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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3사 과징금 1064억원…솜방망이? 사상최대? 규제 실효성은?

채수웅 기자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27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용자를 차별해 불법 보조금을 지급했다는 이유로 이동통신 3사에 과징금 1064억원을 부과했다.

이날 이통3사가 맞은 과징금 1064억원은 정보통신부 시절은 물론, 방통위를 포함해 사상최대 금액이었다.

방통위가 출범한 이후 불법 보조금과 관련한 전체 과징금에 맞먹는 액수지만 방통위의 발표이후 시장의 평가는 엇갈렸다. 당초 기대(?)했던 영업정지 처분은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에는 KT가 과열경쟁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일주일간 단독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에는 SK텔레콤이 벌점이 73점으로 가장 높았지만 KT와 차이가 미미하다는 이유로 단독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지 않았다. 양사의 벌점 차이는 단 1점에 불과했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경우 SK텔레콤이 단독영업정지 처분을 받아도 할말이 없다. 일각에서는 방통위가 SK텔레콤을 봐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그래서 사상최대 과징금에도 불구, 솜방망이 처분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상임위원들이 SK텔레콤을 봐줄 생각으로 그랬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방통위가 자신들의 조사에 대해 신뢰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LG유플러스는 벌점이 62점으로 SK텔레콤에 비해 10점이나 낮았다. 동일한 시장, 기술, 시장에서의 경쟁상황 등을 감안할 때 LG유플러스의 점수는 의외였다는 평가가 많았다. LG유플러스는 올 한해 가장 많은 순증 가입자를 유치했다.

LG유플러스는 "본연적 경쟁력이 높아졌다"며 과징금 삭감을 요구했지만 돌아온 것은 방통위원들의 핀잔 뿐 이었다. 벌점은 10점이 낮았지만 전산자료와 현장 조사자료 불일치 비율이 가장 높았다.

결국, 방통위원들 입에서 나온 것은 "조사 변별력이 없다", "조사기법, 편장포착에 한계가 있다", "조사요원이 너무 적어 조사결과와 시장결과가 너무 다르다" 등이었다.

스스로 결과를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1점차이로 2주 이상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경우 시장에서의 후폭풍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방통위는 사상최대 과징금에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이번 징계에 대해 SK텔레콤은 \'천만다행\'이었을 것이고 KT는 \'아쉬움\', LG유플러스는 \'뿌듯\'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방통위는 사상최대 과징금을 부과함으로써 규제기관의 무서움을 시장에 각인시킬 수 있었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방통위는 매년 반복되는 불법보조금에 과징금, 영업정지 처분으로 맞서고 있지만 문제는 규제 효과가 불과 몇개월을 넘지 못하고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법적인 해석 문제, 민간시장에 대한 개입 등에 대한 논란이 많은 상황에서 규제효과조차 전무하다면 말 그대로 보조금을 이유로 이통사로부터 과징금만 뜯어내는 정부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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