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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위기론 왜?③] ‘양날의 검’ 된 특허소송…두 마리 토끼 모두 놓쳐

윤상호 기자

- 경쟁사 위상 상승·소송 남발 기업 이미지 ‘역효과’…실리 위주 선회 검토해야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애플은 위기인가. 승승장구하던 주가는 한 풀 꺾였다. 시장은 애플을 위기로 보고 있다. 애플 위기에 대한 분석은 국내외에서 쏟아지고 있다. 창업주 스티브 잡스 사후 애플에 대한 우려의 반영이다. 새 경영진 아래 나온 신제품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디지털데일리>는 애플의 현재 문제와 극복 가능성을 3회에 걸쳐 분석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편집자주>

‘혁신’을 멈춘 애플의 내부적 위기감을 보여주는 사례는 특허소송이다.

혁신을 거듭하는 것은 정보통신기술(ICT)뿐 아니라 여타 산업에서 쉬운 일이 아니다. 혁신을 수익으로 연결시키는 것도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디지털카메라라는 기술을 처음 개발한 곳은 코닥이다. 그러나 코닥은 그 기술의 가치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다. 오히려 캐논 니콘 등 일본 업체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시장은 재편됐고 코닥은 파산했다. 아이튠즈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로 이어진 애플의 혁신과 성공이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다. 하지만 애플도 벽을 만났다.

특허는 선발기업이 후발기업의 발을 묶기 위해 자주 쓰는 전략이다.

선발기업은 특허소송을 통해 후발기업을 ‘베끼기’를 일삼는 기업으로 인식시킨다. 경쟁사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 로열티를 받게 되면 부수입이라는 직접적 이익과 상대 제품 단가 인상 또는 수익 악화라는 간접적 이익을 거둘 수 있다. 실제적 위협으로 다가오기 전 싹을 자른다는 의미에서 애플의 작년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전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진영에 대한 공세는 나쁜 전략은 아니었다.

문제는 소송의 방향이 애플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은 점이다.

애플이 무기로 꺼내든 디자인 특허 등은 특허가 ICT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사례로 역공 당했다. 더구나 삼성전자와 진행 중인 소송의 경우 대부분의 국가에서 디자인 특허를 인정치 않았다. 미국에서 긍정적 흐름이지만 보호주의라는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다른 특허도 마찬가지다. 반면 삼성전자는 애플의 대항마라는 브랜드 상승효과를 거뒀다. 영국에서는 애플이 삼성전자가 아이패드 디자인을 따라하지 않았다는 광고를 애플 홈페이지를 통해 대신하고 있다.

전체 안드로이드 진영과 다툼은 애플이 소송을 남발하는 회사라는 인상을 줬다. 최근 HTC와 합의를 하고 모토로라모빌리티와 합의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애플이 결국 기술 우위 입증보다는 로열티에 관심이 있던 것이었다는 소송 명분에 대한 의심을 샀다. 특허소송을 통해 잡으려 했던 두 마리 토끼는 모두 놓친 채 우리 안에 있던 토끼마저 달아날 위기에 처한 셈이다.

한편 애플이 벌인 특허소송은 지금으로서는 실리를 찾는 방향으로 정리하는 것이 최선으로 보인다. 로열티를 받을 수 있는 업체는 로열티로 맞교환해야 하는 업체와는 맞교환으로 정리해야 한다. 그동안 우호적 방향으로 보였던 미국에서도 재심리 움직임이 일고 있다. 특허는 무효가 돼버리면 위협의 도구가 되지 못한다. 삼성전자가 승리하면 다른 모든 제조사는 애플의 요구를 들을 필요가 없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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