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된 AP 시장, 퀄컴·삼성 영향력 ‘막강’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스마트폰, 태블릿과 같은 스마트 기기의 두뇌 역할을 담당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AP는 브로드밴드(통신칩)과 함께 스마트 기기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품으로 어떤 제품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성능은 물론 기능까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AP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퀄컴과 삼성전자가 양강구도를 이루고 있는 반면 TI, ST에릭슨, 엔비디아 등은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일부 업체의 경우 적용 분야를 바꿔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AP 시장에서 퀄컴과 삼성전자의 영향력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우선 퀄컴은 올해만 AP와 통신칩을 하나로 묶은 원칩 ‘MSM’ 제품군을 5억9000만개를 선적했다. 또한 내년 1분기에 1억6800~1억7800만개의 MSM 제품군 공급을 목표로 잡았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올해 퀄컴이 128억7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 전년 대비 30%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퀄컴 AP를 채용한 스마트 기기도 날로 늘어나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 팬택 베가R3, LG전자 옵티머스뷰2를 비롯해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구글 넥서스4에도 스냅드래곤 S4 프로(쿼드코어)가 쓰였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시리즈가 간판 AP다. 3분기에만 1800만대 판매를 기록한 갤럭시S3에 갤럭시노트2, 갤럭시노트10.1, 구글 넥서스10에 장착됐다. 최근에는 레노버, 메이쥬 등 중국 업체들도 엑시노스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실적도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다루는 DS총괄 시스템LSI 사업부는 작년 11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증권가 및 관련 업계에서는 올해 시스템반도체 사업에서 13~15조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퀄컴, 삼성전자와 달리 TI, ST에릭슨, 엔비디아 등은 상대적으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먼저 TI는 스마트 기기에 자사 AP ‘오맵(OMAP)’ 탑재를 포기하고 임베디드(내장형 제어) 시장에 주력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1700여명의 구조조정까지 단행한 상태다.
ST에릭슨과 엔비디아는 그나마 사정이 낫다. ST에릭슨은 삼성전자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통해 자사 ‘노바토르’ AP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가 갤럭시 에이스2나 갤럭시 빔, 갤럭시S 어드밴스드, 갤럭시S3 미니 등에 ST에릭슨 AP를 꾸준히 채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릭슨이 보유하고 있는 통신기술을 AP에 접목시켜 내년에는 듀얼코어 기반에 롱텀에볼루션(LTE), 3세대(3G) 고속패킷접속플러스(HSPA+) 등을 지원하는 원칩도 선보일 계획이다. 다만 AP가 주로 보급형 스마트폰에 쓰이고 있어 성장에 한계가 있다.
엔비디아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 윈도RT 태블릿 서피스와 HTC, 에이수스, 후지쯔 등 스마트폰에 사용되고 있지만 이들 업체가 시장에 끼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다.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업체도 있다. 대만 미디어텍이다. 이 회사는 보급형 AP를 내세워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어낼리틱스(SA)에 따르면 미디어텍은 지난해 AP 시장점유율이 1.7%에 그쳤으나 올해 2분기에는 9.7%까지 성장했다.
한편 올해 2분기 AP 시장점유율은 퀄컴이 1위(38.8%), 삼성전자가 2위(25.9%)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업체들은 모두 한자리수 시장점유율을 나타내 상위그룹과의 격차가 상당히 컸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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