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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갈 길 먼 ‘네트워크산업 상생발전’

이유지

[디지털데일리 이유지기자] 박근혜 정부에서 미래창조과학부가 출범 2년차에 들어서면서 공언했던 각종 정책이 본격 시행단계에 접어들었다.

1년차에 발표됐던 ICT 산업 관련정책들은 방향 제시 차원의 ‘기본계획’ 수준으로, 구체적인 실행을 기대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세부분야별 후속계획이 나오면서 지난해 그린 얼개와 골격에 살점이 붙었고 실행이 본격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ICT 진흥특별법’의 발효가 정책 시행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것 같다.

지난주에는 ‘ICT 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후속조치 가운데 하나로 네트워크산업 발전을 위한 실행전략이 나왔다.

정부(미래부)와 주체인 네트워크산업계뿐만 아니라 통신사, SI·NI 업체 등 생태계 구성원들이 함께 지원하고 역할을 해야만 산업발전 기반이 조성된다는 의미를 담아 ‘네트워크산업 상생발전 실천방안’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됐다. 미래부와 관련업체 23개사가 이를 위한 공동협약(MOU)도 체결했다.

이 실천방안에는 공공부문 구매 제도 개선부터 선단형 해외 진출, 핵심 기술·장비 국산화, 전문인력 양성까지 필요한 정책이 두루 담겼다.

무엇보다 공공부문에서 국산 장비 사용을 늘린다는 것에 가장 무게가 실려 있다. 공공부문 구매제도 개선뿐 아니라 국정과제에서 국산 장비 우선 사용, 보안 이슈와 연계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공공부문에서 국산장비 사용률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하는 각종 방안이 시행된다.

이를 통해 오는 2017년까지 공공 시장에서 국산 장비 점유율을 현재 23% 수준에서 50%로 끌어올린다는 구체적이 목표도 잡았다. 예상되는 매출 규모는 2012년 770억원 수준에서 3배 이상 증가한 2570억원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 정책이 발표된 당일, 국내 통신장비 업계는 또 한 번 발칵 뒤집어졌다. 경기도지방경찰청이 발주를 앞두고 공개한 ‘초고속 광대역 정보통신망 구축’ 사업 사전규격에서 특정 외산장비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사업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관련업계는 특정 전송장비와 특정 스위치 제품 외에는 다른 모든 동종 장비의 이 사업 입찰 제안이 제한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이같은 상황은 한 지방경찰청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금까지 잘못된 것을 크게 인지하지 못한 채 늘 해오던 관행의 결과이고 뿌리박힌 인식의 산물이다.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 조사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사업 제안요청서(RFP)의 38%(2012년 기준)가 특정 회사, 제품, 규격, 부품 등이 명시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차적으로는 국산 기술력과 품질에 대한 신뢰성과 인지도가 크게 부족하고 외산 장비 대비 국산 장비의 경쟁력이 떨어진 탓이다. 하지만 다양한 사업에서 이미 기술력을 검증된 국산 장비가 존재하더라도 이같은 외산 선호, 쏠림 현상은 공공 시장에서조차 비일비재하게 나타나고 있다.

만연된 인식이나 관행이 단번에 해소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때문에 이번 ICT진흥특별법과 네트워크산업 상생발전 실천 방안에서 명시된 공공기관 수요예보제와 계약·도입 현황 조사, 품질인증제 실시, 인증제품 우선 구매체계 구축, 네트워크장비 운영지침 개정 및 대상 확대 등과 같은 모든 정책의 시행과 지속성 보장은 그 자체로 엄청나게 중요하다.

이제 네트워크 산업발전을 뒷받침할만한 법제도가 마련됐다. 상징적이나마 생태계 구성원들간 공감대도 형성했다. 정부는 다양한 정책이 실제 시행될 수 있도록 관련지원과 더불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수행해야 한다. 적절한 포상을 통한 견인책도 필요할 것 같다. 주무부처인 미래부가 다른 수요기관들에 협조를 구하고 인식과 관행을 바꾸기 위한 상당한 노력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네트워크 상생발전 실천방안’에는 한가지 아쉬운 점도 있다. 장비업체들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통신사 시장에서 사업 여건이 개선될만한 정책이 빠져있다는 점이다.

하물며 장비업체들이 늘상 개선돼야 할 최우선 과제로 꼽는 ‘유지보수’ 문제가 전혀 언급조차 돼 있지 않다는 점은 ‘상생발전 방안’이라는 이름이 단지 명색에 지나지 않을지 우려감이 들게 한다. 단지 정책 발표뿐만 아니라 다양한 구성원 간 상생발전 MOU 체결까지 이끌어낸만큼, ‘상생발전’에 걸맞는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게 정부가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주길 기대한다.

<이유지 기자>yj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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