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이스 내가 제일 잘나가①] PC시장 지각변동, 레노버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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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발 경제위기가 장기화되고 스마트폰, 태블릿과 같은 스마트 기기의 등장으로 전통적인 개인용 컴퓨터(PC) 시장이 위태롭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IHS아이서플라이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는 향후 5년간 100% 성장하지만 윈텔(인텔+마이크로소프트)의 시장점유율은 25%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윈텔은 그 동안 PC 시장에서 막강한 위력을 발휘해온 30년 동맹관계다. 인텔 중앙처리장치(CPU)와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운영체재(OS)는 PC 산업 차제를 이끌어온 성장 동력 가운데 하나다.
물론 그렇다고 PC 시장 자체가 역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마진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야 하고 스마트 기기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업체간 경쟁구도가 예전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
◆‘프로텍트 앤 어택’ 전략으로 승부=이런 상황에서 공격적인 투자로 약진하고 있는 업체가 레노버다. 신흥 및 성숙 시장으로 나눠 PC 수요 추세에 맞춰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을 펼치고 있으며 ‘프로텍트 앤 어택’ 전략을 바탕으로 핵심 사업을 보호하면서도 공격적인 마케팅에 역점을 두고 있다.
IT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레노버의 전 세계 PC 시장점유율은 2009년 6.5%에서 2010년 8.2%, 2011년 9.6%, 2012년 상반기 15%를 기록했다. 1위 HP와의 차이는 불과 0.6% 차이다. 오는 3분기나 4분기에 충분히 1위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레노버가 다른 PC 업체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빠른 시간 내에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시장 다변화에 있다. 넷북으로 시장점유율을 급속히 끌어올렸던 에이서의 경우 넷북 이후의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해 영향력이 예전에 비해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었다.
이와 달리 레노버는 지난 2005년 IBM PC 사업부 인수를 통해 세계적인 PC 제조 기술은 물론 연구개발(R&D) 능력까지 모두 갖출 수 있게 됐다. IBM PC 사업부를 인수했을 때만 하더라도 긍정적인 내용보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적지 않았지만 주요 핵심 임원들은 IBM 시절보다 레노버에서의 생활에 더욱 만족을 느끼고 있다.
실제로 씽크패드의 아버지라 불리는 아리마사 나이토 부사장 겸 프로덕트 그룹 최고 개발 책임자는 “레노버의 IBM PC 사업 부문 인수는 좋은 변화였다고 확신한다”고 언급할 정도다. 씽크패드 디자인을 구상하고 20여 년간 IBM에서만 일해온 토모유키 타카하시 디자인 담당 이사도 레노버와 함께하고 있다.
◆스마트 기기에까지 영향력 확대=레노버의 약진은 하루아침에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다. 중국의 ‘스티브 잡스’라 불리는 류촨즈 레노버 창업주의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탄탄한 내수 시장을 만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우리가 말하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며, 우리가 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진다’라는 뜻의 레노버 웨이를 통해 조직의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덕분에 레노버는 중국에서 37%가 넘는 시장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스마트폰과 태블릿도 2위에 올라있다.
‘PC플러스(+)’ 전략도 눈여겨 볼만하다. 레노버는 IBM PC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씽크패드뿐 아니라 기업용 PC 브랜드까지 모두 가져왔다. 중소중견기업(SMB)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둔 셈이다. 최근에는 클라우드와 엔터프라이즈 스마트 기기 시장에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는 유연한 사고방식은 단순히 기업 규모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실제로 레노버는 지역 전문가를 현지 책임자로 임명하고 효율적인 의사 결정을 돕고 있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는 적극적인 M&A와 제휴를 통해 극복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NEC와의 조인트 벤처를 만들어 순식간에 49%의 시장점유율로 1위에 올랐다. 또한 브라질 PC 업체인 CCE를 인수해 세계에서 3번째로 큰 PC 시장에서의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물론 극복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레노버는 이제야 제대로 세계 시장에서 싸워볼만한 진영을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부 시장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지역별 편차가 크다. 예컨대 일본에서는 1위지만 호주의 경우 시장점유율이 0.3%에 불과하다. 남미에서도 멕시코는 33.4%를 기록하고 있으나 인접국가인 콜롬비아에서는 4%로 미미한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레노버가 PC뿐 아니라 스마트 기기에서 괄목할만한 성적을 올린다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레노버의 성장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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