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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알뜰폰?…아직 갈길 멀었다

채수웅 기자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알뜰폰(MVNO) 사업자들이 이동통신 시장에서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초반 낮은 인지도 때문에 고전했던 알뜰폰 시장은 CJ헬로비전과, SK텔링크 같은 대기업 계열사는 물론, 선불 등 틈새시장에 집중하는 중소 사업자가 적절히 시장에 진입하면서 점차 외연을 확대해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주먹구구식의 마케팅 전략, 부족한 유통채널 등은 알뜰폰 사업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가입자는 늘어나고 있지만 어느 곳 하나 제대로 수익을 내는 사업자는 없다. 여기에 저렴한 요금제에 만족하는 소비자들도 있지만 기존 이동통신3사에 비해 떨어지는 부가혜택, 소비자보호정책 등 역시 알뜰폰 사업자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정부 지원 ‘팍팍’…가입자 증가 탄력=미래창조과학부는 알뜰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올해 도매대가를 지난해보다 음성 22%, 데이터는 48%를 인하했다. 다량구매할인 적용 하한선 역시 2250만분에서 1000만분으로 낮췄다. 여기에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도 도매제공 의무대상 서비스에 포함시켰다. 여기에 다음 달 부터는 우체국을 알뜰폰 매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덕에 알뜰폰 가입자 증가도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누적 알뜰폰 가입자는 193만명이다. 최근 월 평균 7~10만 가량 가입자가 늘고 있어 이달 중 가입자 200만명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알뜰폰 사업자들이 초창기 선불요금제 중심에서 후불요금제 중심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면서 망을 제공하는 MNO(망 제공사업자, 이동통신3사)와의 직접적인 경쟁도 펼치고 있다.

최근 알뜰폰 사업자들의 후불과 선불 가입자 비중은 절반 가량이다. 초창기 선불 가입자 비중이 훨씬 높았지만 CJ헬로비전, 에넥스텔레콤 등이 선전하면서 알뜰폰 시장을 노인, 어린이, 외국인 등 선불 중심의 틈새시장 뿐 아니라 전국민을 대상으로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열악한 시스템…지금처럼 고속성장 가능할까=알뜰폰 사업자들의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지만 미래가 밝은 것만은 아니다. 중소 사업자들의 경우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을 하는데다 사후서비스 등이 MNO에 비해 열악할 수 밖에 없어 알뜰폰 가입자가 다시 이동통신 3사로 발걸음을 옮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알뜰폰 시장에서 선두그룹에 속해 있는 CJ헬로비전의 경우 가입자가 50만에 육박하고 있지만 향후 가입자 증가는 상당히 보수적으로 예측하고 있다. 2016년 100만을 예상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해지가 발생하기 때문에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CJ헬로비전은 가입자가 100만은 넘어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CJ헬로비전, SK텔링크 등 대기업 계열이나 이나 알뜰폰 시장에서 경험이 많은 에넥스텔레콤 등은 그나마 상황이 낫지만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알뜰폰 시장에서 후불 요금제가 대세가 되고 있지만 자체 시스템이 없는 곳이 대부분이어서 정교한 요금제 설계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요금제 설계를 위한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나 월평균통화량(MOU), 투자대비수익률(ROI)을 뽑아내기도 힘들다. 단순히 매출 나누기 가입자식으로 계산하다보니 내놓은 요금제가 내년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조차 예측하기가 힘들다.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사업자들의 요금제를 보면 재미있는 요금제들이 많다”면서도 “하지만 그러한 요금제가 다음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예측도 안하고 내놓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통신요금은 해지율, 통화량 등은 물론, 시간이 지난 후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를 종합해서 설계해야 한다”며 “하지만 많은 알뜰폰 사업자들의 전산이 취약하다보니 요금제 설계는 물론, 가입자 관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취약한 대응 능력…소비자 불만도 늘어
=여기에 소비자 민원도 문제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의 경우 재무, 인력 등 모든 것이 열악하다보니 소비자 민원 응대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실제 미래부는 시스템 부족으로 발생하는 이용자 민원처리와 관련해 알뜰폰 사업자들에게 시정을 지시하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투자 없이는 해결되기 어려운 부분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많은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의 경우 MNO 시스템을 그대로 쓰고 오프라인 유통망이 없어 개인정보 유출 등의 문제는 없다”면서도 “현장에서 발생하는 이용자 민원처리 부분은 취약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정확한 통계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선불가입자들의 경우 사용기간이 끝나면 해지가 이뤄져야 하지만 그조차도 안되고 있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가입자 규모에 거품이 껴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고속성장을 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업환경이 더 힘들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유통이나 마케팅 비용을 제외한다면 알뜰폰 사업도 할 만 하겠지만 대부분 알뜰폰 사업자들이 MNO 동향은 물론, 경쟁사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며 “취약한 시스템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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