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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와 보안 업체의 ‘융합’ 시도가 주목되는 이유 ②

이유지 기자
[IT 전문 블로그 미디어=딜라이트닷넷]

위기에 몰린 네트워크 산업, 성장가도 달리는 보안 산업

몇몇 업체들의 협력과 인수합병 움직임이 주목되는 이유는 네트워크 업체들이 그동안 쳐다보지 않았던 보안 분야에 부쩍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네트워크 장비업체들은 위기에 몰리고 있습니다. 생존에 대한 위협, 미래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큽니다. 

네트워크, 즉 통신장비 업계는 통신사 투자 사이클에 따른 부침이 심하고 외산 솔루션 업체들의 위세가 워낙 강합니다. 대부분 중소기업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ICT·신기술 트렌드를 쫓아가기에 한계를 노출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국산 장비업체들이 국내 시장에서조차 발 디딜 땅이 극히 제한돼 있습니다.

한 장비업체 임원은 “현재의 사업구조가 성장세에 있지 못하고 미래도 불투명하다. 성장동력을 만들 수 있는 신사업을 찾을 수밖에 없는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에 국내 보안업계는 크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사이버위협이 커지면서 시장규모가 커졌습니다. 지속적인 수요를 이끌 법·제도도 잘 갖춰져 있지요. 심각한 보안사고가 많이 터질수록 계속 법·제도가 새롭게 생겨나고 강화되고 있습니다.   

‘안보’·‘보안’의 관점에서 다뤄지기 때문에 제품의 보안성 시험·검증 등을 거친 까다로운 인증정책이 시행되고 있고, 공공 시장과 기업의 국산 제품 선호도도 높습니다. 사실 초기에는 정부가 ‘대놓고’ 뒷받침해줬기 때문이지만, 그 사이 국내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도 높아졌습니다.

이제는 ICT 시장에서 국산 제품이 경쟁력을 갖춰 강세를 띠고 있는 몇 안되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바로 보안산업입니다. 해외 수출 실적도 커지고 있습니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구멍가게 수준으로 취급받던 보안업체들은 이제 번듯하게 성장한 모습입니다. 몇몇 선두업체들은 네트워크 장비업체의 매출 규모를 뛰어넘을 것 같습니다. 벤처로 시작한 안랩의 지난해 3분기 누적매출이 853억원으로, 2012년 매출 1000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앞에 언급된 윈스테크넷의 2012년 3분기 누적매출은 409억원, 영업이익 102억입니다. 당초 매출 목표인 550억원을 크게 상회해 600억원을 훨씬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2013년 매출 목표는 800억원으로 잡았다고 합니다.   

이제 보안업체들도 더 큰 시장으로 진출할만한 규모와 여력을 갖추게 된 것입니다.

융합화·SW 중심 추세 변화…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 해법 안될까?

더욱이 지난해 네트워크 시장 이슈 가운데 하나가 보안이었는데요. 미국에서 중국 통신장비 보안 이슈가 불거지면서 해외 여러 국가에 이어 국내서도 이 문제가 도마에 올랐습니다.

이를 계기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가 ICT의 근간이 되는 통신 인프라 정책도 안보 및 보안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보안성을 확보할 평가·인증 적용 등 관련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방안까지 제안되기도 했었지요. (관련기사)

아울러 국가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ICT 생태계를 강화하는데 있어 국내 통신장비 산업 육성이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ICT 시장과 네트워크의 시장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기술이 ICT 시장의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모바일, 클라우드, 가상화 등 ICT 시장을 이끌고 있는 키워드는 모두 소프트웨어 이슈입니다. 소프트웨어 기술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네트워크 시장도 다르지 않습니다.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킹(SDN)이 급부상하면서 네트워크의 패러다임을 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국내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은 지금도 이미 기술 개발 비중의 60~70%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고 하더군요. IP 장비인 스위치뿐 아니라 전송 장비도 융합화되면서 소프트웨어 기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소프트웨어 기술 확보가 네트워크 산업의 경쟁력을 가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네트워크 업체들은 소프트웨어 기술 인력 확보에 애를 먹고 있고, 보안 업체들은 하드웨어 인력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고 하니 융합화가 추진된다면 이 문제도 해결될 수 있겠군요.

사실 국내에서도 이미 네트워크 회사들이 보안 사업에 진출했거나 보안을 접목해 틈새시장을 개척한 사례가 있습니다. 

외산 L4-L7 스위치, ADC 솔루션 업체들과 경쟁하고 있는 파이오링크는 한참 전에 보안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제품의 특성상 보안과도 궁합이 잘 맞지요. 현재 이 회사는 웹방화벽, 인터넷전화(VoIP) 보안 솔루션을 개발, 공급하고 있습니다. L2 보안 스위치 사업도 벌이고 있습니다.

한드림넷은 네트워크 장비에 보안 기능을 접목한 L2 보안 스위치를 개발,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습니다. 이 분야에서 자기 시장을 굳히고 최근에는 보안 백본 스위치도 출시한 상태입니다.

이 두 회사는 규모가 아주 크지 않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차별화해 경쟁력을 창출한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이들을 보면서 그래도 아직은 국내 산업에 희망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지금 내 앞에 가까이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지 말고 고개를 약간만 들어 조금씩 더 멀리, 넓게 보기 위한 시도와 연습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이유지기자의 블로그=안전한 네트워크 세상]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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