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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무서운 중국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들

한주엽 기자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디스플레이 패널 업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TV 완성품 판매가 신통치 않은데다 중국 패널 업체들은 수요 감소에도 공급량을 줄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 패널 업체인 BOE와 차이나스타(CSOT)가 공장을 증설할 때부터 이 같은 상황은 이미 예견됐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놓고 찬찬히 살펴보니 문제가 그리 간단치 않다.

중국 패널 업체들은 정부의 ‘방어용 관세’와 자금 지원 등을 무기로 크게 성장하고 있다. 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 2분기 9.1인치 이상 중대형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은 전년 동기 대비 출하량 면에서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그러나 중국 현지 업체인 BOE는 두 자릿수(12.8%) 성장을 지속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8세대 공장의 생산능력을 본격적으로 늘리기 시작한 CSOT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출하량이 무려 323%나 확대됐다.

중국 TV 완성품 제조 업체들은 5%의 수입 관세가 매겨진 해외 업체의 LCD 대신 자국 패널의 구매량을 늘리고 있다.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정보지인 중화액정망은 조사업체 위츠뷰의 자료를 인용해 “6월 중국의 패널 자급률은 31.8%로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라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2015년까지 LCD 패널의 자급률을 8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자국 패널 기업을 ‘밀어주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중국 TV 완성품 시장은 세계 1, 2위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간신히 10위권 내 이름만 올릴 정도로 현지 완성품 업체의 힘이 센 곳이다. TV 시장이 전반적으로 쪼그라들고 있는 상황에서 믿을 곳은 중국 뿐인데, 현지 완성품 업체들은 자국 패널의 구매를 늘리고 있으니 한국, 중국, 일본 패널 기업들은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할 수 밖에 없다.

삼성과 LG디스플레이는 패널 수입 관세를 피하고 물류비를 줄이기 위해 중국 내에 LCD 공장을 짓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결정이 극심한 공급과잉, 가격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그렇다고 넋놓고 있을 수도 없는 상황 아닌가. 이러기도 저러기도 힘드니 고민이 클 수 밖에 없겠다.

중국의 LCD 패널 기술력이 국내 업체들 대비 떨어진다는 분석이 있지만 중저가 제품은 큰 차이를 느낄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물량, 가격으로 싸우는 시장에서 유일한 경쟁력은 낮은 원가 혹은 기술인데, LCD 분야에선 이 두가지가 이미 통하지 않게 됐다. 어쩌면 향후 3~4년 뒤엔 세계 LCD 시장의 경쟁 구도가 크게 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선 안되겠지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고해상도화, 투명화, 플렉시블화의 기술 허들을 정해진 시일 내에 넘지 못한다면 한국의 디스플레이 산업은 일본의 길을 걷게 될 수도 있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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