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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ICT결산]차세대 혁신기술 대거 등장…네트워크업계 ‘격동의 해’

이유지 기자
- SDN, 전송+IP 융합 등 차세대 기술 화두, 정부 국내 산업 지원 움직임 강화

[디지털데일리 이유지기자] 국내 네트워크 업계에게 2012년은‘격동의 해’였다. 경기침체로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은 아예 기대할 수 없었지만 기술적 측면에선 네트워크 시장 구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만한 핵심 이가 많이 쏟아져 나왔다.       

대표적인 것이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킹(SDN)’ 기술이다. 개념 시장에 본격적으로 등장함에 따라 20~30년 만에 네트워크 시장에 변혁을 일으킬 기술로 주목받게 됐다. 또 광 전송과 IP 융합 시장이 본격 개화되는 등
전문가들은 올해가 변화의 원년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무선 네트워크의 경우에는 이미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로 ‘올(All) IP’ 시대가 활짝 열렸다. 유·무선을 막론하고 네트워크 시장에서 이같은 변화의 소용돌이 안에 있는 국내 유무선 통신·네트워크 장비 산업계는 큰 위협을 느끼고 있다.

지속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 생존 자체에 대한 위기감이 심화된 가운데,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KANI)를 중심으로 뭉쳐 통신사와 정부·공공기관에 국산 장비에 대한 공정 경쟁 조성과 인식 변화, 정책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크게 높였다. 정부도 이에 부응하는 전향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국내 네트워크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며 선전해온 외산 솔루션 업체들은 크게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SDN’·‘융합화’, 차세대 기술로 지각변동=SDN은 전세계 네트워크 시장에서 높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시스코, HP, IBM, 브로케이드, 익스트림네트웍스 등 네트워크 회사들은 잇달아 프로그래밍 가능한 네트워크, SDN을 구현할 전략과 지원 제품을 선보이면서 새로운 네트워크 패러다임에 부응하고 나섰다.  

VM웨어는 ‘소프트웨어정의데이터센터(SDD)’를 만들겠다며 잘 알려지지도 않았던 SDN 신생업체인 니시라를 거액에 인수해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에 SDN 관련 신생업체들도 많이 생겨났다. 더불어 기존의 주요 업체들의 네트워크 가상화 및 클라우드, SDN 관련 신생업체 인수 행보가 잇따르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NEC가 한국 사업을 강화하고 나선 가운데 VM웨어 니시라, 빅스위치네트웍스 등 해외 SDN 관련기업의 진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토종 SDN 신생업체도 생겨나고 있다.

대학에서의 SDN 관련 연구도 역시 활발히 진행 중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기업의 SDN에 대한 관심도 높다. SDN으로 인한 네트워크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생겨날 기회를 국내 산업이 포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따라 2013년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사업인 산업융합원천기술개발 사업에 SDN·오픈플로우 관련 과제가 포함될 예정이다.  

SDN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면서 현재 통신사·포털·대기업 등에서 활발히 테스트를 벌이고 있다. 내년에는 국내에서도 본격 도입 사례가 생겨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DN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시장은 융합화을 통한 차세대 기술이 잇달아 등장, 도입이 가속화 되고 있다. 유·무선을 막론하고 ‘올 IP 시대’가 본격 개화하면서 광 전송과 IP로 나눠져 있던 유선 네트워크 시장 경계가 급속도로 허물어지고 있다.

올해 지자체 회선임대, 통신사 시장에서 이슈화된 캐리어이더넷이 대표적이다. 전통적인 광 전송 업체들은 패킷 기술을 적용한 POTS(Packet Optical Transport System), PTN(Packet Transport Network) 등의 솔루션을 출시하면서 IP 기술을 이미 수용하고 있다. IP 영역에서도 대용량 라우터에 광 전송 기능이 통합된 ‘컨버지드 코어 라우터’를 비롯한 융합형 솔루션 출시도 두드러졌다.

IP 기술의 대표주자인 시스코가 기존의 WDM·DWDM·ROADM 등의 광 전송 시장에 본격 진출해 KT에 IPoDWDM(IP over DWDM) 레퍼런스까지 확보한 것이 대표적이다. 국산 장비업계도 SNH, 우리넷, 코위버, 텔레필드와 같은 광전송 업체들뿐 아니라 다산네트웍스, 유비쿼스도 PTN 등 캐리어이더넷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국내 산업 활성화, 범정부 차원 정책 지원 기조=올해에는 네트워크 산업 발전과 바른 생태계 구성을 위한 정부의 움직임이 강화됐다. 2010년에 네트워크 장비산업 발전전략을 내놓으면서 관련산업 정책을 본격화한 지식경제부뿐만 아니라 방송통신위원회도 적극 나섰다. 행정안전부도 원칙적으로 동조하며 협조에 나서려는 모양새다.   

방통위는 네트워크 장비산업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실시, 산업계 현황을 파악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 통신사업자 네트워크 장비 유지보수체계를 개선할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4개 통신사업자들에 수요예보도 실시토록 했다.

지경부와 방통위에 행정안전부 관계자를 비롯해 산·학·연 전문가가 참여하는 ‘네트워크산업발전 협의회’도 구성했다. 이와 더불어 지경부는 네트워크 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 수립에 착수해, 내년 초에 실행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 방안에는 국내 장비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국내외 사업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지원 방안이 담기게 된다. 국산 장비는 글로벌 기업 대비 경쟁력이 취약하다. 하지만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분야에서도 차별적 인식과 신뢰성 부족, 외산 장비 선호 인식이 강하다.

이에 따라 공공시장에서부터 국산 장비를 많이 도입할 수 있도록 국산 장비의 인식개선과 신뢰성·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지원체제를 마련할 예정이다. 해외 시장 진출을 확대할 기반도 마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공공 시장 등에서 외산 솔루션 업체들의 사업 여건은 이전보다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불안감 속 네트워크 업계, 예상보다는 선전=실적 측면에서 올해 네트워크 업계는 예상보다는 선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분야별로는 차이가 있겠지만 전체적으로는 2~3년간의 극심한 침체를 딛고 지난해부터 성장세로 돌아선 시장 분위기를 올해까지 이어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국내 주요 네트워크 장비업체의 올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상승하거나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사 LTE 투자가 올해까지 넘어왔고, 트래픽 증가에 발맞춰 기존 네트워크를 최적화하기 위한 투자가 이어진 것이 힘이 됐다.

방송통신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올해 통신사들의 네트워크 장비 구매율도 지난해에 비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시장 역시 통신사 회선 서비스를 받는 지자체 통합망 개비 주기가 다가오면서 사업이 활발히 이뤄진 편이다.

국산 장비업체들은 통신사 의존도가 높은 매출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공공·기업 시장으로 사업 외연을 확대하기 위한 시도를 벌였다. 해외 진출 확대를 위한 도전도 계속됐다.  

장지영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KANI) 부회장은 올해를 “대기업, 글로벌 기업과의 투쟁의 연속이었다”고 평가하면서 “올해 네트워크 산업은 전년대비 비슷한 수준이 예상되지만 내년에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어 “다만 내년부터 지경부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이 본격 시작되면서 실행력이 갖춰지면 전환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유지 기자> yj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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