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생명 인수를 둘러싼 IT통합의 복잡한 셈법
- 차세대시스템 오픈한 ING생명 시스템 위주의 시스템 통합 우세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ING생명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보고펀드·동양생명 컨소시엄이 선정된 가운데 향후 IT통합 시나리오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생명보험의 IT통합의 경우 방대한 상품과 계약조건 탓에 시스템 통합이 쉽지 않다. 여기에 피인수 기업인 ING생명이 최근 차세대시스템을 오픈한 것도 IT통합 전개방향에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동양생명이 ING생명의 인수에 성공하든, 혹은 차순위로 거론되고 있는 한화생명이나 교보생명이 인수에 성공하든 IT통합을 두고 복잡한 셈법이 논의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동양생명 등 내외부 관계자에 따르면 동양생명이 ING생명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당분간은 각사 이원화 전략이 구현될 것으로 보여 IT통합 자체는 당장의 이슈가 아닐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융권의 M&A가 결과적으로는 통합된 하나의 회사로 발전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IT시스템 통합은 시간의 문제일 뿐 이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ING생명은 지난 18일 차세대 시스템 ‘ELIS(Enterprise Life Insurance System, 엘리스)’를오픈했다. 엘리스는 300여 명의 인력이 2년이라는 개발과정 끝에 완성된 프로젝트로 500억 원의 자금이 투입된 대규모 차세대 시스템이다.
업계에서는 ING생명의 차세대시스템이 ING그룹의 글로벌 프랙티스를 적용하기 보다는 한국 상황에 맞는 시스템 구축을 진행한 만큼 큰 틀에서 국내 보험업체의 시스템과 통합하는 게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ING생명 차세대시스템은 삼성SDS가 주사업자로 참여했으며 ING그룹 아키텍처 일부와 삼성SDS의 보험 아키텍처를 결합해 구축됐다. 변화 및 방대한 상품을 충족시키는 국내 보험업계의 시스템 설계 사상이 충분히 반영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제 막 안정화에 들어간 차세대시스템은 인수업체 입장에선 복잡한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한다는 점에서 문제다. 통상적으로 IT시스템 통합의 경우 인수업체의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피인수 업체의 시스템 데이터를 이관하게 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스템 통합의 경우 양사의 시스템을 분석해 기능적으로 우위에 있고 통합작업에 용이한 시스템을 골조로 하는 편”이라며 “하지만 M&A 특성상 기업간 정치적 문제가 부각될 수 밖에 없어 피인수 기업의 시스템이 흡수되는 쪽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ING생명의 경우 5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차세대시스템을 올해 오픈한 만큼 인수업체로선 ING생명의 차세대시스템을 ‘외면’할 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시스템 노후화가 진행된 인수업체 입장에선 저렴한 비용으로 ‘준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꾀할 수 도 있다.
현재 우선협상 과정을 진행하고 있는 동양생명의 경우 지난 2008년 12월 차세대시스템을 오픈한 바 있다. 동양생명은 당시 업계 최초로 SOA(서비스지향아키텍처) 기반 차세대시스템으로 주목받았다.
당시 결과물에 대한 완성도도 높이 평가받아 최근 현대라이프가 지난해 차세대시스템 사업자로 동양네트웍스를 선정하고 동양생명 차세대 시스템 비즈니스 패키지를 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동양생명 차세대시스템이 오픈한지 5년째로 접어들면서 상대적으로 노후화됐다는 점이 고민이다. SOA 적용으로 시스템 고도화를 위한 유연성은 좋아졌지만 올해 오픈한 차세대시스템과 비교하면 기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동양생명이 ING생명 인수에 성공하면 ING생명 ‘엘리스’에 기반한 시스템 통합을 고려할 가능성도 높다. 양사의 시스템이 오픈 아키텍처 및 SOA, 분산 아키텍처를 지향하고 빠른 상품개발에 초점을 맞춘 만큼 융합이 어렵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편 IT운영의 경우 동양생명은 동양네트웍스가 시스템운영 아웃소싱을 전담하고 있으며 ING생명은 자체 IT본부에서 시스템 운영을 맡고 있다. 따라서 양사의 인수계약이 이뤄질 경우 ING생명의 IT운영 아웃소싱 논의도 불거질 전망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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