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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는 90년대 벤처 1세대…프라이머 “투자자 아닌 멘토”

심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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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네이버가 ‘번개장터’라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 ‘퀵켓’이라는 벤처기업을 인수해서 눈길을 끌었다. 인수금액은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약1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초기전문 벤처투자회사 ‘프라이머’의 첫 투자회수(엑시트, Exit) 사례라는 점 때문에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프라이머는 인터넷 창업 1세대들이 모여 설립한 초기전문 벤처투자회사다. 송영길 부가벤처스 대표(이머신즈, 엔컴퓨팅 창업), 이재웅.이택경 다음 창업자, 권도균 이니시스 창업자, 장병규 본엔젤스벤처스 대표(네오위즈 창업) 등이 함께 운영하고 있다.

프라이머의 특징은 극초기 기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한다는 점이다. 이제 막 세운 회사나 아직 설립도 하지 않은 창업자들에게 소액을 투자한다. 단순히 금전적인 투자뿐 아니라 벤처기업을 설립해 성공을 거둔 선배 창업가들의 멘토링도 함께 제공한다.

1세대 벤처인들이 후배 창업자들을 육성하고 지원해서 IT창업의 선순환 생태계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프라이머가 첫 성공사례를 만들었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첫발을 뗀 만큼 앞으로 보폭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이택경 프라이머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프라이머의 계획과 국내 벤처 생태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뷰는 지난 3일 서울 방배동 프라이머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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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퀵켓 엑시트 축하드린다. 프라이머가 투자를 한 회사 중 첫 성공사례를 만들었다. 비결은 무엇인가?

“저희 같은 경우는 금액은 작지만 금액보다 한번씩 창업해 본 선배들이 후배를 육성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고 있다. 금전적인 지원보다도 선배들의 노하우, 멘토링이라는 무형의 자산을 제공한다는 생각이다. 서비스 전략이나 마케팅, 재무 등에 대해서 조언을 많이 한다”

- 프라이머의 창립멤버들은 유명한 벤처 1세대 창업자들이다. 처음에 어떻게 만들게 됐나?

“수년 전 장병규 대표, 권도균 대표 등과 식사를 하다가 얘기가 나왔다. 한국에서는 왜 성공하는 벤처기업이 적을까에 대해 이야기를 한참 나눴다. 이 대화 이후 장 대표가 본엔젤스를 설립해서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고, 이후 저와 권 대표가 프라이머를 만들었다.”

- 프라이머가 다른 벤처투자기관과 다른 특징이 있다면 무엇인가?

“프라이머는 극초기 기업을 전문으로 인큐베이팅(투자)한다. 팀이 완성되지 않아도 가능하다. 투자 금액은 적다. 팀마다 다르지만 약2000~5000만원 정도를 투자하며 10% 이하의 지분을 가진다.

우리는 투자란 돈이 다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패한 많은 창업자들이 돈 때문에 실패했다고 핑계되지만, 돈이 아니라 경영에 실패한 팀이 훨씬 많다. 돈이 중요하면 다른 곳에서 투자받으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경영이나 전략에 대한 멘토링을 필요로 하는 팀을 지원한다. 극초기를 넘어 다소 성숙된 팀은 우리의 인큐베이팅을 받을 필요는 없다.”

- 해외에도 프라이머와 같은 극초기 스타트업에 집중하는 벤처캐피탈이 있나? 있다면 다른 점은 무엇인까?

“프라이머를 와이컴비네이터(Y Combinator)와 많이들 비교한다. 와이컴비네이터는 프라이머보다 4~5년 앞서 시작했고, 거쳐간 스타 기업이 많다. 에어비엔비, 드롭박스 등도 여기의 인큐베이팅 받았다. 와이컴비네이터는 현재 너무 인기 있어서 아무나 못 간다. 이름만 올려도 후속 투자 쉽게 받을 수 있을 정도다. 프라이머는 아직 네임 밸류를 쌓고 있다”

- 인큐베이팅(투자) 대상을 선정할 때 원칙이 있나?

“설립자들이 기본적으로 ICT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ICT 스타트업만 대상으로 한다.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서비스에 더 관심이 있는데, 하드웨어도 예외적으로는 할 수 있다.”

- 인큐베이팅 대상을 선정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점은?

“팀이다. 극초기 전문 벤처 투자는 포커게임에서 카드 한 장만 보고 돈을 거는 것과 유사하다. 비즈니스 모델 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팀의 자질, 태도, 멘토링을 받아들이는 자세 등을 본다. 아무리 스펙이 좋아도 우리와 맞지 않으면 인큐베이팅 하기 힘들다”

-일부에서는 투자자가 스타트업 경영에 참견하는 것을 싫어하는 경우도 있다. 경영에 깊게 조언을 할거면, 멘토링이 아닌 직접 사업을 하는 게 더 효율적일 것 같기도 한데…

“멘토링은 도와주는 것이지, 대신해 주는 것이 아니다. 기본이 없으면 만들어 줄 수 없다. 가능성 있는 팀이 티핑포인트를 넘길 수 있도록 돕는 뿐이다. 결국 성공을 이루는 것은 본인의 능력에 달려있다. 멘토는 거들  뿐이다.”

- 최근 다시 창업 열풍이 일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기본적으로 창업을 권장하는 편이지만, 나이가 좀 있는 분들은 신중하게 생각하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청년에 비해 나이가 있는 분들은 실패했을 경우 상처가 크다. 엔써즈 김길현 대표는 엑시트하기 전에 결혼도 하고 자녀도 있었다. (실패할 가능성 때문에) 매우 힘들었다고 한다.

청년의 경우 실패를 한다고 하더라도 시야를 넓히는 좋은 경험을 쌓는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창업에 적합하다고도 생각치 않는다. 창업에 맞는 사람도 있고, 부족한 사람도 있다. 모든 사람이 창업하는 건 위험하다. 실패해도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아야 한다. “

-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처음 창업할 때와 지금은 어떻게 다른가?

“저희는 창업할 때 뭘 준비해야 하는지 전혀 몰랐다. 하나씩 부딪히면서 배웠다. 힘든 환경에 있는 대신 경쟁이 적었다. 제일 먼저 움직인 만큼 이익도 컸다. 지금은 저희 때보다 훨씬 정보도 많고, 지원도 많다. 그러나 그런 만큼 뛰어드는 사람도 많아서 경쟁이 치열하다”

-현재 창업 문화에 문제점이 있다면 지적해 달라.

“밸런스가 좀 안 맞는다. 대부분의 창업자들이 기획자다. 개발자가 많지 않다. 앞으로 개발자 창업자가 좀 더 나왔으면 좋겠다. NHN 넥스트에 강의 나가는 이유도 그런 점이 있고, 내년에는 개발 관련 동아리나 학교에 가볼 생각을 갖고 있다.

정부가 지원하고 미디어들이 많은 기사를 써 준 덕분에 분위기는 좋아졌는데, 다소 과열된 듯 보이기도 한다. 창업에 관심 없던 스마트한 친구가 창업을 고려하게 된 긍정적 계기도 됐지만, 창업 하면 안 될 것 같은 사람도 뛰어드는 경우도 있다”

- 이번에 퀵켓을 인수한 회사가 네이버인 점이 흥미롭다. 프라이머 설립자 중 한명인 권도균 대표가 네이버가 스타일쉐어를 베꼈다고 비난해 업계에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당시 네이버가 벤처 생태계를 죽인다고 비판을 했었는데…

“그 당시 저는 권 대표와 입장이 달랐다. 저는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않았다. 네이버의 워너비는 스타일쉐어보다는 다음 디앤샵 같은 것과 유사하다고 봤다. 특히 워너비를 네이버가 아닌 NBP(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에서 하는 것을 보면서, 스타일쉐어과 같은 범주가 아니라고 판단했었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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