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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사용자 열받게하는 공포마케팅

이민형 기자

[디지털데일리 이민형기자] 지난 20일 발생한 전산망 마비 해킹으로 보안업계가 시끌벅적하다.

해킹 사고 이후로 보안업계는 크게 두가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해킹이 왜 발생했는지 분석하고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는 업체가 있는 반면, 일부 업체들은 해킹 사고를 빌미로 ‘공포마케팅’을 펼치는 모습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은 ‘우리 솔루션을 도입했더라면 이러한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 ‘이 제품을 구입할 경우 사전에 피해를 탐지할 수 있다’는 취지로 보도자료를 보내면서 조만간 공격이 또 감행될 것이라는 공포감도 조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기사 내용을 접하는 사용자들은 내용에 공감하기보다는 "웬 뒷북이냐"며 열부터 내는 게 대체적이다. 또 이번 3.20 전산대란에서 '어떤 은행이 무슨 시스템을 썼기때문에 보안에 강했다'는 얘기가 시장에 돌았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공감하지 않는다'며 헛웃음을 짓는다.

교육쪽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 해킹으로 인한 피해가 급증하면서 보안업계에서도 이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마케팅 기법에 대해 비난할 순 없다. 상황이 어찌됐건, 최종 판단은 소비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시적인 관점에서 이러한 방법이 시장과 업계에 도움이 될 것인가.

이와 관련 글로벌 보안업체 총판의 관계자는 “이런 시기일수록 본사나 윗선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에 대한 압박이 많이 들어온다. 하고 싶어서 하는 업체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과거 7.7디도스, 농협해킹 사건 이후로 국내 보안시장의 크기가 확 커지지 않았나. (공포마케팅이) 장기적인 안목에서는 틀린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보안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져 시장의 크기가 확장되는 것은 업계 종사자로서 반가운 일이다. ‘유비무환(有備無患)’, ‘위기를 기회로 삼자’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바람직 스런 모습은 아니다. 보안 솔루션이 모든 보안위협에 대응할 순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왜 이러한 해킹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를 보안업계 모두가 고민해봐야 할 때다.

<이민형 기자>kik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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