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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은 막아 놓고, 외국 기업은 수수방관…모바일 역차별 심각

심재석

지난 4~5년간 뜨겁게 달아올랐던 모바일 플랫폼 경쟁이 막을 내리고 있다. 승자는 구글의 안드로이드다. 안드로이드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고, 해외에서도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이 80% 안팎에 달한다. 구글을 제외하고는 애플만이 살아남았다.

그러나 독점은 언제나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다. 모바일 플랫폼의 독점 역시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피해는 플랫폼 지배자로 인한 경쟁제한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여겨졌던 모바일 시장은 구글의 독점으로 인해 레드오션이 돼 가고 있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모바일에 공정경쟁을 허하라’는 주제의 특별기획을 마련했다.<편집자주>

[기획/모바일에 공정경쟁을 허하라] ⑤국내기업 '역차별'

지난 3~4일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방한했다. 중국 최고 지도자가 한국만 단독 방문한 것은 처음이어서 주목을 받았는데, 250명의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수행했다는 점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시 주석은 경제사절단 중에서도 알리바바 마윈 회장, 바이두 로빈 리 CEO 등을 간판스타로 내세웠다. 중국 정부가 인터넷 기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 모바일·인터넷 업체들의 급성장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보호가 있었다. 중국의 인터넷 정책의 특징은 해외 서비스와의 경쟁에서는 철저히 자국의 서비스를 보호하되 자국 내에서는 거의 규제를 하지 않고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네이버 라인과 카카오톡이 갑자기 중국에서 서비스되지 않는 현상이 이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

지난 4일 시진핑 주석 방한을 기념해 개최된 ‘한중 비즈니스 포럼’ 행사에서 우리 정부가 인터넷 기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볼 수 있는 장면이 있다. 이날 열린 포럼과 VIP 간담회에는 중국의 '1인자'인 시 주석과 중국 고위 관료들이 참석해 참석을 희망하는 국내 기업들이 많았다.

시진핑 주석은 알라바바 마윈 회장과 로빈 리 CEO를 간판스타로 내세우며 행사에 참석했다. 반면 국내 인터넷 기업 관계자들의 얼굴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국내 인터넷 기업 중에는 네이버 김상헌 대표만이 유일하게 초청받았다.

그나마 김 대표는 좌석도 배정받지도 못하고, 먼 발치에서 행사를 지켜봤다고 한다. 구글에 맞서 유일하게 자국 검색엔진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두 국가인 한-중 대표 인터넷 기업 CEO 간의 만남이 관심을 끌었지만, 김 대표는 로빈 리 CEO 근처에 갈 수도 없는 자리에 앉아있었다.

네이버는 시가총액 6위의 대기업이다. 국내에서 인터넷 업체는 아무리 성장해도 경제계의 주류에 끼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인터넷과 모바일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한국과 중국 정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자국 인터넷 기업을 철저하게 보호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반면, 우리 정부는 국내 기업을 오히려 역차별 하는 경우가 많다.

장병완 새정치민주연합의원은 지난 해 10월 ‘플랫폼산업 공정 경쟁 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제언’ 보고서를 통해 “국내 모바일 오픈마켓 업체들만 적용되고 있는 각종 규제로 애플, 구글 등 외국 기업에 비해 역차별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여신전문금융감독규정 상, 국내 가맹점(사업자)들은 신용카드 정보를 보관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국내 앱마켓에서 신용카드로 앱을 구매할 경우 사용자는 구매할 때마다 약간 동의 체크, 카드 선택, 카드 번호 입력, 비밀번호 입력, CVC입력 등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반면 국내법 적용을 받지 않는 구글이나 애플 같은 외국 사업자는 사용자의 신용카드 정보를 보관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가 한 번만 카드 정보를 입력해두면, 이후부터는 비밀번호 입력만으로 유료 앱이나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다. 같은 앱이라도 국내 앱마켓보다 해외 마켓에서 사는 것이 훨씬 편리한 것이다.

인터넷 실명제로 인해 유튜브가 반사 이익을 얻은 것도 유명한 사례다. 지난 2009년 방송통신위원회는 유튜브에 본인확인을 요구했지만, 구글 측은 한국 국가설정에서 동영상과 댓글을 올리지 못하게 막는 것으로 조치를 다했다. 클릭 한 번으로 국가설정을 바꾸면 얼마든지 동영상과 댓글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유튜브로 몰렸다. 새정치연합 유승희 의원은 유튜브의 급성장이 이같은 인터넷 실명제 역차별 덕택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성인인증도 역차별 중 하나다. 청소년 보호법 상의 성인인증에 대해 여가부와 법제처는 한 번 성인 인증을 받은 이용자라도 매번 로그인할 때마다 성인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해석을 내렸다. 그러나 해외 미디어는 이같은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

국내 한 모바일 인터넷 기업 관계자는 “중국 정부처럼 국내 인터넷을 보호해달라는 요구는 하지도 않는다”면서 “다만 해외 기업과의 역차별만은 없애 달라는 것은 인터넷 업계의 요구”라고 강변했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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