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호 칼럼

[취재수첩] 공언무시(空言無施)

윤상호 기자
- 통신사, 말로만 ‘보조금 경쟁 지양’ 태도 버릴 때 왔다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한 취업포털 업체가 제18대 대통령 당선인에게 절대하지 않았으면 하는 점을 사자성어로 설문조사 한 결과 ‘공언무시(空言無施)’가 1위로 꼽혔다. 공언무시는 빈말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다음은 근본은 고치지 않고 겉으로만 달라진 체 하는 ‘개두환면(改頭換面)’이 이름을 올렸다.

공언무시 개두환면의 뜻을 생각하다보니 현재 통신 3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통신 3사는 최고경영자(CEO)를 포함 언제나 보조금 경쟁이 아닌 서비스 품질 경쟁력으로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고 말한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 수장과 간담회에서도 약속했다. 하지만 언제나 보조금은 가입자 유치의 가장 큰 도구다. 언제나 과도한 보조금 경쟁을 하다 보니 수익성이 떨어진다. 언제나 수익성이 나쁘니 요금인하 여력이 없다고 한다. 문제가 되면 언제나 상대방 탓을 한다.

실천을 하거나 근본을 고치려는 노력은 1위 사업자도 2위 사업자도 3위 사업자도 하지 않는다. 말로만 겉으로만 서비스 품질 경쟁력 강화다. 보조금 경쟁을 차단하기 위해 이런 저런 자구책이라고 내놓은 것 중 유명무실해지지 않은 것이 없다.

현재 이동통신시장의 혼탁은 정부의 정책실패도 있지만 통신사도 책임이 있다는 말이다. 이러다보니 정부는 통신 3사 순차 영업정지라는 카드까지 꺼냈다. 그러나 벌써 영업정지가 시작되기 전 보조금이 대폭 풀릴 것이라는 관측도 1개 사업자가 영업정지되면 2개 사업자가 그 사업자를 노린 맞춤형 보조금을 지출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실제 일부에서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래서는 이번에 내린 극약처방도 말짱 도루묵이다. 보조금이나 요금 등 기업활동을 정부가 규제하는 것에 대한 통신사의 볼멘소리도 설득력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공약에는 이동통신 가입비 폐지가 들어있다. 통신사는 이에 대해 인위적 간섭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기 전 통신사 자체가 공언무시 개두환면 하는 회사들이 아니라는 점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 기업활동에 대한 정치권의 개입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그러나 오죽하면 이를 소비자가 원하고 있겠는가.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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