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가트너 “애플, 혁신 동력 상실땐 SCM부터 고쳐야”

한주엽 기자
- 제인 버렛 가트너 공급망관리 부문 총괄 부사장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애플이 더 이상 혁신 제품을 내놓지 못할 경우 전통적인 공급망관리(SCM Supply Chain Management) 역량을 키우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트너는 포천 500대 기업의 SCM 수준을 측정해 ‘글로벌 톱SCM 25’ 순위를
매년 발표한다. 애플은 지난 5년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가트너의 이 같은 경고는 다소 이례적이다.

6일 제인 버렛 가트너 공급망관리 총괄 부사장은 “애플은 혁신 제품으로 매번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고, 이는 강력한 브랜드와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며 “다른 업체들은 기존 제품의 수요를 예측하느라 바빴지만 애플은 없던 수요를 만들어냈기 때문에 SCM 관점에서도 경쟁력이 높을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애플의 혁신 및 신 시장 창출 능력이 떨어지면 현재 그들의 SCM 프로세스는 뜯어고쳐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버렛 부사장은 “삼성전자는 애플이 만든 스마트폰 시장에서 더 좋은 하드웨어, 더 좋은 기능으로 무장했고, 매우 선전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애플 제품에서 멀어질 경우 애플은 수요 예측, 자재 구매, 계획 수립, 생산 및 공급 실행 등 모든 SCM 영역에서 현재의 체제를 보다 유연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애플은 전통적 SCM 영역에선 예측력과 실행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곤 한다. 매번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없어서 팔지 못하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는 수요 예측이 정확하지 못한데다 모델 수가 많지 않음에도 불구, 생산 계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방증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 더 팔수 있음에도 못 파는 건 ‘판매 실기’라는 것이다.

그간 애플은 혁신 제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왔다. 또한 자신들은 물론,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판매량으로 매번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그러나 혁신성이 떨어지고, 전통적 SCM 역량 마저 높이지 못한다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버렛 부사장의 생각이다.

그는 “혁신의 아이콘인 스티브 잡스가 사망하자 고위 간부들이 대거 바뀌는 등 애플 내부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는 것 같다”며 “향후 3~5년 뒤 애플이 여전히 혁신 제품으로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인가를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고객사와 협업을 통한 수요 예측 ▲정확하게 지켜지는 생산 및 판매 계획 ▲효율적인 물류 프로세스 등 전자 제조업 업계의 SCM 선두 주자로 꼽았지만 ‘소극적인 정보 공개’ 탓에 최근 순위가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가트너가 조사한 ‘글로벌 톱SCM 25’ 순위에서 2010년 7위 기록한 이후 2011년 10위, 올해 13위로 순위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버렛 부사장은 “순위를 매기는 평가 기준은 200여명의 내외부 전문가 의견, 재고회전률, 최근 3년간의 총자산이익률, 매출성장률 등인데 전문가 의견이 50%로 가장 높다”며 “그런데 삼성전자의 경우 외부로 정보 공개가 전혀 안되기 때문에 높은 점수를 받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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