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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27만원 이하인데, 방통위 시장조사 왜?

채수웅 기자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정부가 단말기 보조금 조사에 착수했다. 과열 경쟁이 나타나면 으레 이뤄지는 조사지만 시장이 크게 과열되지도 않았는데 조사에 착수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8일부터 이동통신 3사 본사 및 전국의 주요 지사, 대리점 등을 대상으로 단말기 보조금 지급과 관련해 차별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한 사실조사에 착수했다.

방통위에 따르면 이동통신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 3월 14일 제재조치 이후 4월 14일까지는 번호이동 시장이 안정적이었지만 이후부터 과열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통위는 하루 번호이동 규모가 2만4000건을 넘어설 경우 시장이 과열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즉, 4월 15일부터 적정규모를 넘어서더니 4월 22일, 5월 6일에는 각각 4만6000건, 4만2000건으로 과열기준을 크게 초과해 시장조사에 착수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9일 뉴스와이 인터뷰에서 "6월경에 종합해서 본보기로 처벌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사업자 처벌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보조금은 가이드라인 준수…영업정지 기간엔 초과=번호이동 규모만 놓고 보면 시장과열로 판단할 수 있다. 또한 주말에 치고 빠지는 식의 가입자 유치가 나타난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보조금 지급 규모다. 방통위는 보조금 가이드라인을 통해 단말기당 27만원을 넘어설 경우 이용자 차별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 조사대상 기간은 4월 22일부터 5월 7일까지이다. 번호이동 규모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보조금은 가이드라인의 27만원을 초과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방통위도 "보조금 수준이 위법성 기준에 근접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보조금 수준이 위법성 기준에 근접한 24만원 이었으며 인기 LTE 단말기의 경우 대부분 26만원 이상이었다"고 설명했다.

즉, 번호이동 규모는 기준을 초과했지만 보조금은 가이드라인 허용 범위였다.

다만 방통위는 이통3사의 신규모집 금지기간이었던 1월 8일부터 3월 13일까지 기간에 대해서도 사실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 기간 중 일평균 번호이동 규모는 2만8000건, 보조금은 28만8000원으로 조사됐다. 이 기간의 경우 번호이동, 보조금 규모가 적정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가 이뤄져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때문에 이경재 위원장의 발언처럼 경쟁 유발사업자에 대한 징계 여부는 영업정지 기간에 대한 조사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요금경쟁으로 급속전환…징계수위 강화 이유는?=하지만 4월 22일부터 5월 7일간의 조사에 대해서는 통신 업계에서도 지나친 것 아니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 기간 중 번호이동이 많이 발생한 것에 대해 통신업계는 경쟁적인 음성 무제한 요금제 때문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3월 SKT가 출시한 음성무제한 요금제는 50일만에 가입자 155만을 확보했다. 상당수가 자사 가입자지만 40% 가까이는 단말기를 교체(신규/기변)하면서 요금제를 변경한 경우다. 번호이동 규모를 정확히 밝히지는 않고 있지만 요금제 가입자의 20% 정도는 타사 가입자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LG유플러스도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 중 타사에서 번호이동한 규모는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가 번호이동을 통해 요금제에 가입했다는 것이 LG유플러스의 설명이다.
즉, 해당 기간 중 번호이동 규모가 적정수준을 넘어서기는 했지만 치열한 요금경쟁이 펼쳐졌던 기간임을 감안하면 무조건 보조금 경쟁으로 몰아가는 것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

실제 4월 전체 번호이동자 수는 72만8000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6% 감소했다.

때문에 방통위의 이번 조사가 보조금 규제법 추진을 앞두고 통신사 길들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가능하다. 통신사들은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내용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특히, 단말기 할인과 요금할인 분리요금제 도입은 통신 3사 모두가 반대하고 있다.

또한 이경재 신임 방통위원장의 정책의지로 인해 추진됐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방통위는 이례적으로 하루 보조금 규모 등 상세한 데이터를 공개하며 통신사를 압박하고 있다.

보조금 규제 법안의 추진에 시장조사까지 겹치면서 통신업계의 대 정부 스트레스도 커질 전망이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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