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E-TDD, 와이브로 정말 다른 시장일까?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획정’이란 경계 따위를 명확히 구별해 정한다는 뜻이다. 수요와 공급 등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두 고려해 시장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 짓는 것이다. 시장이 다르다는 것은 해당 상품의 원가, 수요, 기대수익 등이 다르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와이브로와 LTE-TDD는 같은 시장일까, 다른 시장일까.
미래창조과학부는 LTE-TDD를 이동통신으로 시장을 획정했다. 와이브로는 기존 그대로 휴대인터넷을 유지하게 했다. 즉, 정부는 두 서비스를 다른 시장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미래부는 주파수 대가도 다르게 설정했다. 와이브로는 5년 이용에 523억원, LTE-TDD는 같은 기간 2790억원의 대가를 매겼다. 이는 경매시 최저경쟁가격이다.
제4이동통신 사업에 도전 중인 한국모바일인터넷(KMI) 컨소시엄은 LTE-TDD 기술기반으로 사업허가를 신청했다. 그리고 다음 달 허가신청을 접수할 예정인 인터넷스페이스타임(IST)컨소시엄은 와이브로 어드밴스드(A) 기술로 도전할 예정이다. 이번 제4이통 경쟁은 LTE-TDD와 와이브로간 대결로 압축되고 있다.
하지만 와이브로-A와 LTE-TDD의 주파수 가치가 과연 5배에 달할 정도로 시장이 다른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우선 와이브로와 LTE-TDD는 이질적인 기술이 아니다. 20일 미래부는 ‘2.5GHz 대역 시분할방식(TDD) 주파수 할당계획(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 제목에서 ‘시분할방식(TDD)’은 와이브로와 LTE-TDD를 포함하는 단어다.
그러면 서비스 구현방식은 어떨까. 와이브로의 경우 현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KT와 SK텔레콤만 놓고 보면, 휴대인터넷으로 볼 수 있다. KT와 SKT가 음성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이유는 기술적으로 어려워서일까? 아니면, 번호 부여를 하지 못하는 정책적 문제 때문일까. 기술적으로 음성서비스가 가능하며 와이브로에도 010 번호를 이용해 음성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KMI와 IST가 예정하고 있는 서비스는 음성, 데이터통신 등이다. 사업모델도 개인, 법인, 그리고 사물통신 등까지 거의 같다고 봐야 한다. 기대수익도 비슷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와이브로와 LTE-TDD는 다른 시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왜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진 것일까.
첫 번째 이유는 정부의 와이브로 활성화 정책 때문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와이브로는 우리 지분이 많은 통신기술이다.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할만한 대상이다.
주파수 대가를 산출하는 법은 복잡하지만 대충 예상매출액에서 일정부분(3% 가량)을 떼어가는 식이다. 산식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정부가 마음대로 깍아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이동통신과 휴대인터넷간 5배가량의 차이가 가능한 것이다. 예전에는 와이브로에 번호를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시장으로 볼 수 있었다. 대규모 투자를 수반할 수 밖에 없는 통신서비스 특성상, 서비스 사업자에게 투자인센티브를 확실하게 챙겨줄 수 있는 것은 주파수 가격을 낮춰주는 것이다.
또한 와이브로 시장을 이동통신으로 획정할 경우 2012년 주파수를 재할당 받은 KT, SKT에 대한 특혜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당시에도 KMI, IST는 와이브로 기반으로 제4이통에 도전했는데, 사업모델, 시장 등을 보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여재현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박사는 “와이브로는 음성도 허용했지만 활성화하기 위해 주파수 가격을 낮게 한 것은 아니다”라며 “기술적으로 별도의 시장으로 보았기 때문에 다른 시장 전망으로 최저경쟁가격을 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여 박사는 “서비스 구현방식은 같지만 장비, 단말기 등 관련 산업 생태계 구성이 다르기 때문에 여전히 다른 시장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장비, 단말기 생태계가 활성화되지 못한 것은 외부 원인도 있겠지만 사업자의 노력이 그만큼 부족했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만약, KT와 SKT가 최근 보여주고 있는 LTE 투자경쟁처럼 와이브로에 같은 열정을 쏟았으면 상황은 어땠을까. 이들은 기존 사업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와이브로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일 수 밖에 없었고, 세계시장에서 와이브로가 힘을 잃어가면서 태도를 더욱 분명히 했다. 사업자 잘못을 정부가 보존해줄 필요는 없다.
김남 충북대 교수는 “현재 상황에서 다시 시장획정을 한다면 와이브로는 이동통신용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비스 구현방식이나 대상, 등을 볼 때 같은 시장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는 것은 와이브로 정체성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이번 TDD 주파수 할당과 관련해 LTE-TDD 시장획정에 대한 고민 뿐 아니라 와이브로를 어떤 시장으로 볼지에 대한 고민도 같이 이뤄졌어야 했다. 사실 고민하기 싫었다고 보기보다는 기존 사업자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계륵과도 같은 와이브로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셈이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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