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국내 최대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업체인 세메스가 올 상반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설비 투자 효과에 힘입어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했다.
삼성전자 자회사인 세메스는 반도체 세정장비를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는 국내 1위 장비 업체다.
세메스의 주력 제품은 웨이퍼를 한 장씩 세정하는 ‘매엽식’ 장비인 아이리스 시리즈. 아이리스는 식각, 포토, 이온주입, 화학기상증착, 연마 등 복수 공정에 적용 가능하고, 화학 세정 약품 재활용을 통해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는 등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21일 세메스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매출은 4704억9200만원, 영업이익 595억4600만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26.9%, 영업이익은 12.8% 증가한 것이다. 이 같은 실적은 반기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치다.
세메스가 이처럼 호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모회사인 삼성전자의 반도체 관련 투자가 상반기에 집중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시스템반도체 라인 전환 및 화성 16라인 확장 투자 등을 집중적으로 진행했다. 세메스는 삼성전자의 수주에 대응, 올 상반기 전체 매출에서 반도체 세정장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89.1%에 달했다.
다만 하반기 전망은 불투명하다. 유럽발 글로벌 경기 불안이 지속되자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장비 투자를 연기 혹은 축소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설비 투자 집행도 상반기 상당 부분 진행된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올 하반기까지 매출과 직격되는 세메스의 수주 잔고는 738억4400만원으로 1분기 말(2273억5300만원) 및 작년 상반기(1435억200만원) 대비 각각 67.5%, 48.5% 감소했다. 국내 1위 장비 업체인 세메스의 이 같은 수주 잔고 감소 추세는 하반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투자가 부진할 것이라는 방증인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하반기 경기 불안 영향으로 반도체 업체들의 투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라며 “그러나 세메스의 주력 장비가 다양한 공정에 적용될 수 있는 만큼 올해 연간 매출은 지난해(7032억원) 대비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