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방통위 본인확인기관 지정 자체가 위헌”

이대호 기자

- 본인확인기관 지정이 위헌 판결 받은 인터넷 실명제 정당화 기능
- 인터넷 상 표현, 자의적 행정심사보다 사법심사 거쳐야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본인확인기관 지정을 두고 상당한 위헌 요소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동통신사 등 특정 기관만 주민번호를 다루게 되면서 정보의 비대칭성이 발생하고 해킹 시도가 집중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또 방통위의 이 같은 본인확인기관 지정이 위헌 판결을 받은 인터넷 실명제를 정당화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청소년보호법과 게임법, 선거법상의 본인확인제가 본인확인기관을 통해 기능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인터넷 상의 표현에 대해 지금의 방통위 행정심사가 아닌 사법심사를 거쳐 합법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안이 나오기도 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일 유승희 의원 주최로 국회도서관에서 마련된 ‘표현의 자유 법제개선 연속공청회’를 통해 “장기적으로 인터넷 규제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의 사람을 확인한다는 시도는 불가능하다. 이것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을 밝힌 뒤 “방통위의 본인확인기관 지정이 인터넷 실명제를 공고히 하고 정당화하는 기능을 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박 교수는 “본인확인기관 지정 자체가 상당히 위헌 요소가 있다\"며 \"(정보 수집을) 특정 기업들만 하게 되면서 정보의 비대칭성이 발생하고 이통사가 해킹의 타깃이 되는 문제가 앞으로도 일어날 것”이라며 “청보법 실명제뿐 아니라 본인확인기관 제도까지 뜯어고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특히 청보법의 본인확인제의 경우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쓸 때 적용되는 실명제보다 프라이버시 침해가 크다는 입장이다. 그는 “청보법은 성인들도 적용이 된다”며 “글을 쓸때 명찰을 다는 것과 (청보법에서 규제하는) 무엇을 볼 때 명찰을 달게 하는 것 어느 것이 권리 제한이 크다고 보는가”며 청중에 되묻기도 했다.

이에 박 교수는 인터넷 상의 표현과 관련해 자율규제와 자율감독기관을 두고 처리하는 안과 사법심사를 거치게 하는 등의 안을 내놓기도 했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도 온라인상의 표현을 규제는 행정심사가 아닌 사법심사를 거치는 게 맞다는 입장을 보였다. 민 교수는 “온라인상의 표현을 규제하는 방식은 법리상으로 효율성으로도 적절하지 못하다”며 “사법심사로 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도 찬성했다. 양 변호사는 “본질적으로 법원이 해야 되는 문제”라며 “방통위 심의가 5만건에서 7만건이 된다는데 그중에 쓸데없는 정보가 많아 법원이 심사해야 하는 양을 적다. 법원의 역량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민 교수는 플랫폼 중심적인 인터넷 규제에 일침을 날렸다.

민 교수는 “포털대상 언론대상 SNS대상으로 해서 경험적인 근거와 데이터 없이 선언적 판단에 의해 법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플랫폼 중심의 규제 방식보다 표현물의 성격에 따라 명예훼손성 권리 침해 등 규제 강도를 정하는 원리가 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도 “플랫폼 중심 규제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자꾸 플랫폼을 공격하는 식으로 오프라인에 없는 법을 만드는데 이러한 플랫폼 중심 사고를 깨야 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의 박주민 변호사는 “행정기관에 의한 자의적이고 추상적인 청소년 유해매체물의 지정도 폐지돼야 한다”며 “청소년의 기본권과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생각을 밝혔다.

이에 대해 양기철 방통위 이용자정책국 인터넷윤리팀장은 “인터넷 표현의 자유 증진을 위한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다. 현 정부 국정과제로도 수행 중”이라며 ▲정보 게재자의 표현의 자유 보장 ▲임시조치 이후 게시글 처리 규정 ▲정보 게재자가 이의를 제기할 경우 처리 절차 ▲개인 정보와 통신심의 제도 간 맞물리는 분쟁제도 등과 관련해 방안 마련을 공표하겠다고 밝혔다.

양 팀장은 “다른 국정 일정도 있기 때문에 9월, 10월에 방안을 공표하고 공청회 등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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