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분류

[취재수첩] 사업부장 대거 바뀐 삼성전자의 부품사업

한주엽 기자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2일 단행된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선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품 분야의 사업부장이 대거 자리를 이동했다.

삼성디스플레이 김기남 대표이사(사장)가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에는 박동건 액정표시장치(LCD) 사업부장(부사장)이 내정됐다. 박 부사장은 이날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DS부문 내 발광다이오드(LED) 사업부장을 맡았던 조남성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 제일모직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아직 후속 인사 전이어서 LED 사업을 누가 이끌 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올해의 실적 부진으로 ‘위기설’이 나돌았던 우남성 시스템LSI사업은 유임에 성공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 사장을 제외한 나머지 부품 사업부장은 모두 교체됐다.

물론, 이들이 교체된 이유는 문책성 경질 성격이 강한 삼성 금융계열사(생명, 화재, 카드)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다. 메모리, LED, 디스플레이 공히 높은 실적과 고성장을 했기 때문이다. 메모리사업부장을 맡아왔던 전동수 사장의 경우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중심축 가운데 하나인 삼성SDS의 대표이사가 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영전했다는 평가가 타당할 것이다. 삼성그룹의 부품소재 핵심 계열사로 부상한 제일모직의 대표이사 자리 역시 LED 사업부장직보다 무거웠으면 무거웠지 결코 가볍지 않다.

새로 내정됐거나 기존 자리를 유지한 삼성전자의 부품 분야 사업부장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략을 펼쳐나갈 지 관심이 간다.

메모리 사업의 경우 공급자가 4개 업체(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도시바)로 좁혀져 외부 경쟁은 과도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당분간 이익률 역시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D램 및 낸드플래시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할 신공정 개발 및 차세대 메모리의 조기 상용화라는 과제를 넘어야만 1등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삼성 측이 종합기술원장직을 역임한 김기남 사장에게 메모리 사업부장직 맡긴 이유는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김 사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기술자로 지난 1년간 삼성디스플레이의 플렉시블 및 대면적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의 양산 기술력을 확보한 바 있다. 김 사장이 중국 시안에서 본격 양산에 돌입하는 적층형 구조의 V낸드플래시 기술 유출 우려를 어떻게 헤치고 나가느냐도 관전 포인트다.

액정표시장치(LCD) 사업부장이었던 박동건 신임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는 LCD와 OLED 사업부 인력간 존재하는 ‘위화감’을 없앨 수 있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잘나갔던 LCD는 최근 중국 업체들의 진입으로 커머디티화(상품의 평준화)가 이뤄지고 있다. 삼성SDI에 속했던 시절 ‘저게 되겠냐’는 비아냥을 견뎌왔던 OLED 사업은 이제 삼성디스플레이 이익 대부분을 책임진다. 입장이 뒤바뀐 것이다. OLED 사업을 분사시켜 삼성전자로 편입시킬 것이 아니라면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생긴 양쪽 사업부간 위화감을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박 사장은 이를 해결함과 동시에 중국 제품과 차별되는 LCD 개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로 치우친 OLED 고객의 다변화, 제조 혁신을 통한 플렉시블 및 대면적 OLED 패널의 원가절감을 이뤄야 한다.

LED의 경우 조명 시장이 살아나면서 올해를 시작으로 내내 성장이 예상된다. 아직 누가 사업부장을 맡을 지 발표가 되지 않았지만 커지는 조명시장을 어떻게 선점하고 어떤 식으로 원가절감을 이뤄나갈 지가 관전 포인트다.

자리를 지킨 우남성 시스템LSI 사장은 14나노 3D 핀펫 공정의 조기 양산, 파운드리 및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고객군 다변화라는 과제를 풀어야 한다. 14나노 양산 기술력 확보는 시스템LSI의 존폐를 좌우할 중대한 요소로 평가받고 있다. 고객군 다변화도 시급한 문제다. 현재 시스템LSI의 최대 매출원은 애플(파운드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AP)로 매우 비정상적이면서도 불안한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한번 삐끗하면 공장을 놀려야 한다는 우려도 여기서 나온다. 우 사장은 지난 달 2일 열린 ‘삼성 애널리스트데이’ 발표 내내 ‘할 수 있다’, ‘지켜보라’, ‘자신있다’고 강조했다. 내년 하반기 쯤이면 그가 성과를 이뤘는지, 이루지 못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한주엽 기자
webmaster@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