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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생활가전 혁신 ‘게임의 법칙’ 바꿀 때

이수환 기자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생활가전 시장 공략이 어려운 이유는 각 지역마다 문화와 행동양식, 환경 등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각 지역에 알맞게 제품을 내놓으려니 연구개발(R&D) 비용이 많이 들고 반대로 너무 평이하게 전략을 짜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 십상이다. 때문에 생활가전 업계를 이끄는 각 업체의 전 세계 시장점유율을 살펴보면 누가 특별한 강자라고 말하기 어렵다.

생활가전을 이루고 있는 각 제품은 원리나 모양새가 지난 100년 동안 큰 변화가 없었다. 예컨대 세탁기는 사람이 돌리던 톱니바퀴가 모터로 바뀌었을 뿐이고 진공청소기도 진공을 이용하는 방식 자체에는 변함이 없다.

이런 부분은 인류의 수명연장과 음식문화 발달에 지대한 공헌을 한 냉장고도 마찬가지다. 켈비네이터라 부르는 압축기가 냉매를 압축하고 냉기를 단열된 공간에 뿌려주는 일은 지금도 대부분의 가정에서 이뤄지고 있는 일이다.

앞으로 생활가전 업계를 이끌기 위해서는 지난 100년 동안 쌓아온 기본적인 개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작은 틀에서가 안라 큰 틀에서의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물이 필요 없거나 옷장 모양의 세탁기, 투명한 냉장고, 시끄러운 소리가 없는 청소기, 재료만 넣으면 알아서 요리가 만들어지는 오븐 등 영화에서 나올 법한 제품이 향후 업계를 호령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비슷한 제품으로 자동차가 있다. 하이브리드를 넘어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로의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전통적인 내연기관 엔진은 점진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고 자동차 업체도 이런 추세에 발맞춰 기술 개발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

생활가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까지 개발된 기술, 그러니까 자동차로 치면 엔진과 같은 부품을 전혀 다른 방법으로 구현하는 업체가 있다면 적어도 50년은 관련 업계를 선도할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윤부근 대표도 같은 이야기를 언급한바 있다. 그는 생활가전을 두고 “다른 정보통신(IT)산업보다 더 큰 투자가 필요하며 100년 이상 파격적 혁신이 없었던 산업”이라며 “이제 혁신의 때가 왔으며 이로 인해 제품 수명주기가 단축되고 시장 예상보다 큰 폭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LG전자는 오는 2015년 전 세계 생활가전 시장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판매량, 금액, 시장점유율, 영향력 등 다양한 평가 기준이 있지만 하루 이틀 사업을 할 요량이 아니라면 보다 근본적인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생활가전을 단순히 전자, 전기, 기계 부품의 집합체로 볼 것이 아니라 화학, 생물, 의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포괄적으로 접목시켜야 한다. 밀레가 세탁기 세제를 캡슐처럼 규격화하고 이를 화학업계와 연계시켜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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