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마켓, 닫힌 구글과 열린 네이버의 아이러니
지난 4~5년간 뜨겁게 달아올랐던 모바일 플랫폼 경쟁이 막을 내리고 있다. 승자는 구글의 안드로이드다. 안드로이드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고, 해외에서도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이 80% 안팎에 달한다. 구글을 제외하고는 애플만이 살아남았다. 그러나 독점은 언제나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다. 모바일 플랫폼의 독점 역시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피해는 플랫폼 지배자로 인한 경쟁제한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여겨졌던 모바일 시장은 구글의 독점으로 인해 레드오션이 돼 가고 있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모바일에 공정경쟁을 허하라’는 주제의 특별기획을 마련했다.<편집자주> |
[기획/모바일에 공정경쟁을 허하라] ② 앱마켓은 플랫폼 사업자의 특권?
다소 엉뚱한 가정을 해보자. 만약 마이크로소프트가 인터넷익스플로러(IE)에서 구글 크롬이나 파이어폭스 웹브라우저를 다운로드 할 수 없도록 설정해 뒀다면 어떨까? 물론 말도 안 되는 가정이다.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윈도 이용자들은 대부분 그냥 IE를 쓰게 될 것이다. 다른 브라우저를 내려받기 위해 FTP나 P2P 등 별도의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이런 노력을 하지 않기 마련이다. 때문에 MS는 윈도의 점유율을 놓치지 않는 이상, IE의 점유율을 절대로 잃지 않을 것이다. 물론 전 세계적인 소송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이는 엉뚱한 가정만은 아니다. 모바일에서는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앱마켓은 구글 플레이 입점 금지”=안드로이드의 구글 플레이 마켓에서는 다른 애플리케이션 마켓플레이스(이하 앱마켓)가 검색되지 않는다. 구글은 안드로이드에 자사 앱마켓을 선탑재 해 놓은 반면, 경쟁 앱마켓은 구글 플레이에 입점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의 개발자 배포 계약’의 4.5 경쟁금지 조항에는 “마켓 외부에서 안드로이드 기기에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앱 및 게임의 배포를 촉진하기 위한 상품을 배포하거나 제공하기 위해 마켓을 사용할 수 없다”고 돼 있다.
그나마 통신사는 스마트폰을 유통하는 힘으로 자사 앱마켓을 선탑재할 수라도 있지만, 독립 소프트웨어 개발사들이 앱마켓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앱마켓이 모바일 시장에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이지만, 이 시장에 뛰어든 회사들이 거의 없는 것은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선탑재 되지 않은 앱마켓을 이용하려는 사람은 설치부터 실행까지 최대 12단계를 거쳐야 비로소 이용할 수 있다. 또 앱마켓을 설치했어도 이를 통해 앱을 다운로드 하려면 안드로이드 기본 설정을 일일이 바꿔야 한다.
이는 구글이 앱의 유통경로를 독점하는 수단이며, 앱 내부 결제(IAP, In App Purchase) 등에서 얻는 수익을 독점하는 전략이다.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MOIB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앱마켓시장에서 '구글플레이'가 1조1941억원(49.1%), 애플의 앱스토어는 7431억원(30.5%)을 벌었다. 전체 시장 2조4335억원의 80%에 육박하는 1조9372억원을 두 회사가 가져갔다.
이처럼 안드로이드의 힘을 빌어 앱마켓을 독점한 구글은 갈수록 폐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구글 플레이에서 앱을 유통하고 있는 개발사들은 스스로 원하는 결제 시스템을 선택할 수 없다. 무조건 구글이 제공하는 결제 시스템을 사용해야 한다. 구글은 지난 2012년 8월 구글 플레이에서 앱을 유통하는 개발사들에게 구글의 결제 수단을 쓰지 않을 경우 구글 플레이에서 삭제할 것이라고 경고를 보냈다.
◆선택권 잃은 앱 개발사, 수익도 잃어=구글의 폐쇄적인 정책으로 인해 10% 수준의 저렴한 결제 수수료를 내던 개발사들은 3배의 수수료를 구글에 지불하게 됐다. 구글 플레이에서 추방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구글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네이버가 보유한 앱마켓 ‘네이버 앱스토어’에서는 결제수단을 강제하지 않는다. 개발사들은 네이버가 제공하는 시스템이 아닌 다른 결제수단을 선택할 수 있다. 또 네이버가 받는 수수료는 구글의 3분의 1수준이다. 앱 개발사 입장에서는 네이버 앱스토어에서 앱을 유통하는 것은 훨씬 이득이다. 하지만 네이버 앱스토어의 점유율이 낮기 때문에 구글을 따를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IT업계에서는 네이버는 폐쇄적이고, 구글은 개방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앱마켓 시장에서만큼은 정반대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래도 네이버는 포털 시장의 지배력을 발판으로 구글 플레이에 도전이라도 해 볼 수 있는 여건이 된다. 반면 네이버 이외의 다른 업체들은 앱마켓 시장에 도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아무리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안드로이드의 독점이 계속되는 한 구글 플레이를 이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포르투갈 앱마켓 사업자인 앱토이드는 지난달 유럽연합집행위(EC)에 구글이 자사 앱스토어에 다른 앱마켓 앱을 등록시키지 않아 앱마켓 사업자가 어려움에 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앱토이드 창업자인 파울로 트레젠투스 CEO는 “구글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자사의 앱 마켓인 구글플레이를 선탑재로 끼워 팔고 다른 앱 마켓의 등록은 사실상 차단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모바일 콘텐츠 시장을 장악하고 앱 마켓 사업자들은 고사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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