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선탑재 앱 때문에…경쟁기회 잃는 앱 개발사들
지난 4~5년간 뜨겁게 달아올랐던 모바일 플랫폼 경쟁이 막을 내리고 있다. 승자는 구글의 안드로이드다. 안드로이드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고, 해외에서도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이 80% 안팎에 달한다. 구글을 제외하고는 애플만이 살아남았다. 그러나 독점은 언제나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다. 모바일 플랫폼의 독점 역시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피해는 플랫폼 지배자로 인한 경쟁제한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여겨졌던 모바일 시장은 구글의 독점으로 인해 레드오션이 돼 가고 있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모바일에 공정경쟁을 허하라’는 주제의 특별기획을 마련했다.<편집자주> |
[기획/모바일에 공정경쟁을 허하라] ①앱 선탑재
직장인 이 모씨는 최근 자신의 초등학생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다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스마트폰의 동영상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아이는 “동영상을 본다”는 표현 대신 “유튜브를 본다”고 표현하고 있었다. 아이에겐 동영상이란 곧 유튜브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미국인들이 ‘검색한다’는 표현대신 ‘구글링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과 유사한 모습이다. 국내에서 유튜브의 독점력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인터넷 조사업체 ‘코리안클릭’이 집계한 동영상 점유율 수치에 따르면 유튜브는 지난달 점유율 79.4%를 차지했다. 유튜브의 2008년 국내 점유율이 2%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놀라운 발전이다. 반면 곰TV, 판도라TV, 엠군, 티빙 등 국내 주요 동영상 '빅4' 플랫폼의 합산 점유율은 9%대에 불과했다.
유튜브가 처음부터 국내 시장을 장악했던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지난 2008년 유튜브의 국내 점유율은 2%에 불과했다. 6년 만에 점유율을 40배 늘렸다. 과연 이같은 믿지 못할 성장의 비결은 뭘까.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스마트폰 보급률과 유튜브 점유율의 상관관계를 보면 흥미롭다. 유튜브가 본격적으로 상승곡선을 타기 시작한 2009년은 국내에 처음으로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한 해다. 그 이후 스마트폰 보급률과 유튜브 점유율은 비례해 상승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올라갈수록 유튜브의 점유율도 올라갔다.
코리안클릭 조사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으로 국내 앱 순이용자수 10위 안에 구글 주소록, 구글 플레이, 구글 검색, 구글 캘린더, 유튜브, 구글 메시지 등 6개의 구글 앱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모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선탑재 돼 있는 애플리케이션들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이 앱들을 선탑재 시키면서 경쟁 없이 자사 서비스를 확산시켜온 것이다.
이같은 과정은 윈도 운영체제로 PC를 점령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의 모습과 유사하다. 1990년대 후반 인터넷 세상이 열리고, 웹브라우저가 중요한 시장으로 떠오르자 MS는 윈도98 운영체제에 자사의 인터넷익스플로러(IE)를 기본으로 탑재시켰다. 윈도98이 등장하기 이전에는 넷스케이프라는 웹브라우저가 시장의 1위를 달리고 있었는데, MS가 윈도에 IE를 내장시키면서 결국 넷스케이프는 IE에 시장을 내주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MS는 윈도라는 플랫폼의 독점을 이용해 웹브라우저 시장을 장악했다. 이에 대해 유럽연합집행위원회는 MS의 행위가 ‘끼워팔기’라고 판단, 시정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미국 소비자 권리 전문 법무법인인 하겐스 버먼은 최근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연방법원에 구글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구글이 제조업체들과 맺은 비공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유통 협정(Mobile Application Distribution Agreements: MADA)이 경쟁을 침해할 뿐더러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MADA는 제조업체들이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을 만들려면 유튜브나 지메일 같은 구글 앱들을 반드시 선탑재 해야 한다는 협정이다. 이에 따르면, 제조사들이 이메일 앱은 지메일을 넣고, 동영상 앱은 판도라TV를 넣는 등의 선택을 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민후의 김경환 변호사는 “구글이 자사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자사의 앱을 기본 장착하는 것은 경쟁제한적 요소가 충분히 있다”면서 “경쟁회사 입장에서는 과거에 있었던 MS의 경우와 유사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업체 대표는 “플랫폼을 장악한 모든 기업은 그 힘을 다른 쪽으로 확산시키려 노력한다.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이렇게 되면 생태계가 붕괴되고 중소 업체들은 고사하게 된다”면서 “이를 막기 위해서는 플랫폼 사업자의 선의가 아닌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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