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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통신장비 보안우려 국내 파장…기무사 ‘통합망’ 사업 도마

이유지 기자
- 화웨이 장비 문제 국감서 거론, 주한 중국대사 외교부에 의견 전달해 진화 차단

[디지털데일리 이유지기자] 화웨이 등 중국 통신장비 업체를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는 존재로 규정한 미국 의회의 보고서 파문이 국내 통신장비 시장에까지 번지고 있다.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가 만든 이 보고서가 지난 9일 국내에 공개된 후 화웨이코리아가 추진해온 지자체 등 공공 사업이 지연되거나 사업에서 배제될 위기에 처하면서 고전하고 있다.

더욱이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최근 추진 중인 대규모 통합망 구축 사업에 화웨이 장비가 제안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업계에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기무사는 현재 화웨이의 전송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공공·국방망 사용 금지하고 국산 장비 활용 확대해야=이 보고서가 알려지기 직전인 지난 5일에 비공개로 진행된 기무사 국정감사에서는 이미 이같은 중국 통신장비 관련 보안 문제가 직접 거론되기도 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진표 의원(민주통합당)은 기무사의 화웨이 장비 사용 및 도입 관련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 자리에서 다른 의원들도 이에 동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진표 의원실 관계자는 “중국 통신장비 (보안 문제) 관련 언론보도가 최근 잇달았기 때문에 국감에서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며, “기무사에 공식 답변을 요구했으며, 앞으로 진행상황을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무사 통합망은 통신사업자가 전용 통신망을 구축·운용, 기무사가 통신사 회선을 임대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번 사업은 통신사업자들이 전송·교환 등의 통신장비를 선정해 구축할 통신망을 제안하고, 기무사 심의를 거쳐 사업자가 선정된다. 사업규모는 회선 사용료로 5년간 328억원 규모에 달한다.

지난 10일 마감한 이 사업 제안서 입찰에는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가 참여했다.

이번 사업에는 현재 기무사 통합망 사업자인 KT가 화웨이의 전송장비와 시스코 장비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사업자들도 알카텔루슨트, 시스코 등 외산 장비 위주로 제안하면서, 국산 통신장비 업계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 의회 보고서 발간을 계기로 관련업계에서는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세계 여러나라에서 안보 위협을 이유로 중국 통신장비 사용을 제한하거나 금지 조치하는 상황에서 보안상 가장 중요한 국방·기무망에서 굳이 화웨이 장비를 도입할 이유가 있냐”는 지적과 함께 국산 장비 활용 요구가 커지고 있다.

공공망에서 국산 장비 사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정부에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KANI)는 공공·국방·통신사업자망의 국산 장비 사용 확대와 장비 도입시 보안성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평가해 사업자를 선정토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정부·관계기관에 전달할 방침이다.  

구교광 KANI 전무는 “기무사 통합망은 국가안보상 보안성이 아주 중요한데, 화웨이 통신장비가 아무 제약없이 설치,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국방·공공망 통신장비 도입시 보안성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평가해 사업자를 선정토록 권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전무는 이어 “화웨이가 사업하고 있는 전송 분야는 국내 기업도 우수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만큼, 보안성이 우수한 국산 제품으로 운영관리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화웨이 “근거없이 기회 박탈 안돼, 보안성 검증받겠다”=미국 등에 이어 국내에도 중국 통신장비 보안 문제가 도마에 오를 조짐을 보이면서 중국 정부도 직접 움직이고 있다.

지난주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가 최근 박태호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통신 산업에서 미국이 부정확한 정보와 근거 없는 주장을 내세워 불공정한 견제를 시작했다”며 “한국에선 영향이 없길 바란다”는 의견을 전달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 때문에 사업자 선정이 19일로 예정돼 있는 기무사 통합망 구축 사업이 앞으로 국내에서 중국 장비업체들의 사업 향배가 결정될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업이 이슈화되면서 사업자 선정이 늦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화웨이코리아 관계자는 “그간 미국 등에서 근거 없는 보안 문제가 여러차례 제기돼 왔다. 이번에도 화웨이 장비의 보안위협 관련 기사를 실었던 워싱턴포스트에서 미국 하원 보고서 배후에 경쟁업체인 시스코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보도도 나온 상황”이라며, “그동안 보안이 우려되고 의심스럽다면 얼마든지 검증받겠다고 이야기해왔다. 근거 없이 공정한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한 “19일 예정된 국감 종합감사에서 다시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등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는 것 같다”며, “국가 간 무역 마찰, 통상 문제로 번지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발단이 된 미국 하원 보고서에서는 “중국이 화웨이, ZTE 등 중국 통신장비를 이용해 전시에 미국의 안보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다. 이들 기업과 사업을 피해야 한다. 미국 기업의 인수합병을 막고 정부가 회사 장비를 일절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보고서 내용이 공개되자, 화웨이와 ZTE는 즉각 반발했다. 중국 정부도 “미 의회가 편견을 버려야 한다”, “근거없는 억측”이라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이유지 기자> yj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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