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가도 달려온 이해진·김정주 …한 목소리로 "두렵다"
[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네이버 이해진 의장과 NXC(넥슨 지주사) 김정주 회장. 국내 인터넷 산업을 대표하는 두 창업자가 공식석상에서 ‘답답하다’ ‘두렵다’는 심경을 표해 눈길을 끈다. 인터넷 업계에서 가장 성공한 벤처스토리를 써 1조원이 넘는 주식자산을 보유한 그들을 두렵고 답답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두 창업자는 거대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가 두렵다고 입을 모았다. 구글과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IT업체들을 비롯해 중국의 3대 인터넷 기업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과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네이버 이해진 의장은 중소기업 CEO를 대상으로 한 강연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구글과 페이스북, 텐센트 등 거대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두렵다”는 말을 꺼냈다.
김정주 대표는 그보다 앞선 이달 초 한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위협적이라고 해야 하나, 무섭다. 저런 식으로 세상을 먹겠다고 달려가는데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지…”라면서 답답함과 두려움을 동시에 표현했다.
지난 10년여 동안 성공가도를 달려 온 것으로 평가 받는 이들이 드러낸 속내에는 공통적으로 급변하는 모바일 시대에 싸워야 할 대상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무게감과, 최근 기업 환경을 둘러싼 규제에 대한 인식이 고스란히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해진 의장은 카카오와 다음이 합병한 것에 대해 “위협적인 경쟁자가 나타났다”고 평가하면서도 “이보다 국경이 사라진 모바일 시대에 구글, 페이스북, 알리바바, 텐센트 등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과 어떻게 싸워 이길 지가 큰 숙제이고 (인수합병 시장에서는) 중국이 정말 두려운 상대”라고 밝혔다.
특히 이 의장은 우리나라 인터넷이 유튜브, 이베이 등 거대 글로벌 기업에 점점 잠식당하고 있다며 우려와 함께 역차별 규제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의장은 “규제 이전에 시장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PC 검색에서는 네이버가 70%의 점유율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무게 중심이 이미 모바일로 넘어갔고 국내 모바일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페이스북”이라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매출 등 데이터도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제는 어떤 기업들이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파악한 다음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정주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구글이 인수한 온도계 제조업체가 발전소를 줄이는 사례를 언급하며, 저렇게 세상을 먹겠다고 달려드는 기업들이 나올 정도로 치열한 경쟁 환경 하에서, 과거와 달리 규제가 많아져 답답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김정주 대표는 “’창조경제’를 얘기하는데, 손발이 묶여 있다고 답답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우리는 소셜 카 셰어링 얘기가 나오면 ‘이게 영업용 택시냐, 개인 차량이냐, 렌터카냐’를 따진다. 사회가 좀 더 유연하게 새로운 것을 받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해진 의장과 김정주 대표가 무조건 규제 반대를 외치는 것은 아니다. 외국 기업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달라는 요구다.
또 두 사람 모두 성공한 창업가답게 스타트업이나 후배들의 새로운 도전이 많아져야 한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김정주 대표는 창업에 대해 “내가 창업할 때보다 사회가 답답해졌지만 그래도 창업을 해야 한다. 한 곳에 붙어서 밥 먹을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지금보다 더 오래 살아야 하고, 세상은 훨씬 험하게 변하고 있다. 창업해서 돈을 번다기보다 자기 생각을 세상에 펼쳐보겠다는 생각으로 일을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김정주 대표는 올해 초 ‘콜라보레이티브’라는 3300만 달러 규모의 스타트업 지원 펀드에 직접 투자한 것으로 전해지며, 최근 귀뚜라미를 갈아 초콜릿을 만드는 ‘엑소’라는 스타트업에 투자를 결정한 바 있다. 다만, 김 대표는 국내의 경우 지나치게 게임에 편중된 창업 환경은 아쉬워했다.
이해진 의장은 라인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과 ‘후배’라는 키워드를 좀 더 강조한다.
이 의장은 지난 25일 강연 직후 라인의 노하우에 기반해 함께 글로벌 시장으로 도전할 스타트업이 많이 나오길 바라며, 온라인을 통해 글로벌 히든 챔피언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평소에는 사내 임직원 대상의 강연 등에서 계란으로 바위친다는 심정으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해왔으며, 앞으로도 후배들을 위한 징검다리가 되겠다는 의견을 자주 피력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그 동안 언론 및 공식성상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두 창업자가 규제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놓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아 보인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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