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OLED의 최대 경쟁상대 LCD

한주엽 기자

LG를 시작으로 삼성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출시했다. 전문가들은 OLED 패널의 생산 수율 향상, 원가 절감이 이뤄지면 액정표시장치(LCD)가 주류인 평판TV 시장이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디지털데일리>는 OLED TV의 첫 상용화가 이뤄진 현 시점에 맞춰 패널 기술 방식, 과제, 업체별 개발 동향을 소개한다.<편집자 주>

[기획/OLED TV③] OLED TV 원가 및 해상도, LCD에 열세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LG전자가 최근 출시한 55인치 울트라HD(UHD) LCD TV인 55LA9700 모델의 인터넷 최저가는 8월 중순 현재 600만원이 약간 넘는다. 풀HD 해상도를 지원하는 55인치 곡면 OLED TV인 LG 55EA9800 모델의 인터넷 최저가는 1245만원으로 두 배 가격이다.

UHD TV는 풀HD TV(1920×1080)보다 4배 선명한 3840×2160 해상도를 지원한다. 당신이 55인치 TV를 구매하려 한다면, 절반 가격에 해상도가 4배 높은 LCD를 구매할 것인가, 아니면 OLED TV를 구매할 것인가. 답은 이미 나와 있다. OLED 업계의 최대 경쟁자는 다름 아닌 LCD다.

LCD가 브라운관(CRT) TV와 경쟁했던 과거와는 상황이 다르다. LCD는 CRT 대비 충분히 얇고 가벼워 TV 폼팩터의 혁신을 이룰 수 있었다.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몇 배의 비용을 더 지불하고 CRT 대신 LCD를 선택했었다. 그런데, OLED TV는 LCD보다 얼마나 뛰어난가? OLED TV의 가치를 소비자들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나? 업계 그 누구도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을 수 없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더욱이 LCD는 LCD대로 기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폐막한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 2013에선 LCD 분야의 접수 논문은 작년 대비 4배나 확대된 16편이었다. 이는 OLED 분야 접수 논문(15편)보다 많은 것이다. LCD는 절대 죽지 않았다. 오히려 대형화, 투명화 등에선 OLED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렇다면, OLED TV는 왜 LCD보다 비쌀 수 밖에 없나.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가 최근 발간한 ‘OLED 비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LG디스플레이가 생산하고 있는 55인치 풀HD OLED 패널의 원가는 2454달러(우리돈 약 27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크기의 LCD 대비 약 6.6배 높은 것이다. 원가에는 재료비를 포함한 순수 생산 비용과 공장 감가상각비, 인건비, 수율 등이 포함돼 있다.

OLED 패널 원가가 이처럼 높은 이유는 낮은 수율 때문이다.

전체 생산 원가에서 모듈 및 패널의 ‘낮은 수율’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했다. 270만원이라는 총 생산 원가에는 낮은 수율로 인해 버리는 불량품의 보상액 190만원이 더해져 있다는 얘기다. 이를 고려하면 LG디스플레이의 TV용 OLED 패널 생산 수율은 현재 30%대 안팎이라는 추정도 할 수 있다.

타다시 우노 디스플레이서치 연구원은 “수율 개선으로 TV용 OLED 패널의 생산 원가는 향후 2년간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LCD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스플레이서치는 내년 1분기 풀HD 55인치 OLED TV용 패널 원가는 약 1500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LCD와의 가격 차이도 4.8배로 좁혀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래도 여전히 비싸다.

OLED 업계는 수율 확보와 동시에 고해상도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고급형 LCD TV는 이미 풀HD에서 UHD로 해상도가 높아진 상태다. 적어도 동일한 사양을 구현해놓아야 LCD보다 다소 비싸더라도 경쟁이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강인병 LG디스플레이 연구소장(전무)은“OLED가 LCD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고해상도’라는 벽을 넘어야 한다”라며 “PDP가 LCD에 패배한 이유도 해상도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상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박사는 “OLED 디스플레이 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대형이건 소형이건 ‘고해상도’ 구현”이라며 “OLED가 해상도 면에서 LCD를 얼마나 빨리 따라잡을 것인가가 ‘대중화’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 등이 도입한 옥사이드 박막트랜지스터(TFT) 기반에서 해상도를 UHD로 높이려면 전자 이동도를 현재의 10cm2/Vs(초당 전압당 이동한 면적)에서 30cm2/Vs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전자 이동도를 확대하려면 지금의 공정 레시피를 바꿔야 한다. 수율 저하가 필연적이라는 얘기다.

풀어야 할 과제는 또 있다. 화소수를 4배로 확대하려면 개별 화소 크기는 4분의 1로 줄어든다. 이는 개구율(밝기) 감소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개구율 감소를 문제를 보상하려면 소비전력을 높일 수 밖에 없는데, 그러면 재료 수명이 단축되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임주수 LG디스플레이 OLED 기술전략팀 부장은 “개구율을 높이기 위해 기존 후면발광(bottom emission) 방식을 전면발광(top emission)으로 전환하는 동시에 보다 긴 수명의 OLED 재료가 개발돼야 한다”라며 “아울러 저전력으로 박막트랜지스터(TFT)를 구동하는 기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LCD 생태계에 속해 있는 인사들은 OLED TV의 미래를 어둡게 내다본다.

발광다이오드(LED) 전문업체인 서울반도체의 이정훈 대표는 “시장조사업체들이 2017년에 전체 TV 시장에서 OLED TV의 비중이 5~10%까지 이를 것이라고 전망하는데, 그 정도의 비중을 절대로 차지할 수 없다는 것이 내 판단”이라며 “OLED가 획기적인 진화를 거듭하지 않는 한 품질 측면에선 LED 백라이트를 탑재한 LCD TV로도 충분하다”라고 단언했다.

OLED TV는 LCD TV의 벽을 넘을 수 있을까. 넘는다면 그 시기는 과연 언제일까.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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