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칼럼

[취재수첩] 올해 공공 IT사업, 풍요속 빈곤

이상일 기자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올해는 중소기업이 주 사업자로 참여하는 공공 SW사업 원년이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SW산업진흥법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수요처인 중소·중견 SW업체는 물론 발주처인 공공기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가 늦어지면서 당초 올해 1분기에 나올 예정이었던 전자정부사업이 2분기에 한꺼번에 몰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IT인력이 빠듯한 중견업체들에게는 한꺼번에 쏟아지는 사업중 하나를 취사 선택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풍요속의 빈곤이다.


당초 정부는 80%에 가까운 전자정부 사업을 상반기 중으로 발주할 예정이었다. 1분기에 전체 사업의 69.2%를, 2분기에는 14.5%를 발주키로 한 것. 하지만 발주처의 역할조정이 늦어지고 사업주체가 모호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대부분의 사업 발주가 2분기로 늦춰졌다.

한 IT서비스업체 관계자는 “수요예보를 통해 꼭 참여해야 하는 사업에 대해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은 하고 있다”며 “하지만 사업이 한꺼번에 나올 경우, 투입 인력에 한계가 있는 만큼 일부 사업에 대응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전했다.

사업이 한꺼번에 몰리게 되면 업체로선 사업규모와 상징성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사업의 경우 사업 참여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

사업 참여 우선 순위에서 밀리게 되는 소규모 사업의 경우 시장에서 외면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사업 유찰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지적이다.

사업 유찰은 자연스럽게 사업의 품질 확보를 어렵게 한다. 물론 소규모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업체들도 나타날 것이다. 문제는 사업 능력이 검증되지 못한 업체들의 참여는 결과적으로 프로젝트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올해 전자정부 사업의 규모가 예년에 비해 줄어들어 이 같은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하지만 전자정부사업에 대한 중소기업의 주도적 참여가 올해 첫해를 맞이하는 만큼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빌미를 주어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올해는 대기업의 사업 참여가 전면 제한되는 원년인 만큼 정부는 물론 업계에서도 이번을 기회로 국내 SW 및 시스템 구축 시장의 생태계를 바꿀 수 있는 원동력을 얻고자 하고 있다.

하지만 주변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 정부는 물론 업체들도 책임감을 가지고 현재 산적해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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