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김기남 삼성디스플레이 대표는 21일(현지시각) 캐나다 벤쿠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 2013’에서 ‘디스플레이와 혁신 : 디스플레이가 만들어가는 신나는 미래’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김 대표는 이날 ‘신나는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한 혁신 디스플레이 기술, 그리고 양산을 위한 선결 과제 등 10가지 이슈를 공개했다.
10가지 이슈 가운데 몇몇은 이미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선 잘 알려진 얘기지만, 삼성디스플레이의 고민 혹은 기술 개발 로드맵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그간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 같은 기술 발표를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번 김 대표의 연설은 꼼꼼히 살펴볼만 하다.
그가 저온폴리실리콘(LTPS) 박막트랜지스터(TFT) 공정의 우수성을 여러 차례 강조한 점은 특히 눈에 띈다. 삼성을 제외한 대부분의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들은 LTPS 대신 IGZO(혹은 옥사이드) 공정을 도입하고 있다. 기술 생태계에서 ‘고립’은 곧 ‘파멸’을 의미한다. 그간 우리는 굉장히 좋은 기술이 시장 논리로 사장되는 광경을 자주 목격해왔다. 대외 활동에 소극적인 삼성디스플레이가 자사의 양산 경험을 토대로 LTPS의 우수성을 강조한 건 ‘고립’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 아닐까.
아래는 김 대표가 밝힌 10가지 이슈.
1. 플라스틱 기판 소재의 경도 및 내구성 확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 탑재되는 플라스틱 기판 소재의 경도(硬度) 및 내구성 확보가 시급하다. 플라스틱은 기존 디스플레이의 소재인 유리와 비교했을 때 경도와 내구성이 떨어진다. 경도 문제는 유기물과 무기물을 합친 하이브리드 재료를 개발, 이를 플라스틱 표면에 코팅하는 방법으로 해결 가능하다. 또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겹으로 층(레이어)을 쌓는 방법의 구조적 보강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2. TPS의 핵심 소재인 ITO 대체
터치스크린패널(TPS)의 핵심 소재인 인듐주석산화물(ITO) 필름의 일반적 곡률반경(bending radius)은 8mm로 휘어짐이 완만하다. 완만하게라도 자꾸 구부릴 경우 제 기능을 잃을 수도 있다. 따라서 TPS 전극 소재를 기존 인듐에서 은이나 구리 같은 금속(metal mesh)으로 변경하거나 실버나노와이어(silver nano-wire)로 교체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이들 소재를 쓰면 곡률반경은 2mm로 낮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보다 유연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곡률반경이 1mm 이하의 ‘궁극적’ 플렉시블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탄소나노튜브(CNT)나 그래핀, 전도성 고분자(conductive polymers) 같은 새로운 소재를 적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 소재를 활용한 TSP 전극 형성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다.
3. 차세대 박막 봉지 기술
차세대 봉지(밀봉, encapsulation) 공정 기술은 플렉시블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양산을 위해 꼭 필요한 기술이다. AM OLED의 주 원료인 유기EL은 산소나 수분에 노출되면 제 기능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휘어지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로 만들기 위해서는 봉지 공정에서도 유리를 대체할 소재를 찾아야 한다. 김 대표는 박막(Thin Film) 봉지, 즉 TFE로 명명된 기술이 해결책이며 대량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TFE는 TFT 기판 위에 유기EL을 증착한 후 또 다시 유기물과 무기물 층을 교차로 덮어 산소나 수분으로부터 유기EL을 보호하는 다층 박막 공법. 관건은 여러겹인 층(레이어)를 줄여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업계 및 학계에선 TFE 기술은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 대표의 “대량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는 발언은 그간 연구개발(R&D)에 상당 부분 진척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4. LTPS는 차세대 AM OLED를 위한 유일한 해결책(1)
김 대표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 가장 알맞은 TFT 재료가 폴리실리콘(Poly-Si)이라고 강조했다. 폴리실리콘은 기존 아몰퍼스실리콘(a-Si) 대비 전자의 이동도가 100배 이상 빠르고 안정성도 높다. 폴리실리콘은 현 상태 그대로도 5mm의 곡률반경을 갖고, 구조 변경을 통해 이 반경을 2mm 이하로 낮출 수 있다. 김 대표의 이 같은 강조는 IGZO(인듐[In], 갈륨[Ga], 아연[Zn] 산화물[O], 옥사이드라고도 부름)가 아닌 저온폴리실리콘(LTPS) 공정을 도입한 자사의 선택이 ‘장기적으로는 옳다’는 주장을 우회적으로 펼친 것이라 해석된다. 아울러 그는 가장 이상적인 TFT의 재료는 유기물(폴리사이오펜, 저분자 유기물, 용액 공정의 인쇄 TFT 등)이겠지만 업계가 요구하는 사양을 충족시키려면 많은 과제를 풀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5. LTPS는 차세대 AM OLED를 위한 유일한 해결책(2)
전기적 안정성이 뛰어난 LTPS TFT 공정은 높은 광학 성능의 발광층을 구성할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갤럭시S4에 탑재된 풀HD AM OLED 패널의 다이아몬드 컬러 패턴이 좋은 예다. 김 대표는 전력 소모량을 포함한 거의 모든 측면에서 AM OLED가 액정표시장치(LCD)보다 낫고, 이 같은 차이는 해상도가 높아질 수록 확대될 것이라는 견해를 내비쳤다. 이는 불안정한 문턱전압으로 양산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IGZO 방식을 평가절하함과 동시에 LCD보다 AM OLED가 우위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6. LTPS는 차세대 AM OLED를 위한 유일한 해결책(3)
LTPS의 경쟁력 소개(?)는 이어졌다. 폴리실리콘 TFT는 높은 전자 이동도와 대형 사이즈에서의 우수한 전기적 안정성을 갖췄고, 수명도 길다. 따라서 LTPS 도입은 대형 및 고해상도 AM OLED 패널을 만들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그는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4K 2K(UHD)의 다음 세대인 8K 4K 해상도에선 LTPS가 유일한 대안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7. 투명 디스플레이를 위한 기판 및 음극 재료의 투명화
투명 AM OLED를 양산하려면 내열성이 강하면서도 보다 투명한 기판을 개발해야 한다. 가공온도가 350도 안팎인 LTPS 공정을 견딜려면 내열성이 높은 플라스틱 기판이 개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음극(cathode, OLED는 양극과 음극의 전극 사이에 유기물을 배열하고 전기를 가해 빛을 낸다) 재료 역시 투명해져야 한다. 음극 투명도는 80%는 돼야 투명 디스플레이에 적합하다.
8. 낮은 소비전력의 인광 재료 적용 확대
AM OLED 패널을 탑재한 스마트폰에서 디스플레이 모듈이 차지하는 소비 전력은 절반 가까이 된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스스로 발광하는 유기EL 재료에서 소비된다. 스마트폰의 배터리 사용량을 늘리려면 보다 전기를 덜 먹는 고효율 유기EL 재료가 개발돼야 한다. 잘 알려진 인광 재료는 형광 재료보다 효율이 3배 가량 높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2011년부터 적(R)색 인광 재료를 자사 AM OLED에 적용해왔다. 갤럭시S4에 탑재되는 최신형 AM OLED 패널에는 녹(G)색 인광 재료가 사용됐다. 2018년에는 청(B)색에도 인광 재료가 적용될 것으로 관측됐다. 이렇게 되면 전력 소모량이 크게 줄 것 이라는 기대다.
9. 디스플레이 패널에 센싱 기능 접목
조금은 먼 미래 얘기지만 디스플레이 패널에 산화아연(ZnO)을 접목, 다양한 센싱 기능을 구현한다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이 기술이 완성되면 디스플레이 패널이 터치 피드백을 제공하거나 유해 화학물질을 감지할 수 있게 된다.
10. 디스플레이의 빛 파장을 활용한 피부관리
디스플레이가 헬스케어 용도로 쓰일 수 있다는 아이디어도 발표됐다. 예컨대 415nm 파장의 빛은 살균 효과가 있어 여드름 치료에 효과적이다. 633nm의 파장은 콜라겐을 활성화시켜 얼굴 주름을 없애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