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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집단소송의 두 얼굴

이민형 기자

[디지털데일리 이민형기자]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발생하면 늘 같이 등장하는 것이 집단소송이다.

2008년 옥션 해킹사건을 비롯해 GS칼텍스, 하나로텔레콤, SK커뮤니케이션즈, 넥슨에 이어 지난달 발생한 KT까지 열이면 열, 모두 집단소송 중이거나 제기를 준비하고 있다.

집단소송이 유행처럼 번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이유는 피해자들, 즉 시장의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직접 소를 제기하기는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 각종 서류 준비 및 비용이 상당한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또 피해를 입증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법률 지식이 부족해 소를 도중에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1만원~3만원 정도를 투자해 집단소를 제기해 승소할 경우 100만원 상당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유혹을 뿌리치긴 힘들다.

두 번째 이유는 변호사의 숫자가 대폭 증가해 변호사 시장이 포화상태에 일러 사건 수임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변호사들이 사무실에 앉아 피해자가 위임을 해주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기획소송, 집단소송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또 집단소송을 준비할 경우 당사자 수가 최소가 1000명 단위이기 때문에 착수금과 배상액의 수준도 높은 편이라 변호사들 입장에서도 매력적이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간과하지 말아야할 부분이 있다. 지금까지 개인정보 유출사고와 관련해 집단소송을 진행한 사례 중 피해자 승소한 사건이 단 한 차례도 없다는 것이다.

이는 앞서 언급했듯이 구체적인 피해사례를 찾기 어려울뿐더러 피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그 수치를 산정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옥션의 경우 14만 명이 집단소송에 참여햇으나 1심 패소했다. 1심에서 패소한 변호사들은 대부분 항소를 포기했다. 2심을 준비하고 있는 변호사는 단 한 명뿐이다.

옥션 관련 소송 결과와 무책임한 변호사들의 행태로 인한 허탈감과 분노감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이같은 집단소송이 결국 피고측 변호사들만 배불리는 결과를 불러왔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SK컴즈 해킹사고 관련 집단소송의 경우에도 집단소송 카페운영자와 변호사간 내홍으로 인해 문제가 된 적이 있다. 현재 SK컴즈 소송과 관련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도 두 곳 정도뿐이다.

이 뿐만 아니다. 얼마 전 기자는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모 변호사가 KT 집단소송 수임을 위해 불공정거래를 한다’는 내용의 제보를 받았다.

내용을 살펴보니 집단 소송 변호사가 해당 소송준비 카페에 소송 참여자인 것처럼 자작글을 남기고 소송에 참여할 것을 선동하는 등의 행위를 한다는 것이었다.

피해자 구제를 위해 변호사들이 직접 소송을 기획하고 집단소송으로 가지고 가는 것은 법조계의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이다. 그러나 변호사들이 피해자 구제보다 잿밥에만 관심을 가진다면 더 이상 피해자들 사이에서 집단소송이 설 자리는 없을 것이다.

<이민형 기자>kik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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