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유통점 방문 최성준 위원장 “생각보다 상황 안좋아”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어디서 어떻게 시작할지 모르겠습니다. 내일이 힘드니까. 한 달이 힘들고가 아니고 당장 내일이 힘들어요. 한 달에 몇 대 파시느냐고 물으시는데, 지난 주 2~3대 팔았습니다. 판매점들이 수수료로 먹고사는데, 다음 달이 문제입니다."
"방통위도 이 같은 상황에 영향을 미친 것 같아 죄송합니다. 해법이 한 순간 솔로몬의 지혜처럼 나타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방면으로 열심히 노력해 보겠습니다. 저희와 이통사, 제조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방안 찾다보면 좋은 안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국내 최대 이동통신 유통시장인 테크노마트를 찾았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이통사들의 영업정지로 유통점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여론이 커지면서 현장점검에 나섰다.
이날 최 위원장은 서울 강변 테크노마트 향우회를 찾아 간단히 차 한잔을 하고 유통점을 방문해 애로사항을 청취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통사 임원들과 테크노마트의 유통점 직원들과의 간단한 대화는 한 시간 가량의 간담회로 발전했다.
◆한달에 10건도 개통못해…유통업계 "아사직전"=이날 의도치 않은 간담회에는 최 위원장과 오남석 이용자보호국장, 이통3사 대외협력 임원, 유통점 대표 등이 참석했다. 최 위원장은 유통점과 이통사들의 의견을 청취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도 유통시장에서의 잘못된 관행에 대해서는 개선을 요청하기도 했다.
최원식 브이텔레콤 대표는 "1, 2월 대비 매출이 90% 이상 감소돼 생계위협을 받고 있다. 매장직원들이 무급휴가를 주거나 인원감축을 하고 있고, 미영업 매장도 늘어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최 대표는 영업정지 기간 내 매출 보상을 비롯해 보조금 공시제도의 조기도입, 주말·공휴일 개통업무 허용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방통위내 불공정거래 및 시장안정화 신고센터 설치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전달했다.
보조금 상한선 27만원이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 대표는 "현실적인 상향선 조정과 최소한 출시된 지 1년이 지난 모델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풀어줘야 한다"며 "이용자 차별의 원인은 보조금만의 문제가 아니고 서비스, 출고가, 요금인가제 등 다방면에서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통점 대표들은 이 밖에도 고가요금제, 부가서비스 강제사용을 비롯해 이통사들의 과도한 차감정책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았다.
◆최성준 위원장 "최선 다해 시장 안정화 시키겠다"=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유통점이 수익이 없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이통사들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동안 이통사들이 판매점 통해서 이익을 올렸다고 생각하고 전향적인 관점에서 비용집행 하는 것을 검토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 위원장은 "이통사들이 보조금만으로 경쟁할 것이 아니라 서비스, 출고가격, 요금으로 경쟁해야 한다"며 "다만, 가입자 수가 인구수를 초과한 시장상황에서 요금경쟁이 시장경쟁에 따라 잘 작동될지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 위원장은 "단말기유통법이 통과되고 몇 가지 부수적인 정책까지 자율적으로 시행된다면 지금과 같은 혼탁한 상황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보조금 27만원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는 "적절한 상한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출고가격을 낮추는 것은 제조사와 협의를 통해 방안을 마련해 보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 위원장은 이통사들의 고가 요금제 가입 유도행위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얼마 전 스마트폰에 가입했는데 특정 요금제를 석달간 유지해야 한다고 하더라"며 "쓰지도 않는 데이터를 가입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형희 SK텔레콤 부사장은 "특정 요금제 이상의 경우예상이익이 있고, 몇 퍼센트가 유통점에 가면 좋겠다는 회사의 방침이 있다"며 "요금제가 석달 정도 유지되면 그 이후에는 큰 변화가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최 위원장은 "판매점에서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설득이 되기 어려워 보인다"며 "다른 방법으로 리베이트를 지급할 수 있는 방법을 고려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SKT-KT "시장 안정화 노력"…LGU+ "보조금 악의 근원 아냐"=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이통3사 임원들은 과열경쟁 자제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온도는 제각각이었다.
전인성 KT CR부문장은 "시장이 포화되며 통신사의 수익구조도 바뀌고 있다"며 "새로운 경쟁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 부문장은 "이번 기회를 터닝포인트로 삼아 통신사간 새로운 협력이나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과잉경쟁 버리고 서비스, 품질경쟁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형희 SK텔레콤 부사장도 "보조금 논란이 10년 넘게 문제가 돼왔다"며 "회사 내부에서도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 부사장은 "단말기 유통법과 그 외에 보조적인 정책을 통해 이 논란을 종결시켜야 한다"며 "이통사들에 대한 부정적 면이 많이 부각되고 있는데 실제 긍정적인 역할도 많이 했고 더 많이 하기 위해 이 같은 부정적 논란을 잠재우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류필계 LG유플러스 부사장은 "가정마다 TV, 냉장고가 있다고 그 제품에 대한 수요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운을 띄웠다.
이어 류 부사장은 "보조금이 사회적 물의를 빚을 정도로 과당경쟁 한 것은 반성한다"면서도 "하지만 지나치게 시장을 냉각시키는 것은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당경쟁 패널티를 받은 사업자 입에서 나올 말이냐고 지적할 수도 있겠지만 보조금이 악의 근원처럼 인식돼서는 안된다"며 "건전한 경쟁이 계속돼서 사업자간 소비자 가치를 놓고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성준 "규제가 최선은 아냐. 근본적 해결책 찾을 것"=간담회 이후 최 위원장은 3~4곳의 유통점을 방문해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방문한 곳마다 먹고살기 힘들다는 하소연이 이어졌다.
한 유통점 대표는 어려운 것이 뭐냐는 최 위원장의 질문에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수수료로 먹고사는데 다음달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최 위원장은 유통점들의 한숨에 여러 방안을 찾겠다고 약속을 한 후 자리를 떴다.
이후 최 위원장은 기자의 유통점 방문 느낌을 묻는 질문에 "생각보다 상황이 더 안 좋다"고 말했다.
그는 "빨리 방안을 만들어야 하겠다"면서도 "규제강화가 해법은 아니다. 과징금, 영업정지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근원적인 것부터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 위원장은 "단통법이 확실한 방안인데 그게 안되면 입법 없이도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미리 조치를 취할 생각"이라며 "가능한 빠른 시일 내 지금보다 나은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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