 IT투자 여력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에 차라리 중앙회에 IT서비스를 맡기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실제로 저축은행중앙회의 통합전산망에는 지난해 이천 저축은행에 이어 올해에는 3개의 저축은행이 추가로 가입했다. 이들 4개 저축은행은 독자적인 전산망을 지금까지 운영해왔으나 IT서비스 질의 하락을 막기위해서는 중앙회 통합전산망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저축은행 중앙회가 통합전산망에 가입한 회원사들에게 보다 질높은 IT서비스를 제공하기위해서는 기존처럼 회원사들로부터 IT예산을 매년 갹출해서 마련하는 천수답식 IT예산 조달 방식부터 개선해야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 “IT혁신의 후퇴” 부정론 = 물론 저축은행의 IT통폐합 논의가 그 자체로 지난 10여년간 진행됐던 '저축은행 IT혁신'의 자기부정이란 측면에서 여전히 부정적인 견해도 만만치 않다.

 

비록 지금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로 상황이 어려운 것은 인정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IT전략은 기존처럼 자율적인 선택의 기조가 유지돼야한다는 것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IT투자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업체들은 중앙회 전산망으로 편입되고, 또 그와 반대로 통합망 시스템이 스스로의 비즈니스 전략에 맞는 않는다면 탈퇴하는 것이 맞다"며 "그것은 어디까지나 당사자의 자율에 맡겨야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이미 100억~150억원이 넘는 IT투자 비용을 투자해 차세대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일부 개별 저축은행들의 경우, 단순히 금융 당국이 '신뢰성 확보'의 명분만을 내세워 중앙회 통합전산망으로 통합시키려 할 경우 강력하게 반발할 것이 뻔하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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