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삼성전자, ‘만리장성 넘기 쉽지 않네’…中하이신그룹과 제휴

이수환 기자

- 하이신그룹 냉장고 OEM 방식으로 수입
- 중국내 생활가전 사업 확대 위한 전략적 판단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삼성전자가 중국 종합생활가전 업체 ‘하이신그룹’의 냉장고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국내에 들여온다. 그 동안 제습기, 진공청소기 등 소형생활가전을 외부 업체에서 OEM으로 공급받은 적은 있으나 냉장고는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중국 쑤저우(蘇州) 공장에서 생산한 19Kg, 21Kg 프리미엄 드럼세탁기를 국내에 들여오고 지난 12일 광저우에서 열린 ‘삼성중국포럼’을 통해 대용량 프렌치도어 냉장고 및 자연가습청정기를 소개하는 등 중국내 생활가전 사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이는 현재 중국에서의 삼성전자 생활가전 입지와도 관련이 깊다. TV와 휴대폰은 톱클래스지만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등 생활가전의 경우 중국 현지 및 외국계 업체의 양공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은 미국, 유럽과 함께 세계 최대 생활가전 시장 가운데 하나다.

실제로 중국 인터넷소비연구조사센터(ZDC)에 따르면 중국 냉장고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11.7%의 시장점유율로 1위를 기록한 지멘스(21.5%), 2위 하이얼(21%)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중국 종합생활가전업체 하이신(海信)그룹이 만든 냉장고를 OEM 형태로 국내에 들여온다. 구체적인 모델 숫자와 수량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200리터급 이하 소형 냉장고가 유력하다. 삼성전자가 중국 업체 냉장고를 수입하는 것은 생활가전 사업을 시작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하이신그룹과의 제휴는 내부적으로 밝힐 수 없는 사항”이라며 말을 아꼈다.

하이신그룹은 1969년 설립됐으며 칭다오에 본사가 있다. 하이얼, 거리, 메이디와 함께 중국을 대표하는 생활가전 업체이며 베이징, 구이양, 랴오닝, 난징 등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중국 TV 시장에서 만만치 않은 시장점유율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전 세계 액정표시장치(LCD) TV 시장에서는 7위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하이신그룹 냉장고를 국내로 들여오는 대신 중국내 유통망 확보와 대도시 이외 지역 마케팅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내 삼성전자 생활가전 사업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삼성전자는 중국에서의 유통망 확보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결국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대도시 위주로 마케팅을 펼치면서 소규모 도시와 농촌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 것이 이유라는 분석이다. 궈메이, 쑤닝과 같은 대형 유통 업체와 협조가 잘 이뤄지고 있지만 이들도 최근에서야 중소규모 도시로 매장을 확대했다. 이러는 사이 중국 현지 업체들은 구석구석 현지 유통망을 구축해 시장점유율을 높였다.

또한 중국은 거대한 인구만큼이나 다양한 소비자 요구가 존재한다. 삼성전자가 아무리 중국에 대규모 공장을 가지고 있어도 정부 지원을 받는 현지 업체보다 많은 수의 신제품을 내놓기란 쉽지 않다. 하이얼만 하더라도 2009년 세탁기 신제품이 155개에 달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 토종 업체들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고 자체 유통망과 A/S 시스템을 갖춰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현지 공략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하이신도 2007년 국내에 진출한바 있으나 별다른 결과물이 없어 결국 양사가 필요에 의해 만났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이수환 기자
webmaster@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